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 다이어트·고지방식 섭취, 담즙 정체로 소화불량·복통 초래…지방간 심하면 담석증 위험 3배↑
▶ 담석제거로는 근본 해결 어려워, 복강경 담낭절제술 고려해볼만
몸매 관리와 자신감을 얻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철저한 다이어트를 실천해온 30대 직장인 여성 A씨. 또래 여성의 평균 기초대사량인 1,300여㎉에 훨씬 못 미치는 하루 800㎉만 섭취했다. 식사를 거르고 지방·탄수화물 성분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매일 5㎞씩 달렸다. 두 달가량의 눈물겨운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할 무렵 복통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새벽에 명치 부위 통증이 한두 시간씩 이어지다 사라졌다. 며칠 뒤부터는 갈비뼈 부위에서 시작해 오른쪽 어깨관절 부위까지 치솟아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담낭(쓸개)에 0.5㎝ 크기의 담석이 여러 개 자라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과도한 다이어트와 지방 섭취 극소화로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담낭 안에 고였다가 농축돼 돌처럼 굳었다”고 설명했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진 뒤 담낭에 저장됐다가 식사 때 담낭이 수축하면 총담관을 거쳐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음식을 즐겨 먹거나, 오랜 기간 금식하거나, 극도의 다이어트로 갑자기 체중을 줄인 경우 담낭 수축이상과 담즙 정체를 유발해 담즙 내 콜레스테롤 등이 돌처럼 굳어져 담석이 만들어진다. 담낭담석이 제일 흔하지만 간 또는 간외담관에 생기기도 한다.
◇2015~2019년 진료인원 14만→22만명으로 58%↑
담석이 커져 담즙 이동경로 중 어딘가에 걸리면 정상적인 흐름이 정체되거나 막혀 쓸개·쓸개관·간·췌장에 염증이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담석증인데 담석이 담도를 막아 담즙을 배출하지 못하면 열·복통·황달이 동반되고 간 기능 수치에 이상이 나타나 급체·위염·간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 초음파·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일이 많다.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간경변증·담관암을 일으킬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심하거나 60대 이상 연령층은 지방간이 없는 사람, 20~40대보다 담석증 발병 위험이 각각 세 배,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방간이 심하면 간의 혈류가 나빠져 담즙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석증 진료인원은 지난 2015~2019년 약 13만6,800명에서 21만6,300여명으로 58%(연평균 12%)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식생활 서구화의 영향이다. 지난해의 경우 50~60대 연령층이 43.2%로 가장 많았고 70대 이상이 27.5%, 30~40대가 25.6%를 차지했다. 60~70대를 빼면 여성 환자가 더 많다.
담석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평소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하다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다. 증상이 없고 전문의가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경우 정기적으로 경과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담석에 의한 통증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재발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서다. 특히 담석 췌장염은 매우 통증이 심하고 위험할 수 있다.
담석증의 흔한 증상은 속쓰림, 가볍게 찾아오는 소화불량(특히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은 뒤), 구역·구토, 몸살 기운, 오른쪽 상복부나 명치 부위 통증, 등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 등이다. 황호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오랜 기간 소화불량 증상을 위염·위궤양인줄 알고 치료를 받았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담석이 발견된 환자도 종종 있다”고 했다. 배가 콕콕 쑤시는 복통 때문에 위내시경 검사를 했는데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 담석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화불량으로 위염 치료받았는데…알고 보니 담석증
담석증은 담석의 위치에 따라 치료 여부와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간에 생긴 담석은 위치상 수술을 해야 한다. 간관·담낭관에서 십이지장으로 담즙을 나르는 총담관에 생긴 담석은 수술 또는 내시경으로 제거한다. 담관을 심하게 막은 경우 진통제를 맞지 않고서는 통증이 해결되지 않고 열·황달·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혈압이 떨어지고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담낭에 생긴 담석은 증상이 있거나 급성 담낭염·췌장염 같은 합병증이 있으면 제거해야 한다. 담석이 3㎝ 이상이면 담낭암 발생 위험이 열 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담석증 치료는 비수술적 요법과 수술로 양분된다. 비수술적 치료는 담석을 녹여버리는 방법을 쓰는데 치료 효과는 생각보다 낮다.
증상이 있는 담낭담석증의 경우 최근에는 수술로 담낭을 절제하는 방식을 택한다. 담낭 속 돌만 제거한다고 오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담석만 제거하면 재발률이 높고 이미 발생한 담낭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의 80~90%는 소화도 잘 되고 몸이 편해졌다고 느낀다”며 “일부는 일시적으로 소화가 덜 되거나 설사·변비를 호소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했다.
담낭절제술은 배꼽 주위에 2~3개 투관침을 넣어 진행하는 복강경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복부절개 수술보다 마취·수술시간과 수술 후 회복시간이 짧고 절개부위 상처가 거의 없다. 보조기구와 의약품의 발전으로 수술 당일 저녁에 가벼운 샤워를 할 수 있을 만큼 성능 좋은 피부봉합 접착제도 개발됐다.
주선형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임신 중에는 통증이 있어도 담낭담석증 치료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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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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