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 임신의 50% 준비 없이 아이 가져, 운동ㆍ생활습관 개선 몸 만들어야…출산 후 비타민ㆍ철분제 복용을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 임신 시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데 50% 정도가 ‘덜컥 임신’해 태아와 산모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35세 이후 아이를 가지는 고령 임신이 지난해 33.3%나 됐다. 고령 임신이 늘면서 산모ㆍ신생아의 건강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고령 임신을 하면 조산은 15%, 임신성 당뇨병은 2배, 고혈압은 2~4배 많아지고, 태아의 성장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임신 정밀진단ㆍ치료 분야의 전문가인 안기훈(45)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 “만혼 등으로 고위험 임신이 늘고 있는데 50% 정도가 준비 없이 아이를 가진다”며 “산모와 신생아 건강을 위한 임신 전ㆍ중ㆍ후 모든 시기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위험 임신 관리, 조산 예방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산모ㆍ태아의 초음파 정밀진단 및 통증ㆍ손상을 줄이는 수술과 분만이 그의 주력 분야다.
-고령 임신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 아이를 가질수록 임신성 고혈압ㆍ당뇨병 등으로 인한 조산, 저체중 아기, 제왕절개 분만, 전치태반, 태반 조기 박리, 특발성 조기 진통, 임신부의 만성질환이나 다태 임신에 의한 태아 성장장애, 태아의 홀배수체(aneuploidy) 염색체 이상, 보조 생식술에 의한 다태 임신 및 태아 기형 등이 늘어난다. 주산기(周産期ㆍ임신 20주에서 생후 4주까지 기간)에도 질병이 생길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태아의 성장 이상과 기형을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이 있으면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35세를 넘겨 처음 임신을 했다면 문제는 더 많아진다. 자궁근종 등 여성질환이나 고혈압ㆍ당뇨병ㆍ비만ㆍ심장병 등 성인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임신성 당뇨의 경우 고령 임신에서 거대아 출산이 2배 정도 많아지면서 덩달아 난산 가능성이 커진다.
임신 중기에 일시적으로 전치태반(태반이 자궁 입구에 가까이 있거나 완전히 덮고 있는 것)이 생겨도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입덧처럼 임신 중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증상도 임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소견을 듣고 치료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35세 이후 임신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고령 임신일수록 계획 임신을 해야 하는데 50% 정도가 준비 없이 임신해 후유증을 많이 겪는다. 만성질환 여부를 검사하고, 엽산 같은 영양소를 보충해 임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건강한 몸 만들기도 중요하다.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약물을 절대로 쉽게 여기면 안 된다. 산전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고, 기형아 관련 검사ㆍ당뇨 검사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산전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면 융모막ㆍ양수검사뿐만 아니라 초음파ㆍ태아안녕(태동) 검사 등도 필요하다.”
-출산 후 산모 관리도 중요한데.
“분만 상처가 완전히 낫고, 자궁 등 신체 기관이 회복되는 기간을 산욕기(産褥期)라고 한다. 출산 후 4~6주 정도다. 분만 후 자궁수축이나 출혈, 회음부 혈종ㆍ감염, 방광 기능에 이상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문제 없다. 산욕기에는 산욕열이나 수술 부위 창상감염 등을 주의해야 한다. 자연 분만 후 대ㆍ소변이 샌다면 누공(瘻孔)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성생활은 산욕기가 지나면 가능하다. 산욕기에는 모유 수유와 운동이 권장된다. 수유 시 고칼로리 고단백식이 좋다.
출산 후 우울감이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데 적절한 약물요법과 지지요법(환자의 적응 능력을 지지하는 정신적인 치료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심각한 신체ㆍ정신적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출산 후 산모는 비타민이나 철분제를 2~3개월 정도 먹으면 좋다.”
-조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을 꼽자면.
“조산(임신 20~37주에 출산)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5~18%나 된다. 특히 영아 사망의 60%가 조산 때문이다. 게다가 조산한 어린이는 생존해도 상당수가 장애를 겪는다.
조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을 꼽자면 비만하거나, 조산한 경험이 있거나, 다태아 임신이거나, 임신 중 자궁경부(頸部)가 짧아졌을 경우다. 불임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이 늘면서 쌍둥이 등 다태아가 많이 태어나는데 이들은 저체중과 조산일 가능성이 높다. 쌍둥이의 50%가 조산아이고 삼둥이의 90%가 조산아라는 통계가 있다.
자궁경부 길이가 임신 중기(임신 14~28주)에 2.5㎝보다 짧아지면 조산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보고된 바 있다.
비만ㆍ고혈압ㆍ당뇨병 뿐만 아니라 생식비뇨기 염증이나 감염을 방치해도 조산이 잘 발생하므로 체중ㆍ혈압ㆍ혈당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수분을 충분히 마시고 유산균ㆍ크랜베리주스ㆍ종합비타민제 등을 먹는 것이 좋다.
치주염도 조산 위험 요인이지만 이보다 위식도역류질환이 3배가량 더 강력한 위험인자다. 임신부의 80% 정도가 겪는 입덧이 위식도역류질환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입덧을 대수롭게 여겼다가 위식도역류질환 진단이 늦어져 조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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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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