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물리학자 엘로 아르파드 창안한 ‘랭킹 방정식’ 사용
한국 현재 랭킹 37위…역대 최고랭킹은 1998년 17위
▶ 2010년 89위 남아공, 9위 프랑스 꺾는 역대 최대 이변
러시아월드컵서 독일에 2-0 한국 승리도 역대급‘이변’
손흥민이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토니 크로스를 제치고 돌진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FIFA랭킹 1위 독일을 꺾는 역대 최고급 이변을 만들어냈다. [뉴시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는 축구다. 지난해 기준 유엔 회원국은 195개국이고 올림픽 회원국은 이 보다 많은 206개국에 달한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된 국가는 이를 뛰어넘은 211개국에 달한다. 축구의 인기를 반영하는 수치다. 축구는 둥근 공과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 약간의 사람들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특히 대표팀 경기는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어떨 때는 내전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국가별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독일과 브라질처럼 월드컵 우승이 아니면 실패했다고 규정짓는 팀이 있는 반면, 월드컵 진출만으로 온 전역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나라도 있다. 실력이 떨어지는 누군가에게는 대륙별 대회 본선 진출이 꿈이 되기도 한다.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차가 존재하지만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200여개 나라들을 실력 순으로 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브라질이 한국보다 축구를 잘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지만, 얼마나 잘한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해당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매달 발표하는 FIFA 랭킹이다.
■1992년 시작된 FIFA 랭킹의 변화
FIFA 랭킹의 시초는 199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축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FIFA는 체계적 랭킹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FIFA 랭킹 제도를 도입했다.
최초 순위 책정 방식은 무척 단순했다. FIFA가 주관하는 공식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3점을, 무승부의 경우 1점씩을 나눠 가졌다. 국가 간 실력차와 경기의 중요성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패해도 감점이 없었기에 무조건 많은 경기를 치르는 팀이 유리했다. 한국이 역대 최고인 17위(1998년)까지 오른 것도 이 시기였다.
1999년에 들어 시스템은 한층 세분화 됐다. 포인트가 크게 늘어나면서 승리팀은 최대 30점까지 얻을 수 있었다. 홈·원정의 구분과 경기의 중요성, 득점수 등이 새로운 요소로 등장했다. 7년 가량 통용된 이 시스템은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전문성을 잡지는 못했다.
FIFA는 2006년 독일월드컵 직후 계산법에 다시 한 번 손을 댔다. 8년치 경기를 기반으로 점수를 줬던 방식에서 탈피해 그 기간을 절반인 4년으로 줄였다. 이 기간 동안 얻은 결과에 경기 중요도, 상대 랭킹, 대륙별 가중치 등 몇 가지 수치를 보태 최종 순위를 산정했다.
친선경기 1.0배, 월드컵 예선 2.5배, 대륙 선수권 대회 3.0배, 월드컵 4.0배의 가중치를 주는 계산법도 탄생했다. 월드컵에서 승리하면 친선전보다 4배 많은 점수를 얻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간에 따라 차등을 줬다는 것이다. FIFA는 4년 성적을 12개월씩 네 등분을 쪼개 관리했다.
12개월 이내 성적 승리에는 높은 가중치를 뒀고, 13개월~24개월, 25개월~36개월, 37개월~48개월순으로 차등 배분했다. 각국의 최근 경기력을 담기 위한 노력이었다. 한국은 이 랭킹 시스템이 쓰이던 2014년 11월 역대 가장 낮은 69위까지 밀린 바 있다.
■미국 물리학자 엘로 아르파드 창안한 ‘엘로 레이팅’ 도입
러시아월드컵 직후 FIFA는 2년 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4번째 계산법을 내놨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던 FIFA는 엘로(Elo) 레이팅 시스템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엘로 레이팅 시스템은 미국 물리학자 엘로 아르파드(1903년~1992년)가 창안한 것으로 상대하는 팀 간의 실력차를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승리시 3점이 1점으로, 무승부시 1점에서 0.5점으로 낮아졌으나 다른 항목들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나눠 객관성을 보완했다. 대륙별 가중치 항목이 사라지고 상대팀 점수에 따른 가중치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친선전이 아닌 타이틀이 걸린 대회의 중요성은 증대됐다. 또한 같은 대회에도 8강전 이후(월드컵 기준)에는 더욱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상위팀을 이기면 점수가 더욱 많이 오르고, 하위팀에 지면 그만큼 낙폭이 커졌다.
새 랭킹 시스템의 공식은 ‘Pbefore+I*(W-We)’이다. 이 복잡한 수학 공식같은 방정식은 무엇일까.
‘Pbefore’는 지난 달 점수를, I는 경기의 중요성을 뜻한다. FIFA가 주관하는 A매치 데이 때 열리는 경기의 I는 10점,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예선은 15점, 월드컵 예선은 25점, 월드컵 조별리그는 35점, 월드컵 8강까지는 50점, 8강 이후로는 60점으로 계산된다.
W는 경기 결과다. 앞서 언급했듯 승리시 1점, 무승부시 0.5점, 패배시 0점이다. 승리 확률을 의미하는 We에는 ‘1/(10(-dr/600)+1)’라는 세부 공식이 등장한다. dr은 두 팀 간 점수차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보자. 피파랭킹 점수 1300점을 보유한 A팀과 1500점의 B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팀이 맞붙는 가상의 무대는 월드컵 예선이다. 결과는 점수가 낮은 A팀의 승리였다. A팀과 B팀 간 dr은 200점이다.
이 경우 A팀은 1300+25*(1-(1/(10exp(-(1300-1500)/600)+1)))라는 공식에 따라 17점을 얻는다. 반대로 B팀은 17점이 깎인다. 해당 점수는 다음달 랭킹에 바로 반영된다.
현재 9월 기준 FIFA 랭킹대로라면 아시아 최강은 이란이다. 1,522점으로 23위다. 한국(1,470점)은 이란과 일본(1,490점)에 이어 아시아 3위이자 전체 37위다. 한국의 역대 최악 FIFA랭킹은 2015년 기록한 69위였고 최고 순위는 새 계산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인 1998년 17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한국은 FIFA랭킹 22위를 차지하며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를 차지했었다.
FIFA는 틈틈이 단점을 보안한 공식을 발표하면서 랭킹의 신뢰성을 답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FIFA 랭킹이 실력을 가늠할 완벽한 척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어떤 계산법이 등장하더라도 팀들의 실력을 객관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현 FIFA 랭킹 1위는 벨기에지만 벨기에가 세계에서 가장 최고의 축구강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가 가진 최고의 매력인 불확실성이다.
■FIFA 랭킹으로 본 역대 최고의 이변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랭킹 74위 였던 나이지리아가 15위 스페인을 3-2로 꺾은 것은 월드컵 이변 중 하나로 기억된다. 랭킹 차가 59계단 차이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89위 남아공이 9위 프랑스를 2-1로 꺾은 것도 역대 최고급 이변으로 꼽힌다. 또 러시아 월드컵에서 57위였던 한국이 세계 1위 독일을 2-0으로 잡은 ‘카잔 대첩’ 또한 역대급 ‘언더독’의 반란으로 분류된다. 우승을 노리던 독일은 한국에 덜미를 잡혀 사상 첫 16강 진출 실패라는 참사를 당했다.
이렇듯 FIFA랭킹과는 무관한 이변이 축구에서는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 축구공은 둥글다고 말한다.
<뉴시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