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TV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잘 차려입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춤을 추고 있다.
'행오버’ 시리즈의 감독 타드 필립스가 장인의 솜씨를 보인 대단히 잘 만든 영화인데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비감하며 참담하다. DC만화의 인물인 배트맨의 천적으로 악마적 미소를 짓는 조커를 주인공으로 한 다크 코미디이자 성격 탐구영화요 폭력과 잔인이 있는 드라마인데 소외된 인간인 킬러 조커를 연민하게 된다. 그런 처지의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인간의 연민의 상실을 슬퍼하고 있다. 올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다.
그 동안 여러 영화에서 조커 역은 잭 니콜슨과 함께 ‘다크 나잇’에서 이 역으로 사후 오스카 조연상을 탄 히스 레저 등 여러 사람들이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연기파인 와킨 피닉스가 체중을 50파운드나 줄여 가면서 거의 가학적인 혼신의 연기를 한다.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청소부파업으로 수퍼쥐들이 창궐한 고댐시티에서 파티 광대로 일하는 아서 플렉(피닉스)의 꿈은 코미디언이 되는 것. 아서는 병약해 침대에 의존하는 어머니 페니(프랜시스 콘로이)를 극진히 돌보는 효자인데 느닷없이 “하 하”하면서 폭소를 터뜨리는 증세가 있다. 그래서 그는 주위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으면서 소외된 인간으로 산다.
영화는 처음에 광대가면과 복장을 하고 광고판을 든 아서에게 불량배들이 가차 없는 폭력행위를 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말을 들은 아서의 직장 동료가 아서에게 호신용으로 권총을 준다. 고댐시티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확연히 구분돼 혼란으로 치닫는 어두운 도시로 요즘 시의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를 시정하겠다며 시장 선거에 나선 사람이 토마스 웨인. 그의 어린 아들의 이름이 브루스 웨인. 브루스 웨인은 후에 만화에서 배트맨이 된다. 토마스는 과거 페니를 고용했다가 해고한 주인으로 이로 인해 아서의 원한의 대상이 된다.
외톨이인 아서의 유일한 낙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머리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이 호스트인 심야 토크쇼 ‘라이브 위드 머리 프랭클린’을 보면서 언젠가 그 쇼에 출연하는 꿈을 꾸는 것. 아서는 쇼에 나갈 것을 대비해 리허설까지 하는데 그는 이렇게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혼동하면서 산다. 이 심야 토크쇼 부분은 마틴 스코르세이지가 감독하고 드 니로와 제리 루이스가 공연한 다크 코미디 ‘킹 오브 코미디’에 바치는 헌사다.
아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여자(자지 비츠)와 관계를 맺으면서 위로를 받지만 이 관계도 소외의식이 불치의 지경에 이른 그를 구원하진 못한다.
어느 날 밤 광대가면과 복장을 하고 전철을 탄 아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정장한 세 명의 남자를 권총으로 사살하면서 이 광대는 일약 못 가진 자들의 영웅이 된다. 아서는 살인 후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고 온 몸을 비틀면서 춤을 추는데 아서는 내면의 좌절과 분노와 소외감을 말 대신 동작으로 표현하겠다는 듯이 춤을 많이 춘다.
아서의 꿈이 현실화해 아서는 광대차림으로 머리 프랭클린 쇼에 출연하는데 여기서 그의 사회와 인간들에 대한 좌절이 폭력으로 노출된다. 피닉스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거의 폭력행사와도 같은 것. 촬영과 현악기의 둔중한 음악도 아주 좋다. 영화는 속편을 예고하면서 끝나지만 피닉스가 속편을 만드는 배우가 아니어서 미지수다. R등급.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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