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 파괴·훼손 막으려고 집필한, 위고‘파리의 노트르담’덕에 유명
▶ 화재 피해 복구 성금 벌써 1조 육박, 문화의 힘·자부심이 복원 원동력
역시, 프랑스답다.
화마를 입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을 위한 모금액이 1조원에 이르렀다. 주로 대기업이 돈을 냈단다. 11년 전인 2008년 2월의 숭례문 화재가 떠오른다. 70세 노인의 방화로 전소한 숭례문을 복원하는데 한국 대기업들은 얼마나 힘을 보탰나. 프랑스인은 위기에 단결하고 강해지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개성이 강하고 자유를 중시한다는 장점을 넘어 이기주의적이며 제멋대로라는 식이다. 그렇지 않다.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패해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받았을 때 프랑스에서는 부녀자들이 반지까지 팔아 돈을 나라에 바쳤다. 배상금의 신속한 지급에 독일도 놀랐다. 프랑스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르는 엄청난 돈인 금 50억 프랑을 마련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여기고 추가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도 빗나갔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인류가 함께 경험한 최초의 국제적 공황’이라고 정의한 1873년 경제위기도 프랑스 배상금의 신속한 지급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과 무관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과 함께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에서는 약 10만 레지스탕스(저항군)가 독일군과 끈질기게 싸웠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기 직전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의 병력이 450여명이던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독일군에 협력했던 부역자와 반민족행위자·언론인 처단에 있어서도 프랑스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과는 딴판이다.
노트르담 성당이 화마에 휩싸인 이번에도 프랑스인들은 기민하게 움직여 유물 손실을 최소화하고 복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프랑스인들로 하여금 위기에 강하고 외적에게 저항하는 인자를 만들었을까.
유럽의 중앙이라는 자부심과 문화다.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성당 중 하나이며 프랑스 파리시의 주교좌 성당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장 큰 성당은 아니다. 유럽과 중남미에는 노트르담 성당보다 큰 성당이 즐비하다. 규모로는 마흔한 번째에 해당된다. 프랑스 안에서도 노트르담 성당은 크기로 다섯 번째 정도다. 가장 먼저 생긴 것도 아니고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컸다든가 높았다는 기록도 없다. 한국의 숭례문처럼 국보 제1호는 더욱 아니다. 최고 등급이 아닌데도 성모마리아를 뜻한다는 ‘노트르담’이라는 용어는 낯설지 않다. 문호 빅토르 위고의 1844년 작품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 만났기 때문이다.
노트르담의 유고(有故)에서 위고가 보인다. 꼽추 콰시모도의 슬픈 사랑이 얽힌 성당은 관광객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프랑스 파리에 차고 넘치는 관광지 가운데 1위는 단연 노트르담 성당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위고의 영향 덕분이다.
위고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프랑스의 국민 시인·소설가 대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애착. ‘레 미제라블(1862년작)’로도 유명한 위고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교회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발해 19년 동안 망명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트르담 성당이 오늘날까지 형태를 유지해온 데도 위고의 힘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나폴레옹 전쟁 종결 이후에도 혁명과 반혁명이 반복되며 계층 간 위화감이 극에 달했을 때 일단의 과격파 시민들은 성당에 손을 댔다. 귀족 문화와 종교의 권위를 부인하며 성당을 외양간처럼 쓰는 세태를 안타깝게 여긴 위고가 더 이상의 훼손과 파괴를 막으려고 쓴 작품이 바로 ‘파리의 노트르담’이다.
문화와 문학의 힘이 이토록 크다. 셰익스피어라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자랑하는 영국인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수긍이 간다. 문화의 저변에는 자기 정체성과 자부심이 배어 있다. 외환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인들의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은 다르다’며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성장을 여기서 그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덕분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위기를 만날수록 힘을 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는 선도 기능이 있는 나라라고 믿는다.
인류가 공유하는 기본 가치인 자유와 평등·박애의 정신과 근대적 천부 인권 사상을 대혁명으로 구체화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슬기롭고 떳떳하게 화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 바란다. 프랑스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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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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