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의 딸을 둘러싼 의혹들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가운데 딸이 부적절하게 장학금을 수혜했다는 보도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후보자의 딸은 성적 미달로 두 차례나 유급이 됐는데도 6학기 동안 무려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 수령 당시 민정수석이던 후보자가 지도교수에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서도 올 초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부정입학 비리 사건에 이어 최근 일리노이주에서는 부유층들의 대학 재정보조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등록금이 워낙 비싸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장학금이나 재정보조 없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력 있는 부모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재정보조, 생활 장학금을 가로챈 것이다. 특히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학부모들 중에는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과 고소득층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다. 저소득층 재정보조를 받기 위해 10대 자녀의 ‘가디언십’, 즉 후견인을 스스로 포기한다. 주로 대입을 앞둔 11학년이나 12학년 쯤 친구나 친척, 지인에게 후견인 자리를 넘기는 것이다. 자녀들이 18세가 되면 ‘재정적 독립자’로 간주돼 이들의 수입만 고려해 대학 재정 지원을 따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부모가 후견인을 포기하면서 이들의 자녀는 당초 자격 미달이었던 연방과 주정부, 대학 등에서 다양한 저소득층 재정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에서는 지난 18개월간 ‘불순한 의도’가 의심되는 50명 가까운 10대의 후견인이 변경됐다.
언론에 등장한 한 부모의 경우를 보면 연 가구 소득은 25만여달러, 120만달러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 부모는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의 후견인을 포기하고 새 후견인으로 사업파트너를 지정했다. ‘재정적 독립자’가 된 딸은 기다렸다는 듯 재정보조 신청을 했다. 현재 딸은 수업료가 연 6만5,000달러에 달하는 사립대에 재학 중이다. 이 딸은 대학에서 2만7,000달러의 성적장학금과 함께 상환의무가 없는 펠그랜트 등 저소득층 재정보조 2만달러를 챙겼다.
부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재정보조를 받기 위해 자녀들의 후견인을 포기하는 데는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딸의 후견인 자리를 사업 파트너에게 넘긴 엄마는 “거의 모든 과정이 서류를 통해 이뤄질 뿐”이라며 “법정에도 사업파트너와 변호사만이 출석했고 나와 남편, 딸은 나가지 않아도 됐다”고 전했다.
부모들의 ‘후견인 포기’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또 불가피하게 후견인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정 보조를 더 받기 위해 후견인을 포기하는 경우라면 사기나 위증에 해당되는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부모의 후견인 포기로 재정적 독립자가 된 학생은 무료연방학생지원금(FAFSA) 신청시 부모로부터 받은 어떤 돈이라도 꼭 보고를 해야 한다. 만약 부모로 받은 현금 지원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부유층의 이런 반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이다. 대학에 진학하며 재정적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저소득층 학생들은 많지만 예산은 태부족이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지난해 학자금 보조 ‘MAP그랜트’의 자격이 되는 학생 8만여명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1인당 최대 5,000달러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데 예산이 순식간에 동났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립대의 앤디 보스트 디렉터는 “부유층들의 재정보조 자격 조작은 그것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가족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유층 입학 전형 비리에 이어 장학금 스캔들까지 마주하는 힘 없고 돈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이들은 “부유층들의 반칙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학들과 당국의 더 철저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부 부모들의 삐뚤어진 의식을 바로 잡는 것이다. 자녀들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면서 뒤에서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며 반칙을 일삼는다. 이런 부모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금언이 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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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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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어른을 보며 자란다, 자기 자식이 장래 어떤 자식이 되길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