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국 분쟁서 한국 피해 작을 경우, “한국의 이익 나누자” 제안 가능성
▶ 상황 예견하고 대비하는 지혜 필요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쟁은 1974년 통상법 301조와 대북·대이란 제재를 동원한 중국 때리기, 그리고 1962년 통상확대법 232조를 활용한 우방국 때리기의 두 전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는 지식재산권·환율·기술이전 등 불공정행위를 명분으로 301조를 발동해 2,000억달러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 ZTE에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을 막았으며 마이크론과 특허분쟁 중인 푸젠진화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해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진행하던 대만 TSMC가 발을 빼게 함으로써 야심 찬 반도체 굴기 프로젝트를 좌절시켰다.
최근에는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 창업자의 딸을 체포하고 각국에 화웨이 5세대(5G) 통신장비 사용 금지를 압박하는 등 화웨이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통상확대법 232조는 상대국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수입 증가가 국가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대통령 각서에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항공기·조선·반도체 등 전통 기간산업들을 적시하고 있다.
이 중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등을 대상으로 이미 부과됐으며 자동차에 대해서는 수입차 영향 보고서가 제출돼 오는 5월 중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지게 돼 있다.
최근에는 기왕의 세계무역기구(WTO) 판결문을 근거로 에어버스 보조금에 참여한 EU 국가들의 110억달러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공표했다. 통상분쟁은 전통 기간산업으로부터 첨단산업으로 옮아가고 있으며 다음 타깃은 아마 반도체가 될 것이다.
최근 지식재산권 보호, 환율조작 시 페널티 부과, 기술이전 강제 금지, 미국 제품 구매 등을 내용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개정판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대한 당사국 의회 비준을 앞두고 철회를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일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된 관세는 이미 기한이 만료된 것으로 알려져 대중국 제재 및 철강·알루미늄 분쟁 등 1차 통상분쟁은 대략 수습 국면을 향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 상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나서 상대의 반응과 상호관계에 따라 제재를 면제해주거나 타협하는 트럼프 식 협상 방식은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면 대중국 협상, 자동차 분쟁, 막 선전포고된 일본, EU와의 통상분쟁이 해결되고 나면 통상분쟁은 잠잠해질 것인가. 아마도 통상분쟁은 트럼프의 임기 내내 이어질 것이며 특히 대중국 공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탄핵 위기를 벗어나 재선도 넘볼 정도로 정치적 운신의 폭이 커진 트럼프는 통상분쟁의 가시적 성과들을 재선에 활용할 것이며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느긋하게 통상분쟁을 주도할 것이다.
둘째, 큰 무역 불균형으로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통상분쟁이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입증되고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과 국가안전에 직결되는 5G 정보통신을 중국에 내줄 수가 없다. 미국은 창업자 런정페이의 지분이 1.42%에 불과한 화웨이 및 ZTE 같은 기업들은 결국 국가기업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넷째, 중국이 통제경제로 회귀하며 사회주의로 세계 패권을 차지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정서가 미국 정계와 국민들 가운데 퍼지고 있으며 이는 통상분쟁에 따른 역효과는 감내할 이념적 가치가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 통상분쟁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생각보다 작을 것이다. 오히려 반도체, 5G 통신장비, 휴대폰 등 정보통신 산업, 그리고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산업에서는 해당 산업이 취약한 미국이 아닌 한국의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으며 또한 중국 시장개방의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게 청구서를 내밀어 한국이 얻은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자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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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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