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 빛을 흡수해 성장하듯 피부에 맞춤파장 쪼이면 효과
▶ 푸른색 단파장, 붉은색은 장파장, 파장 길수록 피부 깊숙이 침투, 푸른색은 각질 관리^여드름 치료
이나영, 강소라, 최지우, 이하늬, 유인나…. 요즘 TV 속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반짝이는 피부를 내세우며 광고하는 제품은 화장품이 아닌 다소 투박하게 생긴 전자기기다. 어딘가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과 비슷하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이 쓰고 나오는 가면을 닮기도 한 이 제품. ‘얼굴 위에 얹어놓기만 해도 피부가 좋아진다’며 지난해부터 국내 홈 뷰티 업계를 휩쓸고 있는 LED 마스크다.
2017년 LG전자가 ‘프라엘(Pra.L)’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LED 마스크 열풍에 전자업체 뿐 아니라 화장품ㆍ렌털 업체까지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선 ‘LED 마스크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집에서 편리하게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홈 케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뷰티 디바이스 시장도 덩달아 덩치를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를 5,000억원대로 추정했는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6배나 성장한 수치다.
LED 마스크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빛을 뿜어내는 마스크를 얼굴 위에 얹어놓고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광고만 보면 금방 주름과 잡티가 없어지고, 희고 투명한 피부로 다시 태어날 것만 같지만, 생각보다 미미한 효과에 실망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LED가 대체 어떤 빛이길래, 피부에 쬐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걸까?
◇재료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는 LED 발광다이오드(LED)는 1962년 미국의 과학자 닉 홀로니악이 발명한 반도체의 한 종류로, 20여년 전부터 빠르게 일상에서 백열구와 형광등을 몰아내고 있는 ‘친환경 고효율’ 조명에 활용된다. 작고 단단한 데다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량이 낮은데도 백열구ㆍ형광등에 비해 훨씬 밝은 빛을 낸다. 빨간색ㆍ초록색ㆍ파란색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도체는 크게 단원소 반도체(실리콘, 게르마늄), 화합물 반도체(LED), 유기물 반도체(OLED)로 구분된다. 이 중 LED는 단원소 반도체와 달리 2가지 이상 원소를 결합해 만든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LED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갈륨비소(GaAs)는 붉은색을, 갈륨질소(GaN)는 푸른색을 내는 데 쓰인다. 각 물질마다 에너지를 가했을 때 뿜어내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LED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의 전기적 성질을 가진 P(Positive)형 반도체와 음(-)의 전기적 성질을 가진 N(Negative)형 반도체를 붙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 원소에 그보다 전자가 하나 더 많은 원소를 결합하면 전자가 하나 남기 때문에 음의 성질을 갖게 되고, 전자가 하나 더 적은 원소를 붙였을 때는 양의 성질을 가진 물질이 된다. 마찬가지로, 갈륨비소와 같은 화합물에 전자 개수가 적은 원소를 붙이면 P형 갈륨비소 반도체가, 반대로 하면 N형 갈륨비소 반도체가 된다. 이 둘을 딱 붙인 뒤 전류를 흘려주면, N형 반도체 전자들이 P형 반도체 쪽으로 이동하면서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때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N형 반도체에 많은 전자와 P형 반도체에 많은 양공(전자를 받지 못해 비어있는 자리)의 에너지 차이, 즉 ‘에너지 밴드 갭’에 따라 달라진다. 에너지 차이가 클수록 단파장인 푸른색 계통 빛이, 차이가 작을수록 장파장인 붉은색 계통 빛이 나온다. 에너지 밴드 갭은 사용된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갈륨비소의 경우 밴드 갭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전류를 흘려줬을 때 붉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LED는 방출하는 빛에 따라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비롯해 적외선, 자외선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적외선 LED는 리모콘이나 적외선 통신 등에 사용되고, 자외선 LED는 살균에 많이 사용된다.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가시광선 LED는 LED 마스크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붉은 빛은 피부 깊은 곳, 푸른 빛은 얕은 곳에 흡수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빛을 이용한 치료’는 기본적으로 세포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대사활동이 촉진된다는 특성에서 시작한다. 마치 식물이 엽록소를 통해 빛을 흡수해 성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우리 피부 조직 세포에는 색소를 지니고 있는 ‘색소포’가 분포돼있는데,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때문에 피부에 LED 빛을 사용하려고 할 때는 △목표로 한 피부 질환과 관련된 색소포가 어디에 분포돼 있는지 △해당 색소포가 흡수할 수 있는 파장은 어느 범위 안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전자기파 중 약 380~750나노미터(nm) 사이를 의미하는 가시광선은 파장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자외선과 가까이 있을수록 푸른빛을 띠고, 파장의 길이가 긴 적외선과 가까워질수록 붉은빛을 띤다. 즉 LED의 색이 푸른빛일 때는 피부의 얕은 곳에 흡수되고, 붉은색일 경우 피부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뜻이다. 푸른색 LED가 주로 표피나 상피조직에 적용돼 각질 관리나 여드름 치료에 이용되고, 붉은색 또는 근적외선 LED는 진피 속까지 침투해 통증 완화나 염증 치유, 피부 재생 등에 활용되는 이유다.
그러나 LED 빛을 쬔다고 갑자기 모든 여드름이 없어지거나 피부가 재생되는 건 아니다. LED 광원을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얼굴에 쬐어주는지, 어떤 간격과 진동으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치료 효과가 규명된 상태는 아니다. 건강하지 않은 세포조직일수록 더 빨리 LED 광원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피부 상태가 좋은 사람일수록 LED 마스크의 효능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LED 마스크가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라는 점도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피부과 레이저 기기 등과 달리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미용기기인 만큼, 출력과 밀도 등이 현저히 낮아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즉각적인 개선을 바라고 사용하는 제품이 아닌, 점차적으로 피부 상태를 끌어올려주는 보조 기구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능이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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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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