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작가의 ‘나무들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라는 글을 진지하게 읽었다. 그리고 이 글의 진위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나무들이 빽빽히 심겨진 동네 야산을 산책했다(다행스럽게도 그런 산이 근처에 있었다). 주의깊게 살펴보니 정말 나무들 사이에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적당한 공간과 거리가 있었다. 나무들은 상대방의 그늘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특히 큰 나무 밑에서 작은 나무가 정상적으로 살아가기는 무척 힘들다. 나무들 사이의 공간은 서로의 생명과 존재됨을 존중해 주는 일종의 상생구역이다. 모든 나무들은 생존키 위해 비, 바람, 햇빛, 안개, 기후등을 필요로 한다. 나무들 사이의 공간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자유롭게 향유하는 자유구역이다. 나무들은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서로를 줄곧 대하고 바라본다. 나무들 사이의 공간은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설렘을 담아내는 그리움의 구역이다.
헌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어디 나무뿐이랴. 사람들 사이에도 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는 서로에게 무심, 냉정하거나 대적처럼 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칼릴 지부란의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대들이 함께 할때 빈 공간이 있도록 하라. 그대 두사람 사이에 천국의 바람이 불도록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말라. 그대 두 영혼의 해변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가 있도록 하라”. 이는 서로간에 필요한 거리를 확보, 유지하라는 말이다.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방의 공간과 영역을 침범하거나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되 상대방의 영혼과 의식을 지배하지 않고 상대방의 정체성과 감정을 희석시키지도 않고 상대방의 꿈과 계획과 바람을 멈추게 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자유를 보장해 준다. 만약 상대방에게 필요한 빈공간을 허용치 아니한채 지나치게 간섭하고 관여하고 집착한다면 그것은 참 사랑이 아니며 선한 관심, 배려도 아니다. 지나친 구속은 상대방을 자기 소유로 만들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하는 이기적 시도이다. 어떤 명분과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도 말이다. 서로 간에 자유 공간이 없는 삶은 결국은 당사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질식시킨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다름이란게 있다. 세상에 자신과 똑같은 자는 그 어디에 한 사람도 없다. 뜯어보면 외모가 다르고 성품이 다르다. 각자의 생각과 표현방법이 다르고 은사와 행동양식이 다르다. 지혜와 지식의 폭도 다르다. 믿음의 깊이가 다르고 신앙생활의 외적모습도 다르다. 교단마다 신앙양태가 다르지 아니한가? 헌데 이런 다름들이 인생을 다채롭고 의미있고 생기있게 만든다. 만약 사람간 매사, 매순간 똑같아야 한다면 삶의 자리는 무척 지루하고 혼동스러울 것이다. 내 지인중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외모와 성격, 말투가 너무 비숫해 간혹 그들을 구별치 못하곤 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포용하려면 서로간에 쿠숀, 공간이 필요하다. 더 큰 친밀감, 신뢰감을 형성하고 예의를 유지하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주님께서는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선용하신다. 주님은 각사람 영혼 안에 개별적으로 계시면서 우리 사이의 공간구역 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시어 우리를 하나되게 엮으신다. 우리가 주님을 나의 하나님이라 부르면서 또한 우리 하나님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배우자, 자녀, 교우, 친구들과 적절한 공간을 유지하자. 그들이 하는 일들이 죽을 일이 아니고 생이 뒤바뀔만한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진리와 영생을 헤치는 일이 아니라면 묵묵히 지켜보고 기도하고 마음으로 응원함이 지혜이리라. 정한 때, 목적이 이루어질 때가 되면 그 공간에 관심과 응원의 꽃이 활짝 필 것이며 기도의 열매가 아름답게 맺어질 것이다.
선생님이 서있는 교단과 학생들이 앉아있는 책상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그 거리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소화하기 필요한 시간만큼의 거리가 아닐까? 또한 목사의 설교단과 청중들의 의자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다. 그 거리는 목사의 설교를 성도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여 은혜받기 필요한 만큼의 거리일게다.
<
임택규 목사 /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