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동부 뉴저지의 한 한인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 알렉산더가 이번 해에 스탠포드 대학 조기전형에 합격을 했는 데, 수 개월 전 진학 관련 상담 전화를 했을 때 친절하게 답변을 해줘서 결국은 합격한 것 같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을 전해왔다. 그녀는 그레이스 전 씨로 12학년 아들은 뉴저지의 몽클레어 고등학교 학생회장인데, 11년 전부터 100여명의 한셈병 환자들이 모여사는 캄보디아의 ‘깜뽕짬’에서 내과의사인 아버지 토마스 전 씨, 다트머스 대학생인 형 크리스토퍼 등 네 가족이 다 함께 의료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들 가족이 매년 3주 가까이 봉사하는 캄보디아의 한셈마을은 극빈층의 한셈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데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죽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이라고 한다.
그레이스 전 씨에 따르면 둘째 아들은 7세부터 캄보디아 한셈마을 의료봉사를 시작했는데,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마디 불평도 없이 그곳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또한 봉사를 가기 전에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필요한 물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학교 친구나 이웃들의 많은 지원이 따르면서 봉사하는 재미를 저절로 몸으로 체득하게 됐다.
11학년 때는 우울증으로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자살방지프로그램을 실시해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인정돼 뉴저지 주의 학생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백악관에도 초청되었다.
그레이스 전 씨는 “아들이 대입준비를 위해서 촌각을 다투는 11학년 때에도 자살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해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아 걱정했다”며 “본인이 원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하게 됐고 학생 상원의원이 된 것도 봉사를 몸으로 실천한 사실이 인정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코카콜라 장학금도 받게 될 예정인데 그는 장래에 돈을 많이 벌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도 짓고 학교도 건축하는 등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또한 대학에 진학해서도 캄보디아 한셈마을 의료봉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봉사도 좋지만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어린 아들과 함께 오지에 의료봉사를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레이스 전씨는 자신도 암에 걸려 죽을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는데 믿는 마음으로 봉사하러 갈 뿐이며 자녀들이 의료봉사를 통해 세상이 줄 수 없는 보람과 가치를 유산으로 받는다고 밝혔다.
전 씨는 아들에게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의료봉사를 통해서 얼마나 감사한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환자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하는 지 느끼고 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인생의 목적을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깨닫고 온다는 것이다.
글로벌어린이재단 LA지부에서 활동하면서 비즈니스 코치로 일하는 김주희 씨는 두 아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인도, 네팔, 태국, 중국 등 20여개 국가들을 돌면서 5~6년간 가족이 함께 의료봉사 및 선교를 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자녀들이 헐벗고 굶주린 국가에 다녀오면 음식을 아끼고 남을 배려하는 등 생활습관은 물론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큰 아들 조셉은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봉사한 경험을 토대로 각 나라의 화폐가치와 비교한 돈의 위력을 소재로 에세이를 작성해 UC버클리 경제학과에 합격했으며 현재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둘째 아들 데이빗은 여러 나라에서 선교봉사를 하면서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체득한 다양한 언어 유창성과 문화경험을 담은 에세이와 포트폴리오로 UC리버사이드에 합격해 현재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김주희 씨는 “오지에서 힘들고 어려운 봉사를 통해 두 아들이 인생을 배우면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며 가족의 삶도 기쁨과 감사로 넘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은 자녀와 함께 질병으로,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위해 선교지에 갔지만 정작 도움을 받은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온다고 한다.
끊임없이 더 많이 소유하고 성취할 것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날이 갈수록 우울증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우울증에 빠진 청소년들의 교내총격 사건이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등 우리의 자녀들이 살고 있는 현재의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한인 청소년들이 ‘봉사하는 삶’을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절로 알게 된다면 대학진학을 넘어서는 인생 최대의 성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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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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