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내가 다니는 교회의 중고등부 예배 설교는 성경의 출애굽기 16장에 나오는 ‘만나와 메추라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모세의 인도를 따라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를 헤매면서 먹을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애굽에 그냥 남아 있었다면 먹을 것 걱정은 없었을텐데 이제 굶어 죽게 생겼다고 말이다.
이에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를 식량으로 보내준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매일 거둘 수 있는 양은 당일 하루치 분량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6일째만 이틀치 분량을 허락 했는데 다음 날이 안식일이라 일 하지 않고 쉬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양을 초과해 거둘 경우 초과 분은 결국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이 성경 구절이 주는 중요한 메세지 중 하나는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할 때 ‘필요’는 채워 주시나 ‘욕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교 말씀을 예배 후에 주일학교에서 내가 가르치는 9학년 학생들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하나님께 구해 보았던 ‘욕심’에 대해 얘기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학생들이 밝힌 욕심은 역시 학교 생활에 관련 된 것들이 많았다. 이에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도 고백했다.
2001년 여름에 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건강진단을 게을리한 탓에 뒤늦게 대장암이 발견되었다. 종양의 크기가 골프공 하나 정도 된다고 했다. 대장이 막힌 정도가 심해서 언제 파열 될지 모르니 바로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그 당시 내 나이 아직 43세, 두 아들이 겨우 8학년과 5학년 올라 가는 나이였다. 수술실에 들어 가면서 설마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개복 수술이고 큰 악성 종양인 만큼 잘 못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했다. ‘내가 지금 죽기에는 애들이 너무 어리다. 적어도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기 까지는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 지금 죽는 것은 아버지로서 무책임 하다. 그러니 둘째가 대학에 들어 갈 때까지만이라도 생명을 연장해 달라.’
수술 결과는 좋았다. 대장을 한 자 정도나 잘라 냈지만 다행히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 되지는 않았다. 1주일 입원 후 2주일 동안 회복 차 집에서 쉬었다. 의사는 만약을 대비해 강도는 높지 않지만 약물 치료를 병행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약물 치료도 받았다. 그 후 의사가 권하는 스케줄 대로 검진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다음 검진은 내년 초에 받아야 한다.
그 사이 둘째 애가 2009년에 대학을 들어 갔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 간지도 10년이 더 되었고 내가 기도로 간구했던 생명 연장 기간이 지난지도 이제 10년이 지난 셈이다. 그러기에 지난 10년 동안의 나의 삶은 ‘보너스’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는 보너스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 생을 마감해도 아숴워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 죽을 수는 없다.
아직 결혼 안 한 두 애들 모두 결혼하는 것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다음에 손주들이 생기면 같이 놀아 주고 싶다. 특별 활동에 라이드도 주고 같이 여행도 가고 싶다. 손주들이 대학에 가는 것 그리고 결혼하는 것도 보아야 한다. 물론 증손주들까지도 보고 싶다. 그러기에 절대로 일찍 죽을 수가 없다. 이런 바램이 욕심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수술실에 들어 가면서 간구했던 기도가 ‘필요’의 간구였다면 지금 하고 있는 간구는 아마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욕심이라고 해도 간구하게 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말로 20년 이상의 교육위원 생활을 마치면서 나름대로 아쉬움도 갖고 있다. 4년 동안 카운티 플래닝 커미셔너로 일했던 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사반세기 동안 특히 이민자가 갖기 힘든 공직의 기회를 누렸는데 그래도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역시 ‘욕심’임에 분명할 것이다. 어느덧 나이는 60이 넘었는데 나는 언제쯤 자족할 줄 알 만큼 철이 들게 될까?
땡스기빙이 다가온다. 잘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감사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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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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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갈때 나올때 다른게 사람이다 다 그러면서 사는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