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올림픽가를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형성된 지도 어언 50여년이 넘어간다.
1970년의 한인인구를 1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70만이 넘는 한인이 LA를 포함한 남가주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니 인구도 70배 이상 늘었다.
경제규모도 60년대말 제퍼슨가를 중심으로 식당 4~5개, 식품점이 고작 3~4개에 불과했던 한인사회가 이젠 남가주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9개 한인은행이 지난 1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 291억달러, 총 예금고 240억달러, 총순익 8,146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974년 외환은행 LA 현지법인인 가주외환은행(CKB)이 설립된 후 미국 내 한인은행 역사는 올해로 45년째를 맞이한다. 이같은 한인은행 자산과 지점 규모는 미국 내 소수계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인은행들의 연륜이 40여년을 넘어가는 동안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 지난 경제위기 때 미래은행과 아이비은행 등이 부실경영으로 문을 닫았고 수많은 한인은행들의 합종연횡이 미 전국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민초기의 한인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데는 1974년 설립된 가주외환은행(CKB)이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러나 행장이 서울에서 부임하는 조직체계로 로컬 사정에 밝지 않아 현지 경영에 어둡다보니 부실대출도 많았고 특히 안일한 경영으로 후발주자인 한미은행에 24년만에 선두주자를 내어주게 되었다.
한미은행의 민수봉 행장이 1994년 취임해 1998년 1분기에 창립이래 줄곳 1위였던 가주외환은행을 제치고 자산 기준 한인 커뮤니티 최대은행으로 부상했으며 퍼스트글로벌 은행의 인수도 성사시켰다. 2003년 취임한 유재환 행장은 그해 12월 퍼시픽유니온은행(구 가주외환은행)을 인수해 명실공히 한미는 최대의 한인은행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은 화를 낳는 법, 어떻게 해서든 주류은행으로의 비약적인 성장을 노렸던 한미 이사회가 유재환 행장을 전격적으로 해고하고 월가에서도 알아주는 경제학자로 유명하던 손성원 박사를 영입했다. 2005년 큰 기대속에 취임한 손성원 행장은 그러나 취임 3년여 만에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과 이사회와의 알력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한미은행은 유재승 행장이 취임한 2008년 7월 인디맥 은행 파산,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등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본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일부 고객들이 구좌를 폐쇄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2009년 말 감독국으로부터 1억달러 증자명령을 받았을 당시, 증자실패 때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인은행가에서도 위기감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2010년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최대 2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결정적으로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로부터의 투자유치에 이어 1억2,000만달러의 주식공모를 통해 증자에 성공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다행히 우리금융지주의 한미은행 인수무산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게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주외환은행으로 더 잘 알려진 퍼시픽 유니온 은행이 2004년 한미은행에 인수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이 한미은행이 한국의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될 뻔한 사실은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냉엄한 사실을 보여준다.
한미은행은 그러나 2010년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합병으로 BBCN은행이 탄생하면서 자산 기준 한인커뮤니티 최대규모의 은행 자리를 12년만에 내놓게 됐다.
금융위기 당시 한미은행이 폐쇄일보 직전까지 간 배경에는 경제위기도 있었지만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지나친 간섭과 전문성 부족이 은행 발전을 저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어서 2016년 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으로 자산 규모 127억 달러의 뱅크오브호프가 탄생함으로써 한인은행이 커뮤니티 뱅크에서 벗어나 지역은행(Regional Bank)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월가에서 뱅크오프호프는 한인은행의 대명사이다. 그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 은행이 부실하면 다른 은행의 주가도 휘청거리게 된다.
지나간 한인금융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영원한 1등은 없다. 한인은행 경영진과 이사진이 지난 40여년 한인은행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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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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