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을 취재하면서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전 세계 161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한데다가 18만여명에 이르는 관람객으로 전시관마다 인산인해를 이뤄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미디어룸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기사를 전송하느라 빈 자리하나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1967년 시작돼 올해 53회를 맞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은 IT 업계의 화두를 제시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이다. CES는 가전 중심에서 시작해 3~4년 전부터 자동차가 접목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함께 벤츠와 BMW, 현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참가해 그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단순 가전 전시회가 아닌 사실상 또 하나의 ‘모터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시관별로 5G, 인공지능, 드론, 웨어러블/스마트 헬스, 자율주행, IoT, 로봇, VR/AR, 블록체인, 스마트 홈 등 향후 일상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미래의 기업들이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한국에서는 “대통령만 빼놓고 다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대기업의 CEO, IT기업 대표와 전문가, 금융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가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한국 기업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항공과 지상에서의 이동 수단을 결합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비전을 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끈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 모빌리티)은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결합해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LA, 뉴욕, 서울처럼 교통체증이 극심한 대도시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였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구경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자율주행과 맞물려 우리 앞에 살아있는 현실로 다가옴이 느껴졌다.
또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지능형 컴패니언 로봇 ‘볼리’를 기조연설 연단에서 처음으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볼리’는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할 수 있어 앞으로 일상생활의 많은 변화를 예측케 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서울관에 55인치 스크린 6대를 설치해 서울시청 시장실과 동일한 크기의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구현해 현장에서 영어로 청중에게 시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CES를 통해 천만 도시의 시장으로서 전 세계의 혁신제품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은 물론 과감한 도전, 기업가 정신의 총체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과 만난 박 시장은 CES를 서울에서 열자는 제안을 했고 20개의 혁신기업을 대동해 자사의 혁신기술과 제품을 내놓고 전 세계에 세일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라스베가스 CES를 방문해 전시장 전체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는 안병찬 공인회계사는 “회계, 세무업무 외에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경제 및 산업환경에 따른 비즈니스 컨설팅을 위해서는 산업을 리드하는 기술의 변화가 초래할 미래의 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여명의 LA 옥타회원들도 이번 CES에 참가해 현장을 답사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한국에서 온 전우헌 경상북도 경제부지사와 함께 자리를 해 옥타와 한국 테크놀러지사의 미주진출협력건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한인타운에서 코스모스 전자를 30년 가까이 운영했던 임정숙 전 LA옥타회장은 “지난 30여년 간 CES를 견학했는데 기술의 발달이 점점 빨라져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우리 생활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일상생활을 앞으로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사실을 라스베가스 CES를 다녀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업종과 기술간 장벽이 사라지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CES 2020’ 현장이었다.
빠르게 혁신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CES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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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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