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동안 동남아시아 쪽으로 매년 단기 선교를 다녀왔는데 몇년전에 어떤 분이 다녀오면서 지나가는 길이니까 한국에도 잠깐 들려서 쉬고 오라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좋은 생각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에 들렸다. 미국에 이민을 85년에 왔기에 3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감개무량했다. 눈물마저 핑돌았다. 너무 기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도 되었다.. 진작 들릴껄.. 매번 그냥 지나쳤는데…
한국에 몇일 머무는 동안은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고향인 강원도, 인제 산꼴짜기 시골 동네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중학교때에 서울로 상경하기까지 줄곳 어린시절을 보내었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곳이기에 진한 그리움이 몰려왔다. 큰 맘을 먹고 인제 가는 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37년 만에 다시 가보는 고향이었다! 가는 내내 버스 안에서 흥분이 가라 앉지 않았다. 정말 꿈에도 그리던 곳이었기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좀 많이 놀란것이 전에는 인제 가는 길이 꼬불꼬불하고 낭떠러지가 많았기에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새로운 고속도로가 번듯하게 놓여 있었고 굴들을 뚫어서 더이상 꼬불꼬불하지도 않았다. 또한 전에는 오고 가는 길이 꽤 오래 걸렸다. 특별히 완행 버스를 타면 어떤때는12시간 걸린때도 있었다. 직행도 6시간 정도 걸린것 같은데 그날 탄 직행 버스는 약 2시간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다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차에서 내리자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바뀌어 있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자랐던 할머니 댁을 찾을 길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강산이 거의 네번째가 바뀌는37년에 왔기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려서 주위를 살펴보니 택시 기사 운전사 아저씨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해서 그 분들에게 내가 살던 할머니 집에 대한 것을 상세히 묘사했더니 정말 기적적으로 한 분이 그 집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해서 가면 그 집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 분이 말씀하신데로 따라 갔더니 정말 할머니댁이 나오긴 했는데 그 곳을 본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왜냐하면 다른 주변에 있는 집들은 그대로 있었는데 유독히 내가 살던 할머니댁은 사라지고 바로 그자리에 3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더욱 슬폈던 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낯선 곳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나를 반기는 고향이 없다는 사실…
이런 쓰라린 경험이 있었는데 몇주전에 비슷한 경험을 미국에서도 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25년만에 처음으로 내가 다니던 대학교인 텍사스 어스틴 주립 대학을 방문하게 된 사건이었다. 대학 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했기에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기에 제 2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 가보고 싶었고 드디어 기회가 되서 방문하게 되었다. 가는 내내 정말 강원도 인제 고향을 방문하려고 가던 차에서 느꼈던 비슷한 향수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번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없었는데 방문하게 되었으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도착해서 캠퍼스에 가보니 정말 이 곳도 너무 바뀌어서 제대로 알아볼수가 없었다. 25년전에도 대학 캠퍼스내에 100 가 넘는 건물과 5만명이 넘는 학생으로 번잡했는데 이번에 보니 캠퍼스 안에 더 많은 건물이 들어섰고 더 많은 학생들로 분볐다. 처음에는 참 모든것이 반가웠는데 조금 있으니까 슬픈 마음이 들어왔다. 이 많은 건물과 이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나를 알고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보고싶었던 나의 제 1의, 제 2의 고향들은 더 이상 나의 고향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고향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인데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이 없기에… 아! 사람들이 그립다!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람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분 만큼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나를 끝까지 기다려 준다. 바로 내가 믿고 사랑하는 주님이신 예수님!
<김태훈 목사 (새누리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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