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홀랜더 / 브랜다이스대 음악학과 박사과정
어떤 나라, 어떤 사람, 어떤 문화의 마음(heart, 역주: 혼, 중심, 정수)은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민족학적 관심이 열렬한 사람이라면 어떤 나라의 마음을 경험하는 기회를 간혹 얻을 수도 있고, 경험이 많은 여행가라면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 함께 휩쓸려 본다거나 그들의 소란스런 모임에 참여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 더 깊이 있는 마음/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외국인이 어떤 다른 민족의 중심에 있는 아이콘 같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문화 전통의 정수를 경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문화의 경우에서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의외로 이러한 기회가 주변에 가까이 있음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지난 9월 29일 뉴잉글랜드음악원의 조던 홀에서 열린 공연이 바로 이러한 기회였다.
보스턴 한미예술협회가 주최한 이 공연에서는 한국적인 소리와 북소리, 사람들, 그리고 문화적 소울(soul)이 무대에서 올려졌는데, 흥겨움과 경이로움, 격렬함이 혼합된 열띤 분위기가 가득했다. 또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친밀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전통 국악의 춤과 음악, 드라마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 날의 프로그램에는 오페라와 같은 판소리, 무속 음악, 즉흥곡 등의 음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청중을 위해서 한국 음악을 서양 음악과 계속적으로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물론, 국악에는 서양 클래식 음악 못지않은 세련됨과 깊이가 있다. 그러나 국악은 그 자체로 지닌 가치가 있으며 그 자체로 들을 만한 음악인 것이다. 국악은 설명을 통해 이해될 수 없으며, 오직 들음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다.
공연 전체를 통해 한국적인 소리는 독주와 합주의 형식으로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원완철의 태평소는 자극적이고도 맹렬한 음색으로 울렸으며, 임현빈의 판소리는 연주자의 몰입이 정말 대단했다. 이태백의 아쟁은 투박한 음색이 매력적이었으며, 원완철의 대금은 고대를 떠오르게 하는 음색과 세련됨을 갖추어 한국의 바람 소리가 마치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지영의 가야금 연주는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음향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최고의 순간을 선사했다.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의 측면에서 보스턴 한미예술협회는 두 가지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판소리 “심청가”에 첼로를 추가하여 소리꾼과 함께 연주하게 한 것이고, 두 번째는 2부 순서에서 이지영의 가야금 연주에 맞추어 보스턴 발레단의 무용수인 한서혜와 존 람이 춤을 춤으로써 서로 다른 예술 분야 간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에게 최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언제나 존경을 받지만, 다양한 예술인을 참여시킨 노력에 대해서 예술협회는 특별히 칭찬을 받을 만하다. 두 번째는 ‘참된 퓨전’이었는데, 본질적으로 다른 구성 요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음악과 춤 사이의 정확한 동시적 일치감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실험적인 조화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완전히 뛰어 넘는 감정적 진실성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스턴 한미예술협회는 따뜻하고도 넉넉하게 우리가 한국의 마음을, 그리고 그 소리를 온전히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우리도 이에 응답해야 한다. 각자의 작은 방식으로 개인적 영역을 나눔으로써, 더욱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예술의 만남을 통해 더욱 많은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에릭 홀랜더(Eric Hollander)는 브랜다이스 대학교 음악학과의 박사과정 학생으로, 시적인 텍스트 및 구전 전통의 음악적 형상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번역: 우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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