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왜 갑자기 LA에 홈리스가 이렇게 많이 늘었냐고 한마디씩 한다. 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가면서 보아도 홈리스가 정말 많다. LA 한인타운은 LA 다운타운에 이어 홈리스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타운 곳곳에 텐트촌이 있고 길거리에 홈리스들이 넘쳐난다.
실제로 LA 카운티 노숙자서비스국(LAHSA)이 올초 실시한 노숙자 전수조사 결과 2019년 LA 카운티 노숙자 수가 5만8,936명으로 지난해 5만2,765명보다 6,000명 넘게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에 달한다. 특히 LA 한인타운을 포함하는 시의회 10지구는 지난해 1,310명에서 올해 1,647명으로 26%나 불어나 증가율이 LA 전체의 2배에 달했다. LA 시의회 15개 지구 중 12개 지구에서 노숙자 수가 증가했다.
한 7개월 전 일이다. 출근길 운전 중 버몬트와 센셋 인근 버스 정거장에 있는 홈리스 백인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50 전후로 노숙을 위한 가방을 갖고 있었지만 운동화나 옷 등 나름대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이 여자가 굳이 교통이 혼잡한 버몬트 애비뉴 버스 정거장에 노숙하고 있는 이유는 나름대로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눈에 들어온 그녀를 출근할 때마다 찾아 보게 되었다. 그 구간을 지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있는지 보게 됐고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날은 행인이 준 음식을 먹고 있었고 어느 날은 정거장 벤치에 누워 잠을 자고 있거나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7개 월간 지켜본 그녀의 상태는 한 달, 세 달, 6개월이 지나면서 계속 악화됐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과 초봄, 추위와 굶주림, 노상 생활에 시달린 그녀의 체중은 많이 빠져 있었고 옷은 남루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혼자서 소리를 지르거나 중얼거리는 등 정신적으로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2주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시정부 셸터에 갔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매년 남가주에서만 수백 명의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질병이나 추위, 범죄, 마약·알콜 중독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녀가 있던 버스 정거장은 차를 세우지 못하는 구역이어서 한 번도 그녀와 말을 나누거나 돈을 준적도 없다. 몇 달러 준다고 그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겠느냐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면서도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도 들었다. 그녀도 한 때는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있었을 것인데 어떻게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 안타깝다. 부디 그녀가 살아있기를, 홈리스 생활을 청산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노숙자서비스국을 비롯, 정부와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홈리스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주거난을 꼽는다. 간단하게 말해 세입자들의 임금 상승이 렌트비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LA 지역의 렌트비 수준과 상승률은 전국에서 북가주 실리콘 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렇지만 4인 가족 중간소득은 겨우 5만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북가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반면 렌트비는 1베드 아파트가 보통 1,500달러, 2베드는 2,000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LA카운티 가구 중 무려 72만1,000여 가구는 렌트비 등 주거비용이 소득의 50%를 차지하는 ‘렌트 푸어’ 상태이다. LA 카운티의 경우 중·저소득층이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거 유닛이 무려 51만6,946개나 부족한 상황이다.
주위에는 잠재적인 홈리스들이 너무도 많다. 직장을 잃거나 페이체크를 몇 번만 받지 못해도 바로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에서 강제퇴거 당한 후 차에서 생활하는 모녀의 스토리를 최근 한 주류언론이 소개하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홈리스 문제가 커지면서 공공보건 측면에서도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한다. 21세기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LA에서 중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흑사병 등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LA 카운티 등 남가주가 당면한 많은 문제가 있지만 주거난은 정부와 커뮤니티 단체, 기업과 개인 모두가 힘을 합쳐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반드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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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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