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미 전국에 휘몰아친 양극화 당파 대결의 폭풍 속에서 불과 두 표 차이로 인준 받았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금년 가을의 문턱에서 다시 ‘성추문’ 후폭풍에 휩싸였다.
17일 아리아나 프레슬리 민주당 연방하원 의원은 캐버노 대법관 탄핵 결의안을 제출했다. 탄핵 관련 조사 착수를 위한 첫 단계다. 같은 날 민주 대선주자인 카말라 해리스는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캐버노의 성추문 진상과 그가 인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외부 태스크포스 구성을 요청했다.
대법관 취임 1년이 다 되어가는 캐버노가 다시 민주당의 타깃이 된 계기는 지난 주말 워싱턴 정가를 술렁이게 한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였다. 10개월 동안 캐버노 관련 심층취재를 해온 2명의 NYT 기자가 그 결과를 담은 신간 ‘브렛 캐버너의 교육’ 출판을 앞두고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한 에세이였다. 캐버노가 예일대 재학시절 기숙사 파티에서 만취상태로 여학생에게 행한 부적절한 성추행 등이 한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도되었다. 캐버노의 성추문 의혹을 조사했던 FBI가 인터뷰한바 있는 데보라 라미레즈 케이스다.
에세이는 당시 청문회에서 하이스쿨 때 캐버노의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해 증언했던 피해자 크리스틴 포드 사례와 함께 또 하나 새로운 사례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라미레즈 케이스와 거의 흡사한 내용으로 목격자인 남학생 맥스 스타이어 현 변호사가 제보한 내용이었다.(NYT 에디터들은 기사 초판에서 피해여성의 이름을 명시하고 그녀가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친구들에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에세이의 초고 내용을 뺐다가 나중에 집어넣었다)
캐버노는 청문회에서 포드와 라미레즈의 주장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고, NYT가 이번에 새로 보도한 사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에세이는 또 FBI가 라미레즈와 인터뷰 후 ‘신빙성 있다’고 인정했음에도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고 스타이어의 제보를 받고도 후속 조치가 없었으며 라미레즈 측이 25명의 증인 명단을 제공했지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FBI의 부실 수사를 시사했다.
워싱턴은 즉각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캐버노 인준에 대한 분노를 아직 삭히지 못한 민주당에선 ‘캐버노 대법관 탄핵’과 ‘재수사’ 촉구가 잇달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근거 없는 중상모략, 가짜뉴스…마녀사냥’이라고 반박하며 캐버노를 강력 옹호했다.
“인준은 면죄부가 아니다. 새롭게 드러난 것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 캐버노도, 그를 지명했던 사람처럼 탄핵되어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워런과 해리스 등 최소 6명의 민주 대선주자들과 리버럴 의원들이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탄핵 가능성은 아주, 아주 희박하다.
탄핵절차는 대법관도 대통령과 같다. 하원 법사위에서 조사에 착수해 탄핵안이 과반수로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으로 보내져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어야 한다.
연방대법관이 탄핵으로 쫓겨난 사례는 미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 1804년 새뮤얼 체이스 대법관의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다음해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탄핵사유는 ‘너무 당파적이기 때문’이었다니…만약 그 사유가 지금도 유효하다면 연방대법원은 ‘빈집’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법무부가 캐버노를 구조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럴 필요조차도 없다. 요즘 같은 양극화 정세에서 공화주도 상원이 캐버노 탄핵안을 가결시킬 일도 없겠지만 민주당 하원에서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진보파의 탄핵 추진에 대해 한 중진의원의 “꿈 깨라”는 한 마디가 말해주듯 비현실적인 소모적 주장으로 일축하는 것이 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당의 대체적 분위기다.
그렇다고 캐버노 탄핵이슈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한다. 그의 성추문 후폭풍이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 정치적 무기가 될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성표 동원에, 공화당은 보수표 동원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여러 선거를 통해 성추문 의혹은 여성표밭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 왔고, 상당수 공화의원들은 2018년 캐버노 인준청문회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반발이 그해 11월 공화당 상원 수성의 요인이었다고 믿는다.
행정부의 트럼프 대통령, 입법부의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대표, 그리고 사법부의 캐버노 대법관을 현 정부의 3부를 정의하는 ‘세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이 민주당 2020년 플랜이라고 악시오스도 분석했다. 공화당의 부패와 편법의 상징으로 공격하려는 것이다.
캐버노 퇴출 시도의 주요목적이 ‘미국 최고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내년 선거에 활용할 정치적 무기화인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치적 무기로서의 효용가치가 얼마나 클 것인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확실해 보이는 것은 오래 계속될 캐버노 대법관의 건재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성추문 의혹이 이번처럼 예고 없이 튀어나와 후폭풍을 일으키며 계속 분열의 쟁점이 될 것 또한 확실해 보인다.
<
박록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캐버노 스캔들의 대충대충 봉합의 댓가가 민주당의 하원장악이다. 앞으로도 국민을 속이고 무시하면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한참을 생각해도 무슨말을 해야 적절한지 통 좋은 단어가 떠오지 않는구나,이런자 들이(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에)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거라는건 뻔할 뻔 한데도 미친듯이 따르는 지지자가 있다는게, 보통사람은 한번 거짖말을하고도 부끄러워 목숨까지 포기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12000번이상 매일 입만 열었다하면 거짖말로 사람들을 우롱하고 있는이가 있으니,...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