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황금돼지의 해, 2019년 기해년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경자년 새해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경자년의 의미는 힘이 아주 센 ‘흰 쥐의 해’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진리가 새삼 실감난다. 그러나 시간도 가끔은 ‘실수’를 한다. 1월1일(일부 국가는 7월1일) 1초의 시간을 추가하는 ‘윤초’의 올해 시행여부가 관심을 끌었는데 올해는 애석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윤초가 시행되지 않는다.
윤초는 세슘 동위원소(원자번호 133)의 진동수(초당 91억9,263만1,770회)를 기준으로 삼는 ‘원자시’와 실제 지구 자전에 의한 ‘천문시’ 사이의 오차 때문에 생긴다. 천문시는 태양과 달의 조석력, 지구 핵과 맨틀 간 상호작용 등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 자전 속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개의 시간 체계 사이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 차이가 0.9초 이상이 되면 국제지구자전-좌표국(IERS)이 윤초를 발표한다. 지구 자전속도가 빨라지면 음(1초를 뺌)의 윤초, 지구 자전속도가 느려지면 양(1초를 더함)의 윤초를 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총 28차례 시행됐고 가장 최근의 윤초 시행은 2017년 1월1일이었다.
일반인들은 “그까짓 1초가 뭐 중요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단위로 거래되는 주식과 외환거래, 항공편 스케줄과 컴퓨터 등이 윤초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 1초 시간의 차이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윤초가 시행된 1972년부터 올해까지 음의 윤초는 없었고 양의 윤초만 총 28차례 시행돼 지난 45년간 인류는 28초 늘어난 시간을 갖게 됐다. 인간은 모든 기록을 초, 아니 초를 10, 100, 1,000까지 나눠 세밀하게 분석한다. 수영이나 육상 기록의 경우 초의 100분의 1, 야구 타자의 타율은 1,000분의 1 단위까지 세분화한다.
인간이 이처럼 시간에 ‘집착’하다보니 새해를 맞는 자세는 특별하다. 새해를 맞아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되고 새로운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비록 작심삼일에 그칠 수 있어도 많은 흡연자들이 새해를 시작하며 금연을 시도하는 것도, 많은 주위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새해가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의 역사이다.
올해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정치와 경제, 국제사회에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 S&P 500, 나스닥 등 3개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산타 랠리’를 펼치며 연말을 화려하게 마감했지만 새해 증시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화두에 미중 무역갈등과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는데 그의 임기 4년간 미국, 나아가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트럼프노믹스’ 또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위대한 미국과 경제재건을 목표로 내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정책은 납세자를 위한 감세와 함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확대, 금융과 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한 규제완화, 보호무역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책이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로 전체 부의 확대를 만들어냄으로써 중·저소득층으로 경제적 낙수 혜택을 준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트리클다운 경제’(trickle down economy)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3년여간 주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줬다는 비난이 뒤따른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무역상대국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무역제재를 통해 수출을 늘리면서 ‘강한 미국’ 재건에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이라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없으며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선의의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정과 사업에서 기본원칙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다. 소득에 맞게, 그렇지만 건전하고 적정한 수준의 소비를 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와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한다면 오늘은 어제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다. 또한 올해는 의식적으로 한인업소와 한국제품을 애용하면서 어려운 한인 커뮤니티와 조국 경제에도 기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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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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