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만든 3시간 30분짜리 대하 갱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에서 이탈리안 범죄조직의 두목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에 의해 고용돼
근 30년간 그의 충실한 킬러 노릇을 한 아일랜드계의 프랭크 쉬란으로 나온 로버트 드 니로(76)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한 영화에는 알 파치노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 1975년에 실종된 미 트럭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로 나온다.
드 니로는 생각했던 대로 침울한 표정에 무뚝뚝했다. 대답도 처음에는 사무적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이날은 시간이 가면서 긴장을 풀고 특유의 우는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농담까지 했다.
놀랄 정도로 친화적이었는데 나이 탓일까.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필자가 “당신은 훌륭한 배우”라고 추켜세웠더니 “댕큐”라며 미소를 지었다.
상영시간 3시간 반짜리 영화를 찍는 일이 쉽지가 않았을 텐데.
좋은 경험이었다. 시간대도 수십 년에 걸쳐 변하고 수많이 여러 장면을 재촬영 했지만 넷플릭스가 전적으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겨 매우 편안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할 얘기가 많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촬영을 해야 했지만 최선을 다한 결실을 맺었다. 그 결과에 행복감을 느낀다.
이 영화는 잠시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 후 TV를 통해 방영되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어떤지.
그런 추세는 불가피한 일이다.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지 하고픈 얘기를 가장 훌륭하게 하면 된다고 본다.
요즘에는 TV가 엄청나게 커져 집에서 봐도 옛날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고 본다.
나도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를 원하나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10년 후 어떤 변화가 올지 누가 알겠는가.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극적으로 만들려고 왜곡시켰는데.
난 영화의 원작인 책을 읽었을 때 그 내용을 믿었다. 사소한 것들이 축적돼 대말미를 장식하는 과정이 신빙성이 있었다.
매우 사실적이었는데 모든 것이 그렇게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또 신빙성이 있다면 그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이니 만큼 허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것은 영화제작의 한 부분이니 만큼 반드시 모든 것이 정확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실과 엄청나게 다른 것은 아니다. 난 그런 허풍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과 알 파치노는 젊었을 때부터 잘 아는 사이나 함께 일한 경우는 극히 적은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공연한 느낌은 어떤가.
우린 20대부터 알고 지내왔다. 우린 가끔 만나 영화와 변화하는 영화계에서의 우리의 처지를 얘기했다.
오래 전에 우리가 함께 한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했을 때 팬들이 열화와 같은 호응을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언젠가 같이 자랑할 만한 영화를 만들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난 그가 이 영화에 나오는 마지막 장면 촬영이 끝나면서 알에게 ‘우리 함께 영화 만들자고 얘기한 것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우린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 영화야 말로 우리 둘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할리웃 황금기의 가장 훌륭한 배우들이 누구라고 생각 하는가.
내가 그것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성기의 말론 브랜도와 그레타 가르보를 들겠다.
더 있을 텐데 당장 생각이 안 난다.
당신은 스시 집 노부의 공동 주인인데 얼마나 자주 들르는지.
정기적으로 내 아이들과 함께 단골집인 노부에 간다.
얼마 전에 와규 소고기를 먹었는데 진짜 맛 좋더라.
언제 나도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했는가.
어렸을 때 TV로 서부극을 보면서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난들 왜 못해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것이 내 생계 수단이 됐다.
영화에서 당신의 젊었을 때의 모습을 컴퓨터로 재생했는데 그런 모습을 본 소감은.
처음엔 나와 알과 조의 젊었을 때의 역을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촬영할 것을 논의했었다.
그러나 결국 마티(마틴의 애칭)는 넷플릭스의 동의하에 엄청나게 발전한 컴퓨터 기술을 쓰기로 결정했다.
우린 그로써 영화 전체에 나올 수 있어 아주 흡족했다. 그래서 테스트틀 거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린 최선을 다해 보는 사람들이 진짜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에 흥분했다.
젊었을 때의 연기는 어떻게 했는가.
동작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걷는 동작과 등을 굽히는 동작 또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 등 모든 동작에 관해 그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계단을 내려가는 연기를 할 때 코치가 너무 느리다고 말해 30대 시절처럼 뛰듯이 빨리 걸어 내려갔는데 그 장면을 나중에 마티가 잘라버렸다.
당신은 마티와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둘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의 비결은 무엇인지.
우린 오래 함께 일 할 수 있는 행운을 지녔다. 난 참으로 운이 좋다. 마티는 늘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도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를 열어 보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늘 우리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엉뚱하지만은 아닌 이상 그 아이디어를 실천해보려고 시도한다.
그는 완전히 마음 문을 열어놓은 사람이어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데 따라서 우린 그를 믿을 수 있는 만큼
그를 위해 무언가를 보다 많이 하려고 애쓰게 마련이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럴 것이다. 그에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와 만든 영화는 내게 매우 특별한 것으로 누구도 그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무거운 영화 말고 가벼운 영화 만들어볼 생각은 없는가.
가벼운 것이 내게 자주 주어지진 않지만 작품만 좋다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특별한 것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있어야한다. 최근에 한 제작자와 내가 단역을 맡는 작품에 관해 얘기를 나눴는데
아직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나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었다.
인정사정없이 살인을 하는 프랭크의 도덕관을 어떻게 보는가. 그의 이런 살인에 대한 무감각은 그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경험의 결과라고 보는가.
그가 전장에서 많은 살상을 목격한 것이 그의 살인에 대한 무감각의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잇다.
그러나 마티는 살인 장면을 지나치게 과격하게 묘사하길 원치 않았다. 프랭크가 2차대전 전투에서 독일 군 포로를 살해하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그렇게 쉽게 살인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톨릭신자로 자랐기 때문에 후에 나이가 먹어 죄의식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반드시 가톨릭신자여서만은 아니다. 무슨 종교를 믿건 자기가 잘 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나이 먹었을 때의 모습 분장을 보고 느낀 심정은 어떤지.
얼굴을 늙게 만드는 것은 젊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리고 믿을 수 있도록 보이기만 한다면 늙은 내 얼굴을 보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때로 약간 허영심이 발동해 늙은 내 얼굴을 놓고 편집자와 수정하는 문제를 논의해 고칠 경우도 있었지만 난 그런 문제는 담당자에게 맡기고 별로 간섭을 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연기할 생각인가.
날더러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난 꾸준히 바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때론 속도를 늦춰야 할 때도 있지만 내겐 그 것은 쉬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똑바로 정신을 집중하기 위한 감속이다.
음악이 당신 연기에 어떤 도움이라도 주는가.
연기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감독했을 때 영감을 주었다. ‘브롱스 테일’과 ‘굿 쉐파드’를 연출 할 때 음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음악은 하나의 성격을 지닌 개체로 이야기 진행에 필수적이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데 무언가를 위해 바른 음악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연기 할 때 종종 한 장면을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듣는다.
당신 연기에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가.
없다. 자기가 하는 연기에 대해 생각하면 안 된다. 그저 그 순간에 젖어들어야 한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무엇인가.
이 영화와 같은 갱 영화다. 마티와 이런 영화를 여럿 만들어 이제 우린 어떤 것을 만들며 또 우리가 할 일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르 외에도 만들고 싶은 영화들도 있다. 지금 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이 영화와는 전연 다른 것을 논의하고 있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출처 - http://www.weeklyh.com/detail/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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