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연구자 학술교류 및 연대
▶ 세계화 방안 모색·전문성 강화 절실
26일 UC버클리에서 열린 한국문학 국제컨퍼런스 발표자들. 왼쪽부터 이번 컨퍼런스를 기획한 권영민 UC버클리 교수, 첫날 사회를 맡은 안진수 UC버클리 교수, 편혜영 작가,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안토네타 브루노 라사피엔자대 교수,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최인나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김유정 통역가
26일 UC버클리에서 열린 편혜영 작가의 북사인회. 세계 각국 한국문학 연구자들은 문학한류를 이끌려면 다양한 문학행사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 한국문학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문학 세계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26, 27일 UC버클리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연대와 협력을 쌓은 세계 각국 한국문학 교수들은 현지 교육 및 번역현황을 발표하면서 문학한류의 꿈을 키웠다.
1891년부터 한국에서 30-40년간 선교활동을 한 호주 선교사들이 펴낸 회고록을 통해 한국이 호주에 알려지게 됐다. 왼쪽부터 베시 무어, 벨라 맨지스, 아그네스 브라운 선교사
▲122년 역사의 러시아
러시아에서 한국어 수업이 시작된 것은 1897년으로 역사가 깊다. 1896년 고종이 아관파천 후 민영환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특사로 파견한 후 공관개설요원으로 잔류한 김병옥 서기관이 1년뒤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한국어강좌를 최초로 개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899년 최초의 한국어교과서를 발간한 김병옥 서기관은 춘향전을 비롯한 한국 고전문학을 중심으로 1917년까지 한국어를 가르쳤다.
고려인 4세인 최인나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는 이후 한국어교육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가 1947년 일본어 전공자인 알렉산드르 홀로도비치가 상트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맡으면서 한국학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고 전했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홀로도비치는 안나 아흐마토바와 함께 최초의 한러 사전을 편찬했으며 1956년엔 고려가요, 처용가, 청산별곡 등을 번역해설한 ‘한국고전시가문학’을 발간했다. 이후 제자인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 마리안나 니키티나 등 유능한 학자들이 연구를 이어받았고, 트로체비치가 번역한 구운몽은 1985년 5만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2017년 이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됐으며 2018년에는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동상이 캠퍼스에 건립됐다.
1899년 김병옥 서기관이 러시아에서 최초로 발간한 한국어교과서
▲선교사 회고록서 출발한 호주
2017년 ‘한국 여공 문학’을 펴낸 루스 배러클러프 교수(호주 국립대)는 “호주에서 한국은 1891년 한국에 파송돼 부산진 일신여고를 설립하는 등 여성교육과 인권향상에 3-40년 헌신한 벨라 멘지스, 베시 무어, 아그네스 브라운 선교사들이 호주로 돌아와 출간한 회고록, 영국 여배우 출신 작가 루이스 조던 밀른이 펴낸 ‘이상한 나라 한국(Quaint Korea, 1895년)’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면서 “이후 최양희 호주국립대 교수가 ‘한중록’ ‘허난설헌시집’ ‘열하일기’ 등을 영역하면서 한국 고전문학이 호주에 소개됐다”고 전했다.
베러클러프 교수는 “그러나 홀리데이비자나 유학으로 호주에 온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로 불리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다”면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같은 소설이 호주 이민 경험담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 “2002년 이문열, 2011년 신경숙, 2018년 이민지, 2019년 황석영 작가가 호주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다양한 소설이 소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교육수강자 폭발한 중국
니우린지에 중국 산동대 교수는 “1962년 6개 대학(360명)에서 진행된 한국어교육은 2018년 243개 대학(2만명)으로 폭발 증가했다”면서 “한중간 교류 확대와 한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추세로 급증한다면 한국문학연구자가 한국보다 많을 수도 있다”면서 중국의 압도적 위세를 전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내적인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연구주제의 분포균형(소설 65%), 차세대 연구진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 평양의 김형직사범대학교와 한국 성균관대학교에서 각각 6년을 공부했다.
▲대중성 얻은 일본
호테이 토시히로 교수(일본 와세다대)는 한국근현대문학 연구는 마이너한 한국학 중에서도 더 마이너한 분야였지만 2010년부터 한국문학 번역출판이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혐한의식이 표출됨에도 한국어교육 수강자가 매년 1,000명을 넘고, 2018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3개월만에 9만부를 돌파하는 등 동시대 한국문학작품이 일본에서 대중성을 얻었지만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인 전임교원이 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자 크나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전문학과 설립·현지 연구자 양성 필요
안토네타 브루노(이탈리아 로마 라사피엔자대), 응웬 티 히엔(베트남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 라비케쉬(인도 네루대) 교수도 고급 한국어 실력뿐 아니라 한국문학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국문학 관심자가 많지 않지만 세계화 기반을 넓히려면 ‘한국학 전문학과 설립’ ‘문학행사 정례화’ ‘학술교류 활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윤정(브라질 상파울로대) 교수는 “‘영이의 비닐우산’ 등 한국 그림책이 브라질에서 인기를 끌었다”면서 “미래 독자인 아동청소년문학이 한국번역문학원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시히로 교수는 “일본인 전임교원이 늘어나지 않으면 결국 그 외국문학은 그 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자각적인 일본인 연구자와 재일 또는 네이티브 연구자가 공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자리를 늘리는 것이 절실한 과제”라면서 “대학원 과정도 만들 수 있고 전문가, 연구자도 키울 수 있는 전문학과 설립이 강력히 요청된다”고 밝혔다.
한편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문학사의 세계사적 위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으며,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가 박완서, 신경숙, 편혜영, 이혜경, 정이현 등 여성작가 강세, 군사독재를 경험한 트라우마 문학, 젠더인식의 변화, 해외번역출판 활발 등 2000년대 한국문학사의 새로운 흐름을 개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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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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