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meet the Buddha, kill the Buddha.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선가((禪家)의 귀감(龜鑑)으로 익히 알려진 말씀. 길 가다 붓다를 만나면, 죽일지어다. “If you meet the Buddha on the road, kill him.” 봉불살불(逢佛殺佛)! 그뿐 아닙니다.“If you meet a Patriarch, kill the Patriarch.” 봉조살조(逢祖殺祖)!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보면 조사 또한 죽여라. 마주치는 족족 모두 죽이라는 불호령!
고정관념은 모두 죽여라. 주관에서 나오는 두두물물 모조리 깨어 부수란 겁니다. 길 걷다 만난 ‘붓다’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누구더러 ‘붓다’란 건가. 모든 사람은 모두 불성을 갖는다는 가르침은?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 이 마당에 무슨 ‘붓다’ 타령? 나아가, 내 안에 들어 있다는 ‘불성’마저 다 내려놓고 “오직 모를 뿐!” Only Don‘t Know! 그렇게 모조리 죽임에 ’붓다‘인들 예외일 수 있으랴.
아마도, “Kill the Christ!” 라고 떠들면 곧바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사나운 돌팔매질을 피하기 어려우리라. 그럼에도, 예수님의 가르침 또한 “’나‘를 죽이라!”는 반어(反語)적 지혜를 종종 힌트하기도 하는데…죽은 아버지 장사를 마친 후 따르겠다던 제자에게 “죽은 자들로 죽은 자들을 장사지내게 하라”는 말씀 또한 “붓다를 죽이라”는 선가의 호령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Follow me; and let the dead bury their dead.” 일단, 따르고 보라는 것.
If you meet the Buddha, kill the Buddha.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봉불살불!]
2019년 음력 사월 초파일, 양력으론 5월 12일 일요일. 이곳 미국에선 온가족이 모여 기념하는 ’어머니날‘이 공교롭게도 부처님오신날. 따로 오고감이 없는 붓다, 그래도 딱히 하루 정해진 날을 잡아 ’붓다탄신일‘로 삼고 기념하는 것. 올해로 불기(佛紀) 2563년이라니, 세월은 예나제나 도도히 흐름이어라! 그러다 보니, 여래(如來) 붓다는 모성애 철철 넘치는 어머니날에도 오시고.
예수님 오시기 훨씬 전, 하얀 코끼리가 옆구리에 드는 태몽(胎夢)으로 마야 부인의 자궁에 드신 붓다. 신록 짙푸른 5월 어느 날 룸비니 동산에서 씩씩하게 세상에 나오신 아기 붓다. 동서남북으로 각각 일곱 발자국씩 걸은 후,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향해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Above and below, only ’I‘ exists. 물론 한문도 영어도 아닌 당시 인도 땅 석가족 언어로 그렇게 외쳤으리라.
붓다 스스로 ’I‘라 하신 것도 맞으려니와, 이때 특별히 ’나(我)‘란 물건은 모든 사람의 개성/본성/불성을 두루 뜻한다고 깨닫는 것 역시 갸륵한 이해. 예수님 또한 “Before Abraham was, I AM!”이라 당당하게 선언하신 바 있거니와, 이때 ’I AM‘이란 표현에 깃든 함의(含意) 역시 붓다의 “유아독존(唯我獨尊)!”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감지합니다. I AM THAT, I AM!
If you meet the Buddha, kill the Buddha.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갓난아기 붓다, 제발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유유히 걷고 곧바로 내지른 사자후,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리고,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그렇게 일찌감치 선언하고, 또 평생 그렇게 실천하며 살다 가신 ’붓다‘[Buddha, 깨어난 이].
미국 시세 풍속으론 마침 “Mother’s Day”에 겹친 불기 2563년 4월 초파일. 부처님의 일생과 가르침을 가만히 관조하며 되새겨 보는 부처님오신날의 의미. 그렇게 온종일 반야바라밀 중, 늘 부활하는 붓다의 육성으로 들려오는 준엄한 말씀, “Kill the Buddha!” 비록 선승 임제((臨濟)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지만, 진정 임제 안의 붓다께서 하신 말씀 아닐런가. 부처님오신날 되새기는 지혜 가운데 이보다 더욱 출중한 역설(逆說) 법문이 따로 있으랴.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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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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