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첫 대선후보 토론을 보고 가장 좌절한 그룹은 ‘반 트럼프’ 중도 유권자들이었을 것이다. 탄핵이 물 건너 간 듯 보이는 현 정국에서 트럼프 재집권을 저지할 유일한 희망인 내년 대선의 민주 전략이 과연 승리를 위한 것인가, 의구심이 증폭하고 있다.
민주당을 양분하고 있는 진보와 중도의 정면충돌이 전국에 생중계된 2주 전 토론에서 선두주자이자 ‘중도의 대변인’인 조 바이든은 허약하게 무너졌고 극좌 리버럴 어젠다들이 토론을 압도했다.
“민주당이여, 나를 떠나게 하지 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뉴욕타임스의 중도보수 칼럼니스트 데이빗 브룩스는 “난 결코 트럼프를 찍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게 묻는다 : 내가 투표할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고, 보수 싱크탱크의 선임연구원 모나 샤런은 민주당 주자들을 향해 트럼프를 혐오하는 “나 같은 ‘공화당 난민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해리스-바이든 모먼트’였다. 수십년 전 바이든의 인종통합교육 위한 의무적 버싱 반대에 대한 카말라 해리스의 ‘예상 밖 인종문제’ 공격에 민망할 정도로 휘청댄 바이든은 토론 내내 선두주자의 위상을 되찾지 못했다. 치밀하게 기획되고 드라마틱하게 실행된 선두주자 공격에 성공하면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러나 두 주가 지난 현재 바이든의 상처는 일단 별로 심해 보이지 않는다. 토론 다음날부터 나흘간 실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여론조사는 그의 압도적 선두주자 입지를 재확인시켰다. 트럼프와의 가상대결에서 다른 주자들이 막상막하로 전보다 하락세인데 반해 바이든만 53% 대 43%로 10포인트나 앞서고 있다. 토론 열흘 후 실시해 9일 발표된 에머슨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30% 지지율로 공동 2위인 버니 샌더스·카말라 해리스·엘리자베스 워런의 15%를 크게 리드하고 있다.
모든 조사에서 여전히 바이든의 선두가 유지되는 것은 그가 고수하고 있는 ‘중도의 힘’이라고 NBC뉴스는 분석한다. 선거는 숫자의 게임이다. 최근 갤럽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35%는 중도를 자처한다. 보수도 35%, 리버럴은 26%에 불과하다. 본선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35%인 중도 표밭에서 최대한 스코어를 올려야 가능해진다.
‘과거의 보이스’라고 공격을 당하면서도 바이든이 왼편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 것은 민주당의 말없는 다수가 중도좌파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8년 중간선거의 민주당 하원승리는 극좌 리버럴이 아닌 중도의 승리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경합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하원의원 40명 중 33명이 예비선거에서 극좌파를 누르고 승리한 후보들이다.
‘해리스-바이든 모먼트’ 보다 이번 토론에서 드러난 보다 근본적 이슈는 ‘민주당의 급격한 좌회전’이라고 중도파들은 우려한다. 2020년 민주당 승리의 자산은 오바마케어 보강, 트럼프의 무자비한 이민정책 공격 등인데, ‘반 트럼프’ 공화당은 차치하고, 민주당 온건파들도 수용하기 힘든 직장보험 폐지하는 메디케어 포 올, 무료 대학, 학자금 빚 탕감에서 선거인단 폐지에 이르기까지 과격 리버럴 어젠다들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좌 정책들로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로 변심한 경합주의 근로계층 오바마 지지표들을 되찾아 오기는커녕 2018년의 스윙보트였던 교외지역 백인 유권자들마저 등 돌리게 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를 혐오하는 이들 중상류층 유권자들은 낙태와 총기 등 사회 이슈의 리버럴 메시지는 지지하지만 증세와 ‘사회주의’까지 포용하는 것은 아니다.
리버럴 진영의 전략도 뚜렷하다 : “2020년 선거의 승패는 중도의 부동층 유권자가 아닌 진보와 보수, 각 핵심 지지층의 투표 참여 열기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혁신적인 빅 아이디어로 젊은 표밭을 동원해야 한다. 중도 우파의 프리즘을 통해 보지 말라. 리버럴을 열광시키는 리버럴 후보와 리버럴 어젠다만이 자신의 극우 핵심 지지층을 부추기는 트럼프 캠페인과 맞설 수 있다.”
보수해설가 팻 뷰캐넌은 민주당이 과격한 새 어젠다들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그 오만에 ‘트럼프 재선’이라는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진보 정치학자 줄리언 젤리저는 이미 “민주당의 큰 실수는 트럼프 과소평가”라면서 트럼프의 강력한 재선 입지를 주지시킨바 있다.
지미 카터나 아버지 부시 같은 재선에 실패한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트럼프는 미국민의 71%가 인정하는 좋은 경제, 폭스뉴스 등 보수언론의 헌신적 지원,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가능케 하는 트위터, 경선 도전 없는 자당의 강력한 지지 등 상당한 이점을 누리고 있다. 끊임없이 ‘위기’를 자초하는 개인적 결함으로 이런 이점들이 아직 선거의 자산으로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승리가 절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이길 수 없는 선거, 그러나 민주당이 질 수도 있는 선거”라는 말장난 같은 예측에 ‘반 트럼프’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이 더욱 답답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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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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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표를 더 얻기 위해서 말도 바꾸고 정책도 바꾸는 풍토... 정치인의 소신은 어디 갔을까요?
범죄조장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너무잘알고있다는!! 바보들만 모르지!!!
트럼프같은 사람이 내가족, 이웃, 친구, 직장 보수, 직장 동료, 교회목사, 신부, 내 가족 의사...라도 좋다면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된다해도 아무걱정 없겠지요 하지만 그건 아니라면 이 나라 장래를 트럼프한테 또 다시 맏긴다는게 불안하지 않은가 를 생각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