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룸버그의 할아버지는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다. 마이클의 아버지 윌리엄은 벨라루스 이민자의 딸을 아내로 맞아 매사추세츠 브라이튼에서 마이클을 낳았다.
회계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마이클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부유하지도 않은 삶이었다. 존스 합킨스에 들어가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다른 중산층 자녀와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으며 파킹장 관리인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가 남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 첫 사건은 졸업 후 1년만인 1965년 모교에 5달러를 기부한 일이다. 사회 초년병으로 생활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에게 지식과 함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그의 학교에 대한 기부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꾸준히 커졌다. 2018년 이전 이미 15억 달러를 기부한 그는 그해 다시 18억 달러를 저소득층 학자금으로 내놨다. 단일 학교에 대한 기부로는 최대 액수인 이 돈으로 존스 합킨스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학생이 학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 됐다.
블룸버그는 하버드에서 MBA를 따고 증권사에 들어간 후 자기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그의 재산은 560억 달러로 미국에서 9번째로 많고 트럼프의 20~30배에 달한다.
그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시장을 역임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업적을 쌓았다. 이 기간 뉴욕은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사회적으로 안전해졌으며 재정적으로 튼튼해졌다. 그가 성공적인 기업가이고 정치인이며 자선가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이 정도 자격을 갖춘 인물도 찾기 어렵다.
그런 그가 2020년 대선에 뛰어들 차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앨라배마 민주당 경선에 후보로 등록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을 대선 참가의 신호로 보고 있다.
그의 대선 도전은 때가 늦었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을 포기한 것도 이례적이다. 소소한 주를 포기하더라도 플로리다와 수퍼 화요일 같이 많은 표가 결정되는 예선에서 이기면 민주당 지명을 따낼 수 있다는 계산인데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8년 당시만 해도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공화당의 루디 줄리아니가 이렇게 하다가 명함도 제대로 내밀어 보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블룸버그가 이같은 전략을 택한 것은 조 바이든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바이든은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참패할 경우 엘리자벳 워런의 승리가 유력해지며 워런 같은 극좌 성향의 후보가 트럼프와 붙어 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민주당원이 블룸버그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을 결정할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이나 워런, 샌더스와 대등하거나 우세하며 워런과 붙을 경우 승산은 더 커지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탄핵 위기에 놓여 있는 트럼프가 이처럼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40%에 달하는 고정표가 있는데다 민주당 후보들이 너무 약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졸린 조(Sleepy Joe)’라는 별명답게 왜 대통령에 나왔는지가 불분명한 상태고 워런이나 샌더스는 현실성이 희박한 ‘전국민 메디케어’와 중과세안을 들고 나와 많은 중도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보다는 블룸버그가 본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을 경우 승산이 더 커 보인다.
문제는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다. 결론은 ‘어렵다’이다. 지금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좌편향이 심하다. 그런 상황에서 억만장자 후보가 뒤늦게 뛰어들어 워런과 샌더스를 물리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0.1%가 돈으로 선거를 사려 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다. 오히려 바이든에게 갈 온건표를 갈라 워런이나 샌더스의 승리를 도와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총기규제와 지구온난화 방지 등을 지지하면서도 범죄퇴치와 경제활성화 등 온건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이슈를 장악하고 있는 블룸버그는 이상적인 후보이면서 훌륭한 대통령감이지만 당내 경선이란 벽에 걸려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정치인생을 마감할 것 같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나도 좋아하지만 아직은 유태인이 미국 대통령이되긴 때가 너무 일른것같음. 현재 흑인, 아랍계인, 동양인 그리고 라티노도 대통령으로 뽑아줄수있는 정서가 있지만 유태인은 아직은 아니죠. 아마 20년쯤 후엔 유태인도 미국 대통령이 될수 있을겁니다.
정말 대통령감 나라를 위할줄 알고 나라의 장래 국민의 건강을 위해 뉴욕시장때 한 일들을 보면서 정말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늘이도와 잘 될 걸로 믿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