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서면서 신약성경 요한일서 강해를 시작했다. 요한일서 저자인 요한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전승에 의하면 유일하게 숙환별세한 분이다. 한마디로 오래 살았던 것이다. 그가 오래 산 이유에는 다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초대교회의 성장을 지켜보며 교회의 본질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는 그의 저작물들에서 풍성히 발견되는 바이다. 하나님은 그를 그 측면에서의 사명자로 온전히 활용하신 셈이다.
그래서 요한 사도의 키워드는 ‘마지막’이다. 예수님 임종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았고, 초대교회를 마지막까지 관찰했으며, 그리고 세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심판과 구원’의 대파노라마를 그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에서 찬란히 펼쳐냈다.
이런 ‘마지막 멘틸리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종교인’의 일인으로서 한국일보 ‘종교인 칼럼’의 한 지면을 장식해온지 햇수로 벌써 10년이 넘었고, 그 동안 쓴 파일 수를 세어보니 100회를 훌쩍 넘었다. 오늘부로 그만 쓰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칼럼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요한의 그것처럼 거창한 건 아닐지라도, 난 이 글을 ‘마지막 멘틸리티’와 함께 쓰고 싶다.
뭐가 됐든 ‘마지막’은 늘 비장하다. 그래서 요한 사도가 쓴 글들이 다 비장할 뿐 아니라 중요도에 있어서도 탑의 위치를 차지한다. 바울의 마지막 유언집인 디모데후서도 시종일관 중요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나도 이 지역의 한 목회자로서 마지막으로, 또 비장하게 전하고픈 그 중요한 내용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지금의 이 시즌과 매우 맞물려 있다. 입만 열면 ‘민주’를 외치는 단체들은 한 종교분파의 절기가 온 세상의 명절이 되는 게 못마땅해 그 고유의 이름과 문화를 통째로 다 바꿔버리려고 한다. 그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우리들을 향해 호통을 친다. 그들은 이 시즌에서 그리스도라는 이름의 흔적을 송두리째 지워내려고 한다. 그들은 또한 자기들의 그런 행동을 ‘정정(correction)’이라고 부르면서 아주 의기양양하다. 하지만 그런다 해서 그들 말대로 과연 ‘정정’이 될까?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말하고픈 그 중요한 것이 바로 그들이 결코 정정할 수 없는 ‘그 이름’에 관한 것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난 한 ‘종교인’으로서 이 글을 써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목사’로서 썼다고 자부한다. 목사의 역할은 그리스도의 주 되심과 구원자 되심을 전하는 것이다. 그것 아니면 교회 목회를 할 이유도 없고, 그것 아니면 매주 설교강단에 서야 할 명분도 없다. 목사가 목사로 부름 받은 목적은 오직 이것 하나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도 이것이다. 그리스도를 주를 믿고, 그리스도 안에서 내 인생의 정체성을 재 규명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에서 인생의 진정한 영광성을 누리시라는 부탁이다.
성탄절은 이를 분명하게 전시해주는 절기이다. 성탄절은 이유도 모르는 흥분 가운데 목적 없이 열광하는 때가 아니다. 캐럴 몇 곡 부르는 걸로 때우고 넘어갈 시즌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거룩한 탄생’이다. 몇 년 전부터 난 의도적으로 이런 관점 아래 성탄절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나님 자신이 아예 아들이자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와버리신 이 사태를 어찌 이해하고, 어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이것이 내 칼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의 ‘마지막 멘틸리티’이다. 칼럼 쓰기를 시작하면서 담당자로부터 “목사님, 칼럼에 설교는 쓰지 마십시오.”라는 정중한 부탁을 들었다. 맞다. 칼럼은 칼럼이다. 설교면 안 된다. 가끔 아내에게도 “나한테 자꾸 설교하지 마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오늘의 이 마지막 칼럼은 이미 설교 한 편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괜찮다. 설교든 칼럼이든, 이것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그리스도 안에 참 생명이 있습니다!” 이 좋은 때에, 독자들에게 이 소중한 말 한마디를 남길 수 있어 참으로 영광스럽다. 여러분,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해피 할러데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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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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