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종교 칼럼 집필을 청탁받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선교지를 다닌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쯤 전에 월드미션 프런티어의 김평육 선교사가 아프리카 5개국에서 대대적인 선교대회를 연다고 해서 처음 아프리카를 갔었다.그 때의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자연과 공기와 땅,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어머니 자궁처럼 아늑한 느낌이었다.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가 처음 그랬을까? 하나님이 주신 자연, 그 자연에 동화되어 사는 그들의 모습 속에 마치 잊어버렸던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다.
아프리카는 적어도 나에게는 치유의 땅이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건강이 좋지 못했다.그래서 당연히 건강부터 걱정이 되었고 숙소와 먹을 것과 체력에 신경이 쓰였는데 그 모든 것이 기우였음을 그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외부에서 온 우리를 위해 준비한 음식과 물은 비교적 위생적이었고 전혀 인공 가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나에게 보약이 되었다. 몇 주간의 자연식의 식사가 나를 치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부터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어울리고 함께 자고 함께 화장실을 썼다. 당연히 푸세식이었지만“그게 어때?”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나라도 푸세식이었는데. 세계 선교지는 어디나 다 푸세식이다. 몇몇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나라 빼고 조미료도 대부분 소금과 한 두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이 그 정도만 먹고 그 정도만 살아도 족하다고 창조하지 않았을까? 나도 옛날에는 그랬지만 맛집 찾아 돈과 시간을 쓰고 여기저기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곳이 어디일까? 어떤 사람은 네팔, 인도, 라오스 같은 동남아 빈국, 중국과 몽고 변방, 중동의 난민촌,아마존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가본 곳 중의 가장 열악한 곳은 멕시코 인디오 마을과 아프리카 나라들이었다. 멕시코에 사는 인디오들은 그들이 사는 주변에 미국, 멕시코 부자들이 저택과 별장들을 지어 상대적 박탈감이 더할 것 같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분명하다. 남아공과 석유 나오는 몇 나라를 제외하고 거의 전 아프리카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문명에 찌들어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우리 미국이나 한국에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편리하다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문득 사도 바울의 고백이 생각났다.“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자족할 줄 모르면 모든 것이 불행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소금물을 들이키면 더 목이 타는 것처럼 탐욕은 끝없는 갈증을 더한다. 선교지에서 장기 선교사로 5년, 10년 봉사하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은 대개 표정이 편안하다. 멕시코 인디오 마을에서 25년 째 선교하시는 한 선교사 사모님은 미국 오면 부담스럽고 재미없어 그곳이 더 좋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북가주 지역에 사는 모든 분들이 평안했으면 한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첨단 산업이 집중된 곳이다. 부동산 가격도 미주 최고이다.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곳에서 너무 최고 효율을 찾다보니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잊게 된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이 세상의 삶은 나그네의 삶이라고. 우리는 본향을 사모하는 존재라고. 너무 이세상에서 이기려, 성공하려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하나님 안에 안식을 누리는 올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강순구 목사 (산호세 성령의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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