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다.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일본제품과 일본관광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에서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유니클로, 또 화장품 업체 DHC 등의 발언과 행동이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반드시 한다”는 말이 한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국민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부문을 꼭 집은 것에 대해 특히 분노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면서 한국의 미래를 보장할 핵심 산업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을 가로 막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가 뚜렷해졌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막겠다는 일본이 우리의 우방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 정말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일본 아베 정권과 보수층의 혐한, 반한 감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일 싫어하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조사 결과도 여러 번 나왔다. 그 배경에는 한 때 식민지로 지배했고 과거 일본보다 지극히 못 살아 ‘발톱의 때’ 만큼이나 무시했던 한국이 이제는 일본과 대등할 정도로 잘 살게 된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시기 질투하는 아베 정권과 보수층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이 반도체라면 일본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그 역사와 규모, 세계 시장 장악력 등에서 세계 최강이다.
한국의 경우 르노삼성과 쌍용차가 외국에 넘어간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1개 회사가 일본을 비롯, 미국과 유럽 제조사를 상대로 경쟁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도요타(렉서스·사이언), 혼다(애큐라), 닛산(인피니티), 마즈다, 수바루, 미쓰비시, 이스주, 다이하츠, 스즈키, 히노 등 자동차 브랜드만 10여개가 넘는다. 한국에서 삼성이 1위 기업이라면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도요타 그룹의 자동차 판매량은 1,040만대로 폭스바겐 그룹의 1,080만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전체 세계 판매량은 2,000만대가 훌쩍 넘는다. 반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전 세계 판매량은 740만대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127만대를 판매했다. 일본은 도요타가 243만대를 판매하며 가장 많았고 닛산-인피니티-미쓰비스 연합 161만대, 혼다 160만대, 수바루 68만대, 마즈다 30만대 등 일본차 브랜드의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662만대에 달한다.
한국과 달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감정적인 일본상품 불매 운동보다는 한국차 등 한국 상품을 애용하자는 운동이 차분하게 벌어지고 있다. 200만을 넘는 미주한인사회의 구매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물론 이번 한일 간의 무역전쟁에 대해 많은 한인들이 한국 정부의 대응, 또는 무대응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은 시작됐고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1910년 국권을 일본에 빼앗겼을 때 백성들이 조선 황실의 무능함을 비판만하고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무요 도리다. 그리고 그 방식은 자발적인 일본상품과 일본관광 불매로 나타나고 있다.
자국 상품과 기업을 애용하고 자국의 제조업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한국인과 해외 한인들이 깨달은 것은 이번 한일 무역전쟁의 소중한 레슨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식품 등 한국 제품을 애용하고 한인 은행과 한인 업소들을 애용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2세들에게도 애국애족의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광복절 74주년을 맞은 뜻 깊은 해다. 이번 한일 사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한국인의 모국상품 애용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위기 속에서 꽃핀 소중한 결실이자 진정한 ‘극일’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극일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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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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