매년 이맘 때 쯤이면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여름방학 계획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긴 여름 방학동안 학생들은 부족한 과목을 보강하고 커뮤니티 봉사와 다양한 서머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여행과 액티비티도 즐겼었다.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여름방학은 다가오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갈 곳도, 할 것도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오랜 기간 학교가 문을 닫으며 집에서 밍기적거리며 온라인 수업에 익숙했던 터라 ‘방학’이 크게 실감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고 체념하지는 말자. 특히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이라면 현실만 탓하기에는 너무 소중한 시기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장애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이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는가가 큰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여름방학에 그저 표준화시험을 준비하거나 TV를 보며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유혹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이번 방학만큼은 자신의 재능이나 취미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뜻 깊다.
예를 들어 이런 활동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소셜 네트웍 서비스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찍어 놨던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추려 올려보자.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한 팟캐스트를 열거나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자신의 창의성이나 열정으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전국 단위 그로서리 배달 서비스 ‘주머스 투 부머스’(Zoomers to Boomers)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샌타바바라에 있는 고교생들이 중심이 됐고 Z 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가 가세했다. 이들은 코로나 고위험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음식을 배달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원봉사자들과 지역내 그로서리 스토어를 연결해 돕자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STEM 등 이공계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 앱을 구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코로나로 세월이 하수상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자신의 구상이나 프로젝트는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대입전형에서 눈길을 끌만한 인상적인 작업들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기간 대입 전형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중 하나인 에세이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에세이 작성은 오랜 기간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서 보강하는 등 철저하고 효과적인 과정을 거쳐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아마도 수 많은 지원자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스토리들을 에세이에 담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아마도 집콕과 방학이 연달아 이어지며 게으르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왔을 것이다. 해이해 진 일상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의 학교생활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평소의 생활 리듬을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주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새 학기를 7월말이나 8월초에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금부터 좀 더 규칙적인 스케줄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면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쉽게 해 주고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라는 악재로 인해 고대하던 여름방학 플랜이 사라져버려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많은 제약은 절망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방학기간 이런 열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은 자신에게 소중함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대입전형에서도 어려운 가운데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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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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