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 결혼·비혼족 늘며 결혼의 개념 뿌리부터 흔들
▶ 구약과 달리 신약에선 독신·기혼 모두 축복받은 삶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한국에서는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을 비롯해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21일)까지 모두 5월에 있고 미국에서는 마더스 데이(12일)까지 겹쳐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갈수록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비혼자들은 늘어나는 반면 출산률이 줄고 고령자는 많아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정이 갖는 가치도 이전세대보다 점차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이에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달라지는 ‘결혼’ 개념최근 뉴욕타임스는 결혼 후 달콤한 허니문 대신 각자 원하는 곳으로 따로 따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유니문(Unimoon)’을 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여행지를 놓고 신랑신부가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서 또는 각자의 일정이 너무 바빠서 출장을 겸해 행선지를 따로 향하는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혼전동거와 혼전성관계가 갈수록 일반화되다보니 결혼 후 일상에 특별한 변화가 찾아오지도 않아 결혼의 목적이 둘이 하나가 되는 성스러움보다는 단순한 자기성취의 과정으로 인식하려는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만혼을 넘어 아예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족도 늘고 있고 동성결혼까지 합법화되면서 결혼의 개념이 뿌리부터 통째로 흔들리는 세상이 됐다. 결혼을 나이가 되면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이제는 선택이 됐지만 비혼을 택한 자들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도 여전하다.
비혼이나 독신은 저주인가? 성경의 구약 시대만 하더라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업신여김을 당했다. 아담과 하와가 부부로 하나가 되었듯이 결혼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목적을 완수하는 역사의 시작이었다. 창세기에도 남자와 여자를 창조한 후 하나님은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축복했다.
자녀를 낳아 번성하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을 상징했던 반면 불임은 저주의 상징이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복종한 것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구약 시대에도 예레미야 선지자처럼 선택 받은 독신자들이 있었지만 신약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독신자에 대한 성경적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해석이다.
예수가 독신으로 이 세상에 머물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보여줬고 십자가 사건을 계기로 기혼자나 미혼이나 모두 하나님의 백성으로 동등한 사명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구약 시대에는 생육과 번성으로 하나님 나라 확장이 가능했다면 신약 시대에는 영적으로 번성하여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영적인 자녀를 기르는 사명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결혼이 더 이상 최대의 사명이 아니며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독신이든 기혼이든 모두 축복받은 삶이라는 것이다.
행복추구를 위한 결혼은 말자미국의 대표적인 온건파 보수개혁주의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는 최근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결혼을 갈망하는 미혼 남녀들에게 ‘결혼이 행복으로 가는 열쇠’라는 비현설적인 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행복을 꿈꾸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결혼으로 지상낙원을 누릴 수 없으며 결혼을 하든지 안하든지 우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인지 아닌지부터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잠언 31장 선교회’에서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캐런 에만도 최근 새로 펴낸 저서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결혼은 하지 말라며 신앙적인 충고를 했다. 결혼을 한다면 자신과 배우자가 부부로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목회자들이 설교하듯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면서 서로의 잘못을 감싸주고 용서하는 모습의 결혼 생활 등이 세상에 ‘보이는 설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면서 의견 충돌을 빚고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분노를 유발시키더라도 그런 상황을 통해 하나님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기 원하는지 기도하며 물어야 한다는 것. 또한 소셜 미디어 속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배우자를 잘못 만났다는 한탄만 하지 말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사랑으로 이웃을 섬길 수 있을지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수를 닮아가는 기회를 찾는 방법으로 결혼을 대하는 자세야말로 그 안에서 영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복음을 전하는 길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 회복이 복음 전파의 동력 한국노년학회가 대학생 213명을 대상으로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종교가 있을수록 효 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점 만점을 기준으로 종교가 있는 학생은 효 의식이 2.93점을 기록해 종교가 없는 학생의 2.71점보다 높았다. 이는 종교가 효 의식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교회도 갈수록 고령화가 되고 있는 반면 주일학교는 자꾸 줄어드는 것이 한국이나 미국의 교계 현실이다. 청년들도 교회를 떠나 세상으로 나가고 있고 각종 음란물과 미디어의 홍수에 떠밀려 신앙을 멀리하고 있는 지경이다.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무엇보다 가정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전수되기도 힘들고 다음 세대로 복음을 이어나갈 연결고리가 약해지거나 사라진다는 점에서 가정 회복을 위한 교계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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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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