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월에 <버클리 문학> 5호가 출간되었다. 올해는 내가 몸담고 있는 버클리 문학회가 태동된 지 꼭 10년째다. “행복한 창작의 요람, <버클리 문학>”이란 목표를 세우고 격년마다 문학지를 내며 지내온 세월 동안, 우리는 과연 행복했던가를 짚어보게 된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만을 위해 산 사람들은 다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공동체를 이루며 사랑의 고통을 나눈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행복해 했습니다. 행복은 사랑의 수고입니다.”
글은 분명 혼자 쓰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명예나 만족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보다 글동무들의 어려운 사정을 서로 살피고 나누며 글을 쓰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글과 사람을 같이 얻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라는 평생 경험을 술회하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행복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글을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나눈 삶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음이 큰 기쁨이다. 문학 아카데미등을 열어 꾸준히 창작 수련을 쌓고, <버클리 문학지>를 통해 지난 10년간, 10명의 문우들이 시와 수필, 시조로 등단했다.
또 행복한 이유들을 큰 틀에서 살펴본다. 첫째, 우리는 한국과 미국, 두 문화권을 오래 습득한 이민자들이다. 단일 문화권에서만 산 사람과 체험의 심도와 다양성이 다르다. 비록 전문 작가가 아닐지라도 이민자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독특한 삶의 기쁨과 고통을 나누며 정체성있는 글을 쓸 수 있으니 행복하다.
<버클리 문학> 문우들도 다양한 생활인들이다. 미국에서 삶의 터전을 다지고 2세들을 키우면서 교수, 화가, 의사, 엔지니어, 요리사, 간호사, 출판인, 회계사, 음악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글을 써왔다. 이민 생활인으로의 사고와 감성, 경륜을 통해 새로운 이민 문학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또 하나는 버클리라는 지역적인 장점이다. 버클리 대학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문학이 그 프론티어에 있는 이민 문학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곳이다. 이민 문학은 이제 한국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의 첨단에서 모국어로 쓴 이민자들의 삶이 농축된 또 하나의 한국문학의 현장이자 중요한 축이란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행운이 겹쳤다. 이번 5호에도 버클리 대학의 동아시아 한국학 센터(CKS)와 대산 재단이 주관하는 교환 학자 프로그램에 다녀간 한국의 문학자, 문인들을 포함, 20여명과 이곳 동포 문인 23명이 함께 필진으로 참여했다. 오세영, 김광규, 김승희, 이재무, 정끝별 등 한국의 시인들과 버클리 대학의 클레어 유, 김경년 교수등이 옥고를 실었다.
사실 <버클리 문학>의 발간은 한국이나 미주에서 처음 시도된 일이다. 동포들만의 글을 모은 책들은 많지만 한국의 대표적 문인들과 동포 문학인들이 함께 문학지를 낸 것은 이민 문학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이민 문학사에 새 지평을 여는 노력으로 자부하고 있다. 행복한 일이다.
이번 호의 특집은 지난 4월, 버클리대와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버클리 문학> 고문이신, 권영민교수께서 기획, 주관한 “한국문학 국제 학술대회” 의 발표문들을 실었다.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캐나다, 호주, 브라질, 러시아 등, 세계 14개국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소장 교수들이 버클리, 한자리에 모여 개최한 학술대회의 주제, ‘세계 속의 한국문학’을 특집제목으로 삼았다.
흔쾌히 옥고를 특집으로 게재해 주신 권영민 교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본회 창립멤버로, 자문위원으로 <버클리 문학> 발간에 크게 기여해 온 김완하 교수께도 큰 고마움을 전한다.
더불어, <버클리 문학>을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않은 모든 문우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창립 후 수년간 안살림을 맡아 내실을 기해준 강학희, 정은숙 시인 및 임원들과 회원 친목을 위해 헌신하신 김종훈 수필가님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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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수필가, <버클리 문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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