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선 본보 편집 전문위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할 걸’이라고 합니다. 더 많이 사랑할 걸, 좀 더 베풀 걸, 미안하다고 할 걸, 고맙다고 할 걸...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나는 이 ‘-할 걸’ 안에 ‘여성의 창’을 쓸 걸, 필진들의 글이 출간되는 데 동참할 걸도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부담없이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달라”는 담당기자의 당부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어느 필자의 글을 밝혀 보겠습니다.
“ 은 그런 내게 뜻밖의 보너스 같았다. 어느 날 망설임 끝에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된 이 글 쓰기는 반갑게 예전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12주간의 여행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내 인생 곳곳의 이야기들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나하나의 제목들 속에 꾹꾹 담긴 추억과 감정들을 훗날 내가 꺼내보게 될 소중한 선물 보따리가 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느 날 마신 차 맛, 고모가 구워 만든 마들렌 과자 조각이 입속을 지나는 순간, 꽁브래에서의 유년시절이 떠오르며 불후의 명작을 집필하게 됩니다. 내가 종종 인용하는 구절인데, 마들렌을 먹으며 그가 느낀 기쁨은 ‘삶의 무상을 아랑곳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는...’ 이렇게 누군가는 과자를 차에 적셔 먹으며 삶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비록 차의 향기와 마들렌의 맛에 연결되어 전 7편 11권 짜리 대작을 집필하지는 못한다 해도 우리의 기록들이 맛과 향기로 함께 추억을 향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45억년 우주의 지구위, 70억이 넘는다는 사람 가운데 조국 밖 이 지역에서 동 시대를 함께 영위하고 있는 우리의 인연. 아름다운 향기와 맛으로 공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1940~50년의 센강 좌안에서 활동한 시몬 드 보부아르,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솔 벨로, 쥴리에트 그레코 같이 동시대의 화려한 실록이 오늘까지 생생히 전해지듯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1994-2019년까지 우리의 이야기가 태평양과 금문교 주변에 전해지는 실록으로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느 필자는, “이제 여성의 창과 이별할 시간이다. 기왕하는 어려운 이별, 그저 내 마음 한켠에 남는 수동적 이별 말고, 아쉬움도 마음껏 표현하고, 이별 뒤 펼쳐질 인연의 연장전을 기대하는 능동적 이별을 하고 싶다”고 썼습니다.
지난 4월 4일자에도 내가 알려드린 바와 같이 우리에게는 이별이 없습니다. 이 필자의 다음 글은 “더 깊은 인연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작이 되길 소망하며 노력, 시간, 마음, 정성을 기꺼이 드려 그 인생의 인연을 완성해 나가고 싶다”고, 말입니다. 이 시작이 바로 이번의 출간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 미국 속 고향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곧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너무 소중한 인연입니다. 이 존재의 기쁨, 기쁨은 느낌이 아니라 태도를 바탕으로 하는 선택이라고 합니다. 기쁨뿐이겠습니다. 나의 인생을 항해하는 선장으로 의미 있는 삶을 찾고 이루며, 아름다운 책장을 넘기고 넘길 추억을 만들고져 합니다. 출판된 우리의 앨범은 지인이나 가족에게 선물용으로도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필진들은 비로소 한 곳에 모여 눈과 눈을 바라보며 서로 축배를 들 것입니다. 우리의 인연, 우리의 존재를 위한 멋지고 멋진 삶의 찬가를 부를 것입니다. 초청의 글과 별도의 선물용 구입에 관한 글은 다시 한번 알려드리겠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서 포경선 피쿼드호의 일등 항해사의 이름이 스타벅인 것 알고 계실 겁니다. 또한 1800년대 쓴 이 소설에서 따온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1800년대 출생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 스타벅스 커피삽에서 전 세계인의 지갑을 기쁘게 열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해하려는 배는 피쿼드호와는 목적이 완전히 다른 추억을 승선시킬 ‘여성의 창’, 아름다운 대형 호화 YACHT입니다. 이제 항구를 출발하려고 합니다. 행복한 삶의 항해가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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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선 본보 편집 전문위원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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