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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어느 날 서울 인사동, 밤낮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곳을 걷던 20대 영문학도의 눈에 무언가 꽂혔다. 전봇대에 붙은 ‘조계사 불교대학 학생모집’ 광고였다. 삶이란? 진리란? 10대 때부터 정신적 방황 내지 갈증이 심했던 그는 곧 조계사를 찾았다.
“며칠간 수업을 들어보니 제가 고민했던 모든 문제들을 부처님께서 수천 년 전에 명확하게 정리해 놓으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귀의하였습니다. 그후 포교사, 국제포교사 타이틀을 품수하게 되었고 곧바로 미국에 유학하여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기적 같고 감사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미주불교신문(www.koreanbuddhism.us) 이종권 편집장 얘기다. 한국외대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캔사스주립대에서 미국학 석사학위를 받고도 “미국을 불국정토로!” 큰꿈을 좇아 청춘을 바쳐온 불제자다.
미주불교신문은 1984년 도철 스님이 숭산 스님을 명예이사장으로 모시고 창간한 종이신문이었다. 1989년에 워싱턴 보림사 주지였던 고 경암 스님이 인수해 2001년까지 발행하다 운영난으로 휴간한 뒤 2011년 이종권 국제포교사가 편집장으로 취임, ‘정견제일’ ‘수처작주’란 사시를 내걸고 온라인 불교매체로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캔사스대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미국불교 형성기에 우리불교가 많은 기여를 함으로써 이 땅에서 불교의 토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 일을 누가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고 부처님 일에 투신하게 되었습니다.”
뉴욕불교 편집장, 청소년자원봉사단 로터스 헬퍼스 단장, 불교서점 및 불교용품 전문업체인 Dharma Boom of America, Inc. 운영, 대한불교조계종의 다양한 해외프로젝트에 현지의뢰인으로 참여 등 폭넓고 활발한 불교활동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한국불교 대표고전인 지허 스님의 를 영문으로 번역출간하기도 했다. 주변인들로부터 달마 붐(Dharma Boom)이라 불릴 정도였던 그에게 조계종은 2010년 포교대상을 수여했다. 미주불교신문과의 본격인연은 이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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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발행인 경암 스님과 제가 처음 만난 것이 2004년 초였습니다. 스님은 평생의 포교 원력을 미주불교신문에 두고 계시다 본의 아니게 휴간하게 되어 상심이 크셨는데 제가 잡지에 썼던 글들을 보시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8년이 지난 2011년 부처님오신날 대중들 앞에서 저를 임명하시고 복간을 선언하셨지요. 아쉽게도 스님은 2014년에 입적하셔서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랑과 배움을 주셔서 가신 다음에도 이렇게 지켜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전, 연방정부 비영리단체 등록, 신문의 법맥 정립, 로고와 사시 개편, 미국과 한국의 언론단체 가입 등 총체적 리빌딩이 그의 주도하에 진행됐다. “이 과정에 워싱턴과 뉴욕의 불자 여러분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이제 모든 체계가 완벽하게 구비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뛸 시간입니다.”
그는 특히 “2011년에 최초로 을 제작해 미주전역 한인불자들에게 무료배포한 것”과 “2014년 역사논쟁을 통해 미주한국불교의 원년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것”을 큰 보람으로 꼽았다.
유서깊은 주류언론사도 문을 닫거나 몸집을 줄이는 시대에 재미한인사회 불교언론을 지키고 키우는 건 벅찬 일이지만 이 편집장은 고충을 묻는 우문에 현답을 내놨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일어난 프론티어 정신으로 일어난 이 나라에서 부처님의 일꾼은 더욱 힘찬 프론티어 정신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척박하지만 어렵거나 아쉽지 않습니다. 불국정토를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역점에 대해서도 그는 “불자가 잘돼야 불교가 잘된다”며 “불교인 개개인들이 부처님의 말씀과 사부대중의 힘으로 보다 성공적인 사회인, 더 좋은 불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뒤 “미주불교신문을 통해 그 일을 견인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불교는 미국에서 메인스트림이 되었습니다. 불법의 수승함을 생각하면 미대륙이 불국정토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반면 한국불교는 존망의 위기에 서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서 우리도 미국불교의 융성에 기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투철하고 처절하게 우리 안의 삼독심을 비워내는 것이 살길이라고 봅니다.”
북가주 한인불교에 대한 그의 인식도 각별했다. “북가주는 날씨와 여건과 인적 자원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불교인들의 신심과 원력이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터를 잡은 곳이 이 지역입니다. 그 수승한 에너지가 결집되고 조직된다면 미주한국불교를 선도하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북가주와 보다 긴밀히 소통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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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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