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금년 회기 막판 질주에 돌입하고 있다. 6월 말까지 앞으로 두 주 동안, 내년 대선과 맞물려 더욱 격렬해진 논란 이슈들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는 한편, 대선의 열기 속에서 진행될 내년 회기엔 어떤 케이스들이 대법원 법정에 올라 선거를 뒤흔들 것인지에 전국의 눈길이 쏠리기 시작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판결이 쏟아지는 6월의 막판 스퍼트는 특히 2005년 존 로버츠가 대법원장이 된 후 계속되어 온 트렌드였다. 2007년 시애틀 교육구의 인종통합 정책 위헌 판결이 나온 것도, 2008년 개인의 총기소유를 수정헌법 2조에 의거한 합헌으로 선언해 총기규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2012년 오바마케어 합헌과 2015년 동성결혼 합헌 판결로 미 전국을 뒤흔든 것도 모두 6월 말이었다.
금년에도 아직 판결을 기다리는 케이스가 20여건이나 된다. 1차 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93년 전 세워진 메릴랜드 주의 40피트 높이 초대형 십자가가 계속 공공부지에 세워진 채 세금으로 관리되는 것은 합헌인가, ‘FUCT’라는 ‘외설스런’ 발음의 상표등록을 정부당국이 거부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인가…등 판결 성격에 따라 파급효과가 상당히 커질 흥미로운 케이스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관심은 ‘센서스의 시민권 질문’과 ‘당파적인 게리맨더링’, 두 케이스에 집중되고 있다. 둘 다 민주주의에 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센서스 참여자 모두에게 “미국 시민이냐”고 묻기를 원한다. 1950년 이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선 삭제된 질문이다. 신분위협을 느낀 이민자들의 참여 저조를 우려해서다. 참여가 저조하면, 향후 10년 각 주의 연방하원 의석과 연방기금 배당의 근거가 되는 센서스 데이터의 생명인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시민권 질문 추가를 결정한 것이다. 행정부는 연방 투표권법 집행을 위해 보다 구체적 시민권 정보가 필요해서라고 주장하고, 위헌소송을 제기한 반대 측은 이민자들을 위협해 참여율을 낮추려는 정치적 시도라고 비난한다.
3곳의 하급법원은 행정부의 주장은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중단 판결을 내렸으나 강경보수로 정착해가는 대법원은 다르다.
행정부 결정을 인정하는 보수 분위기가 완연했던 4월 대법원 구두심리 이후 원고 측은 행정부 결정이 공화당과 백인 유권자들에게 이득을 주려는 시도라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고 대법원에 알렸다. 새 증거가 보수파 대법관들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해 6월말,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령이 ‘반 무슬림 적대감’에 근거한 게 아닌 척하며 합헌 판결을 내렸던 보수파 대법관들이 이번엔 “센서스 시민권 질문이 이민자와 유색인종 참여를 줄이려는 시도가 아닌 척하려 한다”고 CNN은 비판한다.
센서스 케이스가 행정부의 재량권에 대한 판결이라면 ‘당파적 게리맨더링’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영역인 ‘정치’에 사법부가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판례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를 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당파적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이 대법원 법정에 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여서 법원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해 대부분 기각되었으나 이젠 정도가 너무 지나쳐 위헌 여부를 가려 유권자를 보호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인종차별을 근거로 한 게리맨더링엔 위헌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당파적 게리맨더링에 대한 판결은 (나온다면)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정치가들이 재선을 위해 유권자를 입맛대로 고르는 정도가 된 당파적 게리맨더링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올지, 사법부 소관이 아닌 정치 문제로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차후 게리맨더링 소송 자체를 차단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금년 판결 못지않게 대선 판을 흔들 수 있는 것이 대법원의 내년 6월 판결이다. ‘드리머’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 폐지 케이스가 가장 ‘뜨거운 감자’다. 대법원은 오늘 비공개 회의를 통해 다음 회기 중 심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택된다면 내년 6월 말 트럼프의 다카 폐지 명령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인데 그건 2020년 대선의 한복판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논쟁에 대법원이 휘말리게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이념전쟁 종식을 선언하며 대법원의 정치화를 경계했던 14년 전의 신임 최연소 대법원장 존 로버츠를 기억한다. 그러나 현재 유권자의 60%는 대법관들이 “너무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최근의 퀴니피액 조사 결과다.
균형추였던 ‘중도보수’ 앤서니 케네디가 은퇴하고 ‘강경보수’ 브렛 캐버너가 입성한 후 양극화 불협화음이 담장 밖까지 들려오는 대법원의 신뢰 회복은 로버츠 대법원장에 달려 있다.
결코 ‘중도’로 볼 수 없는 그의 이념성향이 아닌, “정치에 굴복하지 않는 중립적 대법원”에 대한 그의 신념에 기댄다면 트럼프 시대의 강경보수 대법원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금년에도 대법원의 6월은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향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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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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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선 가장이 나라에선 나랏님이 대법원에선 법관들 모두가 자기일을 소신껏 최선을 다해 거정과 나라를 위해 중용을 지킨다면 가정도 나라도 안정을 안녕을 얻을수있지만 그렇지못하다면 혼란 불신 투쟁 ...결국 너도 나도 불행을 겪을수밖에 없지요. 내가 당이 먼저가아닌 가정에서 가정 모두 나라에선 나라 모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