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넬대 졸업ㆍSF 미슐랭 3스타‘ 베누’출신
▶ 과학적으로 요리에 접근ㆍ다양한 레시피
‘아미요’라는 채널로 요리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황규창씨
실시간 인터넷 방송 및 녹화 방송 등을 통해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있는데 남다른 배경과 실력있는 컨텐츠로 요리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인 유튜버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황규창씨(28).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한 미슐랭 3스타 출신 요리사,’ 일명 ‘아미요’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황규창씨는 아이비리그 코넬대학교 의대 준비생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요리사가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남다른 도전기와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주방속에서 배운 갖가지 노하우와 지식, 요리기술을 공유해 채널 개설 4여개월만에 구독자수 6만명을 기록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질의응답.
-의대를 준비하다가 어떻게 요리를 시작했는지
▲외동아들로 어릴적부터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기대와 지원속에 코넬대학교에 입학했다. 2학년때 쯤 자취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대중적인 레시피를 따라해도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주방에서 직접 배우는 것 밖에 답이 없겠다 싶어 무작정 학교 호텔 주방에 찾아가 파트타임을 시작했다. 이후 정해진 교칙에도 불구하고 호텔학교 학과장을 찾아가 요리수업을 듣게해달라고 부탁하며 승낙을 받고 요리와 의예과 수업을 병행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점점 커지던 3학년 시절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적인 레스토랑 ‘더 테스트 키친’에서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이력서가 눈에 띄었는지 3개월 무급인턴으로 뽑히게 됐고 주방에서 하루 17시간 일하며 욕도 듣고 주방에서 쫓겨나보기도 했다. ‘아프리카까지 와서 무급으로 일하며 욕까지 들어야 하나’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그래도 원했던 ‘요리’를 할 수 있어 마음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이왕 하루 절반을 일해야 한다면 원하는 일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게 낫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은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부모님과 약속 끝에 대학교를 3년 반만에 조기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남아공 무급인턴이 좋은 경력이 되어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베누’(Benu)에서 3개월 무급 인턴으로 일했다. 그 때 나와 함께 들어온 사람이 영국 미슐랭 2스타 헤드셰프였는데 한 눈에 봐도 비교되는 실력에 좌절이 많이 되더라. 그러나 그 셰프와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칼질하는 법 등 다양한 스킬을 개인지도 형식으로 받으면서 오히려 기본기를 더 탄탄히 다지게 됐다. 일취월장한 실력을 인정받아 3개월 계약만료 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내에 위치한 ‘인시투’ 오프닝 멤버 5년 경력직으로 들어갔으며 2년반여동안 일하다가 다시 ‘베누’로 돌아갔다.
-요리사에서 유튜버로의 전환 역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난해 11월 미슐랭 3스타 ‘베누’를 끝으로 주방에서 나왔다. 남아공 인턴시절 시작된 족저근막염(발바닥 근육을 감싸는 막에 생긴 염증)이 심화돼 신경까지 건드리면서 병원에서 치료조차 거부하는 상황이 됐다. 또 미 전역 15곳밖에 없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해보니 업계의 비전이 내가 원하는 미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친구들의 권유였다. 주방에서 나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공부를 시작한 3월까지 주변에서 요리 유튜브를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평소 설명을 잘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우연치않게 1주일간 친구 4명이 이같은 권유를 하자 그동안 요식업계에서 배운것을 기록하자는 마음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한 달은 꽤나 조용했던 채널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칼가는법 설명 영상을 올리고 3주 후에 갑자기 조회수가 10만을 돌파하더니 검색 포털 ‘다음’에 ‘칼’만 쳐도 내 영상이 1위로 떴다. 이후 스테이크 굽는 방법, 프라이팬 설명, 파스타 레시피 영상 등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생각치도 못하게 빠른 속도로 구독자수가 늘어갔다.
-4개월만에 6만 구독자···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두가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 레시피는 이미 세상에 많다. 내 채널은 요리를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주방에서 일하던 시절 나보다 뛰어난 실력과 경험을 가진 요리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요리의 과학적 접근이었다. 고기를 미디움-레어로 굽기 위해 몇도가 되어야 되는지, 음식이 상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소금 넣는 방법과 이론 등 그 때 공부하고 터득한 발상과 과학적 원리를 레시피 영상과 함께 풀어 가니 요리를 좋아하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 실제로 일상을 찍는 브이로그와 같은 대중적인 컨텐츠에 비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이같은 채널들이 영상 조회에서 구독으로 전환되는 율이 훨씬 높기도 하다.
황규창씨 유튜브 채널 ‘아미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보면 도움이 많이 될까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 요식업계 종사자들, 또 요리를 좋아하지만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구독자를 분석해보면 20~40대 대부분은 남성으로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많고 50대 이상은 80% 이상이 여성이다. 주방용품과 요리 등을 좋아하는 한인 어머니들께서 많이 찾아주신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항상 내가 후회할지 여부를 생각해 보곤 한다. 의대 준비생에서 요리사로, 또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며 유튜버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 봤기에 후회는 전혀 없다. 유튜브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요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표출하는 만큼 대본 쓰는것만 8~10시간이 걸릴 정도로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컨텐츠를 구상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놓치지 않고 이해한다면 그냥 흘려듣는 것의 두 세 배는 얻어갈 수 있을테니 진정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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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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