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했던 것, 주변의 많은 것들이 광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Bart나 도심 한자리를 차지했던 넓은 파킹랏,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무너져 가고 그 자리에 대규모의 럭셔리 콘도가 도시 여기저기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도시의 이미지가 하루가 다르게 변모되고 있다. 오랜만에 다른 도시를 방문하다 보면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변화된 분위기에 놀라서 여기가 그 도시가 맞나? 할 정도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좀처럼 변치 않던 미국 사회가 최근 한국 못지 않게 역동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전통과 가치를 소중이 여기던 아날로그 사회에서 스피드, 효율성, 변신을 추구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진보해 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물건들과 가치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에 밀려 오래된 추억이 되고 고물이 되어간다. 오늘날 우리 삶의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도 머지않아 추억이 되고 말 것이다. 때론 두렵지만 이 변화는 거부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몇 년전 북가주 양대 신문사 중의 한 일간지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폐간되어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다. 마치 북가주 한인 사회의 쇠퇴를 상징하는 전주곡 같은 느낌이어서 충격이 참 컸다. 그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한국일보에 전화하여 한국일보 만큼은 우리 북가주 한인사회가 존재하는 한 마지막 언론사라는 사명감으로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신신당부 한 적이 있었다. 북가주의 한국 식당 또한 예전의 맛과, 우리 한국 동포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던 훈훈한 분위기가 상실되어 간다. 양복 정장과, 남자에게 유일한 컬러풀한 액세사리였던 넥타이들이 서랍장 안에서 사장화 되어가고 있다. 요즈음은 정장을 입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고객 파일 담은 바인더가 서재처럼 쌓여있어서 큰 방을 가득 차지 하고 있었던 것이 paperless 시대가 되면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객 및 지인들이 정성스럽게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알록달록하고 멋진 크리스마스 카드로 안부 인사를 보내와서 벽에 가득 걸어놓아 그들과의 추억과 인연을 감사하며 음미하곤 했었는데, 지난 10년 사이에 매년 숫자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아무도 보내주질 않는다. 전자 연하장 및 크리스마스 카드로 그런 전통이 대체되는데 미안하지만 전혀 감동적이지 못하다. 예전에는 매달 정기적으로 한번씩은 사업 고객들을 방문하며 고객 서류 픽업하기도 하고 사업이나 세상에 대한 담소를 나누거나, 세금보고 시즌에 한 번씩 만나서 지난 일년간의 삶을 교환 하곤 했는데 e-mail 로 서류 공유하고 카톡 등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고객이나 지인들과 대면하는 일이 점점 줄어가게 된다. 고객들이 가끔 전망 좋은 새로운 사업체를 물어보면 이제는 되도록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를 이끌 수 있을 만큼 하시다가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의 변화로 인해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창업하는 환경이 무척 제한적이고 열악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세상의 변화에 수동적이 되고, 나를 변신 시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하는 것에 어색하고 자신감이 차츰 상실되어 가기만 한다. 나도 한 때 세상을 앞서간다는 평을 들었었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평소 책 읽는 것을 무척 즐겨해서 한국 방문해서 돌아올 때 교보문고에 들려 문학 서적 책을 한 아름 들고 와서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곤 했던 필자 또한 스마트 폰의 편리함에 빠져서 평소 시간만 되면 들여다보고 습관적으로 잠자기 전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에 들곤 한다. 사람을 바로 앞에 놓고 서로 스마트 폰을 만지작 거리는 풍습이 일상화되어 간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세상이 편리함은 주겠지만 행복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개인 간의 교류와 진솔한 대화가 끊겨지며 우리는 점점 고독해지고 삶의 낭만과 인간미가 차츰 사라져만 간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변화가 정지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오랫동안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아내는 이런 생각 또한 나이 들어가는 조짐이라며 핀잔을 준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참 멋진 글을 한국일보 광고에 실은 적이 있었다.
세윌이 흔들고 다른 이가 흔들고 나 자신이 흔들고 그래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당신도, 나도/아무 일 없이그냥 조금 더 그 자리에 그래로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지녀왔던 전통과 가치관을 지키고 가족 및 주변 분들, 또 사회의 일원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교류하며 삶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성주형 공인중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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