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과 함께 일본 관광을 다녀온 지인은 큰 기대를 걸었던 이번 방문에서 실망이 컸고 불쾌한 혐한 경험까지 체험했다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한국인과 중국인이 그렇게 많이 일본을 방문하는지 몰랐다면 길에서 일본어 보다는 한국어와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당초 기대했던 쾌적한 환경에서 일본 문화를 경험하기 보다는 한국인과 중국인에 치여 도떼기시장에 온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내 심각한 혐한 분위기도 직접 체험했다. 일본 식당이나 관광지에 갔을 때 가족과 한국말로 애기하는 것을 들은 일부 일본인들의 싸늘한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일본말을 잘 하진 못하지만 한 식당에서 한국말로 대화를 하자 옆 테이블의 일본인들이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조센징’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분명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화가 났지만 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 꾹 참았다. 내 돈을 쓰면서 이런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오사카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한 차별과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적도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753만9,000명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여행객은 292만1,360명에 불과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여행객은 2012년 347만8,031만명으로 피크를 이룬 뒤 오히려 줄고 있지만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은 2011년 165만8,073명에서 불과 7년 만에 4.5배(354.7%)가 늘었다. 이같은 격차는 한국 인구가 5,183만명, 일본 인구가 1억2,719만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고 국가 경제 규모도 일본이 3배 이상 큰 점 등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이렇게 한국인이 일본을 많이 방문하고 있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반일 하면서 일본에 많이도 오네” “한국인 노땡큐” “말과 행동이 다른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꼬는 경우가 더 많다.
요즘 한국에서는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확장하며 매년 수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곳 미국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최근 나왔다. 본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LA와 뉴욕·뉴저지,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5개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유차량 제조국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서 일본차라고 답한 한인이 71.5%에 달했고 한국차 보유는 16.8%에 불과했다.
반면 유난히 한국 상품에 배타적인 일본 소비자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10년 전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했고 삼성전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삼성’ 로고를 뺀 갤럭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주류 경제매체들도 전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 등 한국 제품들이 유독 일본에서만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정상인지, 일본인이 비정상인지, 아님 그 반대인지 모르겠다.
기자가 경제, 나아가 국력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난 2001년과 2003년 종군기자로 중동지역에 파견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라크와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담 후세인과 탈레반 축출 전쟁을 취재하면서 주변국인 쿠웨이트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함께 방문했었는데 이들 부유한 중동 아랍국가의 경우 호텔과 식당 직원, 가정부, 청소부, 공사인력 등 온갖 허드렛일은 필리핀과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의 국민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국가가 가난하고 힘이 없으면 국민들이 이렇게 외국에서 멸시를 받으면서 고생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이들 국가의 경우 공통적으로 제조기반이 빈약,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 수 없고 인구는 차고 넘쳐 제품 대신 사람을 ‘수출’하고 있다. 국력의 근간은 경제다. 경제가 없이는 국방도 없다. 그리고 국가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일본 같은 나라는 국민들이 미울 정도로 자국 상품을 애용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힘을 키워주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 중 누가 더 애국자이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애국이고 정말 진정한 애국은 경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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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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