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작곡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나는 샌프란시스로 이주하여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작곡가로서의 삶을 새로 시작했다. 이곳에서 작품 의뢰를 받기 시작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 새로운 도시에서 내가 처음 만났던 작곡가들 중 한 명은, 나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성작곡가였다. 이 친구는 누군가가 작품을 의뢰할 때까지 펜을 들지 않겠다고 내게 말했다. 그의 말에 좀 놀라서 누가 나를 알아보던 아니던 나는 매일 작곡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이 친구는 나와 마찬가지로 당시보다 나이를 먹은 사람이 됐고, 매우 훌륭한 음악교사로 살고 있는데 아직도 펜을 들지 않고 있다. 나는 작품 의뢰를 받기 시작했을 때까지 무명의 작곡가로 계속 작품을 썼다.
그러면 왜 작품을 매일 쓰는가? 첫째는, 늘 사용하는 연장이 날카로운 것과 같은 이유이다. 둘째는, 음악이라는 살아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다. 그리고 음 하나 하나 쓸 적마다 내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면서도(이것은 오히려 작품 쓰는 나에게 긍정적인 면이 되기도 한다!), 나는 작품 쓰는 일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늘 알고 있지도 않고, 오늘 나의 일을 마치는 순간에 내가 어떤 음악을 쓰고 있을는지 안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쓰는 이 작품의 마지막 음이 무엇일지는 더욱 알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그들은 직장을 갖고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갖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나는 지난 40년 동안 작곡을 나의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 이것은 직장 혹은 커리어 혹은 권위있는 위치가 아닌 - 오직 천직일 뿐이다.
오는 10월 27일 오후 4시에 샌프란시스코의 오울드 퍼스트 콘서트 시리즈에서 다섯 명의 베이지역 음악가들과 서울에서 올 한 명의 음악가가 내 작품 7개로 이루어진 음악회를 할 예정인데 그 중 4개는 새로 쓴 작품이다.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레인 스터디(피아노 독주곡, 1999년 작곡) - 한국 민요 ‘산염불’에 바탕을 두고 작곡했다. 가사는 ‘서산낙조에 지는 해는 내일 아침에 다시 뜨건만 / 한번 간 인생은 다시 오지 않는구나’.
▲감사의 행복을 노래하면(가야금병창, 2009년 작곡) - 이해인 수녀님의 수필에서, 수녀님의 허락을 받고, 발췌하여 가사로 사용했다.
▲장작개비의 노래(가야금 독주곡, 2010년 작곡) - 하이미 드 앤줄로 님의 시 ‘장작개비의 노래’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 나는 늙었어요. 나는 뒤틀렸어요. 나는 바짝 말랐어요. 나는 몹시 추워요. 불 좀 피웁시다요! 헤..헤헤…히히히. (불을 피우니 따뜻하네요!) 자아, 이제 모두 춤을 춥시다아…
▲흔하고 하찮은(가야금 독주곡, 2019년 작곡) - 폴란드의 화가 조세프 찹스키 님이 본인의 그림들에 대해 했던 말로부터 영향을 받아 썼다. 그의 말 - “흔하고 하찮은 것 하나 하나는 별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그 ‘흔하고 하찮은 것’이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오래된 노래에게(바리톤과 피아노, 2019년 작곡) - 중국 남송의 시인 신기질(辛棄疾) 님의 시를 가사로 사용했다. - 오래된 노래에게 - 내가 젊었을 적에는 / 슬픔의 맛을 본 적이 없었어요 / 나는 유명한 시인이 되고 싶었죠 / 나는 남들을 제치고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 슬픈 척했어요 / 노인이 되기까지 / 온갖 슬픔의 깊이를 겪은 나는 / 이제 편히 지내는 것에 만족해요 / 그리고 쨍 하니 맑은 가을을 누리지요
▲거대한 소음(피아노 독주곡, 2019년 작곡) - 같은 제목의 카프카 님의 짧은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작곡했다.
▲안개의 노래(클라리넷, 바이올린, 베이스 고토, 피아노, 2019년 작곡) - 하이미 드 앤줄로 님의 시 두 편(‘안개’ & ‘밤의 미국삼나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썼다.
공연 직후에 청중 모두를 정중히 초대하여 리셉션이 있을 예정이다. 입장권 예매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가능하고(온라인 예매시 입장권 5불 - 25불) 공연 당일 공연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올드 퍼스트 교회 주소 1751 Sacramento St, San Francisco
https://www.oldfirstconcerts.org/performance/wooden-fish-ensemble-sunday-october-27-at-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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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효신 작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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