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류는 부와 빈곤, 그 격차와 해소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빈곤과 싸우는 비영리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26명의 최고 억만장자가 빈곤층 38억명의 재산과 맞먹는 부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싱크탱크인 ‘싱크프로그레스’에 따르면 미국 최고 1%의 부자들은 미국 국부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80%는 겨우 7%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미국의 대학생들이 ‘우리는 99%(We are the 99%)’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를 미국식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벌인 이유도 소득의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밖에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100명 가운데 11명이 사내에서 중간 수준 급여를 받는 사원보다 1,000배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LA, 뉴욕 등 미 대도시도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폭증하는 홈리스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오는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취소되는 등 빈부격차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운데 아카데미상 수상을 예상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 주제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인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고갑부들 조차도 이젠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발벗고 나섰다. 헤지펀드계의 큰 손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최근 한 경제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무에서 시작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지만, 미국은 더 이상 그 같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당면한 문제들로 불공평한 교육 기회, 사법 정의를 꼽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자들에 대한 증세, 특히 상위 1%에 대한 세금 확대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빈부격차가 계속 심화되면 결국 미국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실제로 자선이라는 행동으로 옮기는 양심적인 부자들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이다.
워렌 버펫과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부터 미 억만장자들과의 비공개 만찬 모임에서 ‘기부 서약(Giving Pledg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부 서약은 억만장자들이 앞장서 전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고 이 돈으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CNN 창업자 테드 터너 등 억만장자 204명이 이에 동조해 재산의 50%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부자인 채 죽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며 부의 사회 환원이 부자들의 신성한 의무임을 강조했다.
중화권 스타 주윤발도 자신의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서 “돈은 나의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잠시 보관을 하는 것”이라며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며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가난한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많지 않더라도 일정 액수를 정기적으로 구호단체 등에 기부함으로써 홈리스나 극빈층을 도울 수 있다. 만약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자신이 가진 시간이나 재능을 나누는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의류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이 자신의 재고물품을 극빈층이나 노인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평소에 쓸만한 물건들을 적십자사의 구호물품기부에 보탤 수도 있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더 크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곧 추운 연말이 다가온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빈부격차문제를 ‘강건너 불’로 보지 않고 공동체의 문제로 여기면서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
박흥률 특집기획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