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값에서 보험료에 이르기까지 매년 폭등하는 의료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에게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은 꿈같은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정부보험에 들어가 보험료, 디덕터블, 코페이먼트 등 내 돈 한 푼 내지 않고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물론이고 치과, 안과, 정신과, 장기요양까지 거의 완벽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지 않는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급진적 주장으로 민주당에서도 외면당했던 이 헬스케어 개혁안이 2020년 대선의 핫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외로운 ‘소수의견’이었던 메디케어 포 올은 이제 샌더스를 선두로 엘리자베스 워런,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 등 민주 대선주자들이 공개지지를 선언한 주요 쟁점으로 중앙무대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2월 말엔 연방하원에서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이, 4월 초엔 상원에서 샌더스 의원이 각각 메디케어 포 올 법안을 상정했고, 지난주엔 첫 관련 청문회가 하원 의사운영위에서 열렸다.
가까운 장래에 ‘메디케어 포 올’의 입법가능성은 솔직히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 내 지지가 상당히 늘긴 했지만 아직은 하원의 본회의 표결 회부조차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개혁안을 둘러싸고 급진파와 온건파가 맞서는 당내 분열이 가시화되면서 진지한 논쟁은 불가피해졌다.
도대체 ‘메디케어 포 올’은 무엇인가. 기본 컨셉이라도 정확히 알아야 찬반 의견의 개진도, 이에 따른 내년 투표의 방향 결정도 가능해진다.
65세 이상 노인과 일부 장애자들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가장 인기있고 성공적인 연방정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 메디케어를 전 국민에게 확대해 모두가 정부운영 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그러나 단순한 확대 적용은 아니다.
“메디케어 포 올은 메디케어가 아니다”란 지적이 나올 만큼 새 법안은 메디케어 자체도 대폭 개조한다. 현행 메디케어는 가입자가 보험료와 디덕터블, 코페이먼트 등을 지불한다. 치과·안과·정신과·장기요양 등은 커버하지 않는다. 또 파트C를 통해 민간보험 플랜 가입도 가능하다.
‘메디케어 포 올’이 실현된다면 민간보험은 없어진다. 약 1억8,100만명의 직장보험 가입자를 비롯해 메디케어·메디케이드·아동건강보험(CHIP)등 공공보험 수혜자와 오바마케어 통한 개인가입자, 무보험자 등 거의 모든 미국 거주민이 ‘메디케어 포 올’이라는 하나의 새 정부보험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재향군인과 아메리칸 인디언은 제외된다.
의료보험이 정부 독점사업이 되면 의사와 병원 등 의료제공자들에게 지불하는 가격도 통제될 것이다. 샌더스 플랜은 현재 민간보험이 지불하는 것보다 40%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부담은 없어지고, 혜택은 늘어나며 의사를 바꿀 필요도 없다. 현행 민간 보험플랜은 각기 의사와 병원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가입자는 그 네트워크 내에서 의사를 택해야 하지만 단일화 정부플랜에선 네트워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대가가 없을 수 없다. 세금이 상당히 인상될 것이다. 누구의 어떤 세금이 얼마나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 샌더스 플랜의 경우 시행 첫 10년의 경비가 약 32.6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아직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샌더스는 ‘메디케어 포 ’올이 헬스케어 위기에서 미국인들을 구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사실 직장보험 가입자의 대다수가 만족하고 있다지만 그건 보험을 갖고 있다는 안도감일 뿐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에 노후대비 저축이 날아가고, 매년 60만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며, 2,800만명의 무보험자 외에도 8,500만명이 빈약한 보험 커버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새 법안 지지자들은 지적한다.
‘메디케어 포 올’의 정치현실은 어둡다. 2014년 버몬트 주가 이와 비슷한 정부운영 싱글-페이어 헬스케어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다가 포기한 것은 높은 세금인상 없이는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서였다. 1990년대 민주당 백악관의 야심찬 헬스케어 개혁안이 민주당 의회에서 죽어버린 것은 기존 보험의 변화를 원치 않은 사람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메디케어 포 올’도 마찬가지다. 카이저재단의 첫 여론조사에선 56%가 지지를 표했다. 응답자의 60%는 자신의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민간보험이 없어지고 세금이 인상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엔 지지율이 37%로 떨어지고 반대가 58%로 치솟았다.
민주당의 헬스케어 정책은 어느새 오바마케어를 넘어 메디케어 포 올을 기준으로 다듬어지고 있다. 대선 선두주자 조 바이든 등 중도파가 지지하는 대안에도 메디케어 가입 옵션이 포함되었다.
헬스케어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이슈였다. 당시 ‘오바마케어 보호’로 단합하며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는 ‘메디케어 포 올’로 분열하며 ‘안전’과 ‘혁신’ 중 어떤 메시지를 택해야 하나를 고심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대한 헬스케어의 정당”이라고 외쳤던 공화당은 어떤가. 고장 난 레코드처럼 “오바마케어 폐지”만을 반복하다 이젠 “사회주의 의료!”로 공격 슬로건을 허겁지겁 바꾸었을 뿐 헬스케어 개혁에 대한 아이디어나 의지는 여전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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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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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9only씨 생각해보세요. 한 제약회사가 치매치료에 획기적인 약을 10년여의 노력끝에 개발했는데 미쳤다고 한알에 1전씩 주고 팔겠읍니까? 거기다 5년후엔 법에의해 generic약이 나오게 되있는데. 수요가 많고 경쟁이 없으면 자유경제체재에 의해 비싸게 받는겁니다. 우리의 희망은 오바마 케어였읍니다. 모든 국민이 버는 거의 일부분을 보험드는거로 생각하고 냈으면 됐는데 공화당 보수 짠돌이들은 그게 싫어 나가리로 만들어버렸죠.
의료인력의 고임금, 고가장비, 고가약품 등 고비용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백날가봐야 해결이 안될것이다. 세금 올려서 특정집단만 배불려 주는게 정당한 방법인가?
"Healthcare for all" ? "Medicare is the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 health insurance program for Americans who are 65 years of age and old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