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는 게 많다. 특히 미국의 정부와 정치 시스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물론 의회, 사법부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아는 것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미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이를 위해 본보는 연방 교육부 기관에서 30여년 몸을 담았던 박옥춘 박사(현 조지 메이슨대 겸임교수)의 글을 모두 10여차례 연재해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의회는 어떻게 구성되나
미 의회는 상원(Senate)과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의 양원제이다. 의회 의원들은 직접선거에 의해서 선출된다. 상원의원은 50개 주에서 각 주당 전체 유권자의 투표로 2명씩 선출되어 총 100명이고, 하원의원은 일정한 인구 수를 기준으로 주가 설정한 각 선거구에서 1명씩 선출되어 총 435명이다.

연방헌법은 연방국 안에서 자주권을 갖는 모든 주의 권리가 연방의회에서 동등하게 대표될 수 있도록 모든 주는 동일하게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주는 매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하원의석 수를 배정받고 의석 수대로 선거구를 설정하여 각 선거구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인구가 아무리 적어도 모든 주는 최소한 1명의 하원의석을 배당 받는다. 알래스카, 몬태나, 델라웨어, 노스다코다, 사우스다코다, 버몬트, 와이오밍 7개 주는 1명의 하원의원과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한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그리고 뉴욕주는 각각 53명, 36명 그리고 27명의 하원의원과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한다.
하원에는 435명 외에 주가 아닌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 괌 등 연방 통치령에서 선출된 5명의 대표가 참여한다. 이들은 본 의회 및 소위원회의 토론을 비롯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나 투표 등 의결에 참여할 권리는 없다.

# 상하 의원 선거와 출마자격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이고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매 짝수 해 11월 첫 화요일에 실시되는 하원의원 선거 때마다 6년의 임기가 끝나는 약 1/3의 상원의원도 함께 선출된다. 매 4년마다의 짝수 해에는 대통령도 함께 선출하는 대선의 해이다.
하원의원 임기 첫해에 공석이 생길 경우에는 남은 임기를 마칠 의원을 보궐선거로 뽑는다. 하지만 임기 2년째 발생한 공석은 주지사가 보궐선거 여부를 결정한다. 6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발생하는 상원의원의 공석은 그 주의 지사가 임명하여 남은 임기를 채우도록 한다.

하원의원의 출마 자격은 25세 이상으로 미국 시민이 된 지 7년 이상이어야 하며 출마하려는 주의 거주자여야 한다. 상원의원의 출마 자격은 30세 이상, 9년 이상의 미국시민, 그리고 출마하려는 주의 거주자야 한다.
정당의 가입이나 추천이 하원이나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정당의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예비선거를 거쳐야 한다. 미국 역사와 함께 뿌리 깊게 확립된 공화 민주의 양당제도 속에서 무소속이나 제3당으로 의회에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하원의원 중 민주당이 233명, 공화당이 197명, 무소속 1명, 공석이 4명이다. 무소속 1명은 당선 후 공화당을 탈당한 의원이다. 상원은 공화당이 53명, 민주당이 45명, 무소속이 2명이다. 무소속 상원의원 2명은 민주당 의원들과 코커스(정당 미팅)를 함께 하는 사실상 민주당 의원이다. 그 중 한명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선에 나온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버몬트 주 상원의원이다.

# 입법과정
두말할 필요 없이 의회의 주 의무는 입법이다. 따라서 상하원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을 변경하는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거의 모든 입법과정은 하원에서 시작되어 상원과의 절충을 통해 채택된다. 한 명의 하원의원이 독자적으로 혹은 다수의 하원의원이 공동으로 법안을 제안하면 그 법안은 해당 분과위원회에 넘겨져 검토된다. 경우에 따라 검토과정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청문회를 갖기도 한다.

분과위원회에서 하원 본회의에 그 법안의 채택 요청을 결의하면 본 의회는 하원의 입법 규정에 따라 토론과 수정을 거쳐 표결에 부친다. 다수의 찬성으로 하원에서 채택된 법안은 상원으로 넘겨져 상원의 해당 분과위원회에서 다시 검토된다. 상원 분과위원회가 상원 전체의 본 회의에 그 법안의 채택을 요청하면 상원 본회의는 토론과 수정을 거쳐 다수의 표결로 그 법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상원의 입법절차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상정된 법안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의 채택을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소수당은 이 토론 종결의 규정을 3분의 2 이상이 안 되는 다수당에 의한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장기 토론 전략(필리버스트: Filibuster)이다.

상하원에서 각각 수정 채택된 법안은 상하 의원 대표로 구성된 협상위원회(Conference Committee)에서 절충 합의된 후 상하원 본회의에 보내진다. 합의된 안이 양원에서 각각 다수로 통과되면 동 법안은 대통령에게 보내지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으로 확정된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이 없어도 10일이 경과하면 법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1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이상으로 재 가결되면 대통령의 서명이 없이 법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양당의 의석 분포가 비슷한 미국 의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다시 통과되기란 쉽지 않다.

# 하원의 권한
거의 모든 법안의 발의가 하원에서 시작되지만 특히 정부 예산안의 작성 채택은 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하원은 매년 초 백악관 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s: OMB)이 제출하는 다음 해의 정부 예산안을 검토 수정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예산안을 발의하여 정부 예산안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정부예산도 법안으로 다른 입법과정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또 하원은 대통령이 합의한 무역협정을 상원과 같이 수정 없이 다수의 찬성으로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하원은 대통령이 합의한 국제 조약에 대한 승인 결정 권한은 없다. 대통령이 합의한 국제조약의 승인은 상원의 고유 권한이다.
하원은 행정부의 예산집행과 업무수행에 대한 감독권을 갖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남용과 부패를 조사하고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다. 대통령과 연방판사를 포함한 정부인사의 탄핵은 일반 사법절차에서 기소와 같은 과정이고, 탄핵된 인사에 대한 유죄 판결은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상원 재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하원은 미국 역사상 3명의 대통령을 탄핵했다. 17대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 42대 빌 클린턴(William Clinton), 그리고 46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탄핵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대통령은 없다.
하원 분과위원회는 정부에 대한 감독과 조사를 위해서 정부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증인을 소환하여 청문회를 가질 수 있다. 의회의 조사나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조사나 소환에 응할 것을 명령할 수도 있다. 청문회에서 위증은 법원에서의 위증과 같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의회의 행정부 업무나 행정부 인사에 대한 조사는 해당 분과위원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본 의회는 분과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론하고 그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다. 또 하원은 대통령 선거시 어떤 후보도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얻지 못했을 경우 가장 많은 선거인단 수를 얻은 3명의 후보 중 대통령을 선거할 권한을 갖는다. 미국 건국 이래 두 명의 대통령이 하원에 의해서 당선 되었는데, 건국 초인 1800년에 당선된 3대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대통령과 1824년에 당선된 6대 존 애덤스(John Adams) 대통령이다.

※ 박옥춘 박사는 1978년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주립대 조교수, 미 국방부 육군연구소 선임 심리 연구원, 미 교육부 교육과학원 책임 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조지메이슨대 겸임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