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AP=연합뉴스]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0-0이던 7회말 2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린 것을 끝으로 7경기에서 18타수 무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13경기에 나선 강정호는 현재까지 38타수 4안타로 타율 0.105와 1홈런, 4타점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개막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쳐 0.333으로 출발했던 타율은 계속 맥없는 하락세를 이어가다 이제는 1할선이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로 보이는 상황이다.
현재 그의 타격 슬래시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은 0.105/0.190/0.237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수준이며 리그 평균선수가 100인 OPS+는 겨우 17에 그치고 있다. 42타석에서 당한 삼진 수가 16번에 달해 삼진아웃 비율이 38%를 넘는다. 현재 성적으론 도저히 주전으로 기용되기 힘든 상황이다.
음주운전 사고와 그에 따른 미 입국 비자 거부로 인해 지난 2년의 시즌을 사실상 통째로 날린 강정호가 올해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예상된 바였다. 2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그가 오랜 만에 돌아와 바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상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한 달 남짓한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동안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지난해 주전 콜린 모란을 제치고 당당히 피츠버그의 개막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바로 어려움이 찾아왔다. 시범경기 때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무기력한 헛스윙만 거듭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결국 강정호는 지난 주말 클린트 허들 감독에 의해 마지막 두 경기에서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타격에 대한 감이 없는 상황에서 휴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과연 그런 조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는 지켜 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다지 희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강정호의 부진이 잘 하다가 잠깐 슬럼프에 빠진 것이 아니라 워낙 긴 시간 동안 빅리그를 떠나 있었던 공백기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가 제 모습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이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킨 셈인데 어쩌면 지금의 모습이 정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강정호가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시즌 초반 고전하는 것은 통계 수치로도 알 수 있다. 팬그라프닷컴의 스윙 데이타에 따르면 강정호는 지난 2015, 2016년과 올해를 비교할 때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지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이 훨씬 높아졌고 반대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은 상당히 떨어졌다. 다음 표를 살펴보자.
■ 강정호의 시즌별 스윙 비율(%)
시즌 O-Swing Z-Swing Swing O-Contact Z-Contact Contact Zone SwStr
2015 25.4 % 60.6 % 42.2 % 57.8 % 85.2 % 76.5 % 47.5 % 9.9 %
2016 25.0 % 59.1 % 40.7 % 59.2 % 86.9 % 77.7 % 45.9 % 9.1 %
2019 29.4 % 54.6 % 39.3 % 40.0 % 81.0 % 62.3 % 39.3 % 14.8 %
O-Swing- 볼에 스윙한 비율
Z-Swing- 스트라이크에 스윙한 비율
Swing- 스윙 비율
O-Contact- 볼을 스윙해 배트에 맞춘 비율
Z-Contact- 스트라이크에 스윙해 배트에 맞춘 비율
Contact- 스윙해서 배트에 맞춘 비율
Zone-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본 비율
SwStr- 스윙 스트라이크 비율
위 표에 따르면 강정호는 2015년과 2016년 볼에 스윙한 비율은 25% 정도였는데 올해는 30% 가까이로 뛰었다. 반면 스트라이크에 스윙한 비율은 60%에 달하던 것이 올해 55% 선으로 떨어졌다.
전체적인 스윙 비율은 거의 비슷한데 과거에 비해 볼에는 방망이가 더 많이 나가는 반면 스트라이크에는 오히려 스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이크에는 스윙을 하고 볼에는 스윙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하고 있으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다.
실제 스윙을 했을 때도 예전에 비해 볼을 배트에 맞히는 확률이 떨어진 것이 보인다. 볼에 대해 스윙했을 때 콘택트 비율이 과거엔 60%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40% 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도 예전엔 어느 정도 커트를 해냈다면 이제는 허공을 가르는 비율이 훌쩍 높아진 것이다.
스트라이크에 대해 스윙했을 때 콘택트 비율도 86%에서 81%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77%에 달했던 콘택트 비율이 올해는 62%까지 떨어졌다. 반면 헛스윙 비율은 과거 9.5% 대에서 15%선으로 치솟았다.
스트라이크에 스윙하지 않고 지켜본 비율도 46~48%에서 39%선으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 공을 선별해 골라내는 대신 조급하게 방망이가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타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수치들은 강정호가 2015, 2016년의 타격감과 선구안을 아직 되찾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단시간에 회복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의 꾸준한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이 같은 초반 타격 부진에 전혀 자신감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미국 기자가 '극심한 부진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이 타석에서 자신감을 더 떨어뜨리지 않겠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통역도 거치지 않고 바로 “Never(절대 아니다)”라면서 “나는 항상 자신있다. 항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허들 감독이 주말 두 경기에서 자신을 벤치로 돌린 것에 대해 “맞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베팅 케이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계속했다. 그는 또 비디오룸에서 스윙 분석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다른 베테랑들에 비해 더 많은 타격기회를 얻었다. 오랜 공백기를 감안해 적응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배려였고 이 때문에 트리플A급 투수들도 다수 상대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그 역시 시범경기 성적이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시즌 성적과 연관성이 없으니 제쳐놔야 한다”고 말한다.
허들 감독은 “그는 오랜 기간 경기를 하지 못했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분명한 것은 그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더 많은 투구를 볼수록 좋아질 것이다. 지금부터는 의지의 싸움이다. 그는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우리는 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정호가 깊은 부진에 빠져 있는 사이에 그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빼앗겼던 모란은 초반 드물게 찾아오는 출장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려내며 주전 자리를 되찾으려는 강력한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경기에서 강정호 대신 10회초에 대타로 나서 3-3의 균형을 깨는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리는 등 시즌 타율 0.308, 출루율 0.400, 장타율 0.615로 OPS 1.015의 뜨거운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2홈런과 8타점은 모두 팀 내 2위다. 지금 피츠버그로서는 모란 대신 강정호를 기용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강정호가 빨리 적응하려면 계속해서 경기에 나가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팀이 무한정 그런 기회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강정호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적응을 마치고 위기를 돌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인 것이다. 강정호의 컴백에서 가장 험난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됐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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