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회 ‘윤리와 종교 자유 위원회’(ERLC) 주관, 성폭행 피해 치유 컨퍼런스 ‘캐어링 웰’(Caring Well)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텍사스 주 그레이프바인에서 개최됐다. 컨퍼런스에는 성폭행 피해 생존자들이 참석, 피해 내용과 치유 과정을 다른 참석자들과 나눴다.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 포스트가 일부 생존자들의 경험담을 정리했다.
◇트라우마로 인한 영적 단절 막아야
머서 의과대학 학생처의 수잔 코돈 수석 학과장은 14살 때부터 시작된 끔찍한 경험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앨라배마 버밍햄 교외 지역의 남침례계 교회에 출석했던 그녀는 중·고등부 담당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성폭행은 18개월간 지속됐고 코돈은 용기를 내 교회 담임목사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담임목사가 중·고등부 목사를 해임하면서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담임목사가 악마의 손길을 퍼치기 시작했다. 이후 4~6개월 동안 담임목사의 성폭행에 시달린 그녀의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코돈 학과장은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내가 ‘하나님의 사람을 타락시켰다’라고 손가락질까지 했다”라며 당시 절망적인 상황을 떠 올렸다. 성폭행은 그녀가 16살이 되면서 그쳤지만 충격은 그녀의 정신 건강과 가정,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가족과 주변 믿음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아픈 상처를 극복한 코돈 학과장은 “트라우마로 인한 영적 단절은 영적 무관심의 모습으로 찾아온다”라며 “피해자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성폭행 생존자 모임 갖도록
소셜 미디어 전문가로 활동하는 메간 라이블리는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 소재 남침례 신학대학 재학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 라이블리는 학교 측에 성폭행 사실을 즉시 고발하고 보호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그녀가 잘못이라는 입장으로 라이블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라이블리는 “학교 측은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 죄 지은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라며 “내가 마치 학교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여겼다”라고 당시 상황을 나눴다.
이후 라이블리는 성폭행 피해 후유증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은 물론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2018년 그녀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다시 학교 측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목사인 남편과 학교 측 새 담당자의 지원으로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 라이블리는 “교회 내외부를 통해 성폭행 피해를 극복한 생존자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수님은 승리하셨고 우리는 그의 자녀’라는 사실을 믿고 함께 뭉쳐서 ‘적’을 물리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국만이 궁극적인 소망
재키 힐 페리는 ‘천국이 나의 궁극적인 소망’이라는 믿음으로 성추행 고통을 치유했다. 하나님의 치유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믿는 페리는 “천국에는 나를 이용할 남자가 없다. 천국에서는 하나님의 능력이 헌신을 위해서만 사용된다”라고 자신의 믿음을 밝혔다. 페리는 또 “성폭행의 피해가 고통스럽지만 고통이 영원하지 않다”라며 “트라우마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만이 우리 인생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계신다”라고 이야기했다.
페리가 성추행을 당한 시기는 성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6살 때였다. 알고 지내던 16살짜리 남자아이가 그녀를 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그녀에게 아픈 기억을 남겼다. 남자아이는 페리에게 성추행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페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리면 마치 나쁜 일에 연루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비밀로 감추고 살았다.
페리는 성폭행이란 단어의 뜻을 알게 된 14살이 되어서야 6살 때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한다. 고통은 결혼 후에도 지속됐다. 남편은 상호 보완 주의 관점으로 페리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그녀를 잘 이끌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성추행 가해 남자아이가 자신을 지배했다는 생각 때문에 남편의 헌신조차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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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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