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실률이 올라가고 매출이 떨어진다. 그렇게 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중역회의가 열린다. 원인 분석에 들어가니 진단이 바로 나온다. 직원들이 불친절한 것이다. 진단이 나왔으면 처방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수업시간에 이것을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친절 매뉴얼을 한층 강화한다”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시킨다” 등이다. 이미 200장이 넘는 매뉴얼을 300장으로 만든다고 일이 해결되겠는가. 교육도, 훈련도 지겹도록 해봤다. 결국 처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직원은 이렇게 해야 좋을지 저렇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를 때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더 친절한 쪽으로 행동하라.’ 규칙은 간단해야 실천하기 쉽다. 쉽게 말해 고객이 돼보라고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제 불평불만이 접수됐을 때 매뉴얼에 없다고, 규정에 위반된다고 매니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 자리에서 고객의 입장이 돼보는 길밖에 없다.
미국의 또 다른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거기 프런트데스크입니까. 여기 1405실인데 TV가 안 나오네요. 빨리 고쳐주세요. 지금 중요한 축구 중계를 봐야 합니다. 당장요!”
화난 목소리로 다그치는 고객은 전화를 ‘쾅’ 하고 끊는다. 직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왜? 새벽2시에 걸려온 이 불만 전화를 즉각 처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자를 24시간 대기시키면 몰라도 하필 한밤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일은 아니다. 그때마다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고비용 대책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처방이 나온다. 청소부에게 모든 객실 내 가전제품의 작동 여부를 체크하는 권한과 의무를 준다. 침대 시트 커버를 바꾸는 일 외에 TV·에어컨·냉장고·전등 등을 매번 켰다 껐다 하면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을 프런트데스크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런트데스크에는 청소부들의 보고를 접수하고 그들의 업무를 평가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것으로 게임 끝! 이제 테크니션이 밤에도 근무해야 할 이유가 확 줄었다. 이것이 바로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다.
한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객들이 자꾸 거래선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렇게 된 지가 벌써 1년도 넘었다. 중역회의가 열린다. 원인이 뭘까. 품질이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걸까, 가격이 비싼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지가 않다. 원인은 도대체 뭘까. 대대적인 혁신을 하기 전에 단골고객들에게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김 사장, 물어보시니까 솔직히 얘기하죠. 저번에 거래선을 바꾼 박 사장이 이래요. ‘그 공장 사무실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 의자가 너무 딱딱해. 커피도 너무 맛이 없어. 그러니 길게 얘기할 기분이 아니야. 바닥은 또 얼마나 더러운지’라고.” 제품 혁신도 물론 중요하다. 핵심역량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물어봐야 아는 법이다.
“남이 나한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남한테 하지 말라.”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서(恕)의 정신이다. 이렇게 살면 적어도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구태여 싫어할 것이 뻔한 일을 왜 하는가. 그러나 아쉬운 점은 감동을 주는 행동은 아직 잘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남이 나한테 해주기를 원하는 것을 남한테 먼저 하라.” 바로 예수가 말한 긍정적 황금률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남들도 원한다는 전제조건에서 이것은 남에게 적극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적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사전에 알아서 해주면 고객은 대단히 만족할 것이다. 내 비즈니스가 얼마나 잘될 것인지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얼마나 많이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에 달렸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고객 중심 백금률(Platinum Ru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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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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