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표준화시험이다. SAT와 ACT로 대표되는 표준화시험은 대학입학 전형에서 내신 성적과 함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표준화시험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시카고 대학을 비롯 주요 명문대들이 잇달아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 폐지를 선언했다. 전국 최대 주립대학 시스템인 UC도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변경하는 입학사정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이번에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표준화시험 입학 전형과 관련, UC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캄튼통합교육구와 커뮤니티 연합 등은 “UC의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는 명백한 차별행위”라며 “당장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 폐지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소송도 불사 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캄튼 통합교육구의 가난한 학생들은 SAT 학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않는데다 비영리 단체나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무료 SAT 준비 클래스는 큰 효과가 없어 사설학원을 다닌 학생들에 비해 SAT 성적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표준화시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들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는 불평등 시비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부에서는 ‘표준화시험 점수=부모의 재력’이라는 극단적인 비유도 마다하지 않는다. 표준화시험이 저소득층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ACT와 SAT 점수는 가구 소득, 어머니의 교육 수준, 인종과 상관관계가 크다”며 백인일수록, 대졸자 어머니를 둔 부유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SAT와 ACT 점수가 더 높을 가능성이 확연하다고 주장한다. ‘튜터스닷컴’에 따르면 SAT 튜터링 비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간당 평균 70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
표준화시험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올 초 발생한 사상최대의 대입 부정 스캔들이었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이 브로커와 짜고 SAT나 ACT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입 전형기준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했다.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버크넬대, 드퓨대, 페어레이 디킨슨대, 페리스주립대, 에어그린 주립대, 덴버대, 미네소타대 크룩슨 캠퍼스대 등은 새 입시 전형을 발표하면서 표준화시험 점수 요구 규정을 아예 폐지했다.
하지만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폐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뿐 더러 파급력도 상당하다. 대입 전형 기준의 두 개의 중심축 중 하나가 제외된다면 내신 성적과 과외활동 등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많은 대학들은 “지원자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데 표준화시험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가”라며 우려한다. 물론 최근에는 너무 많은 지원자들이 빵빵한 표준화시험 점수와 내신성적으로 무장하면서 주요 대학들 사이에서는 이 두 가지의 전형 기준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내신성적의 경우 인플레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기준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고교 평균 학점은 매년 상승하며 2016학년도에는 평균 학점이 4점 만점에 3.38점으로 나왔다. 현재 10대들의 절반가량이 평균 A학점으로 고교를 졸업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 “A학점이 진짜 우수한 성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토로가 나오는 이유다.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의 전면 폐지는 한인 등 아시안 학생에게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AT, ACT와 마찬가지로 아시안의 평균 학점은 3.26으로 백인(3.09)을 제친 것은 물론 히스패닉(2.84), 흑인(2.69)보다 크게 높다. 가뜩이나 인위적 어퍼머티브액션 정책으로 대입 역차별 논란에 휩싸인 아시안 학생에게 악재가 될 소지가 있다.
표준화 시험 점수 제출 폐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지만 주요 대학들의 입학 전형정책이 단기간에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교육전문매체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가 최근 발표한 전국 대학입학처장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60% 이상이 향후 10년 간 SAT·ACT 점수 제출 의무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교육계에서도 “표준화시험 없이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들만으로는 대입전형을 실시한다면 지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 실행 여부는 미지수로 점치고 있다. 게다가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변경한 시카고대 등의 입시 전형 결과가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표준화시험 논란이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교육계의 커다란 딜레마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입지원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학업과 비교과 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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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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