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입장·배경 가진 사람들, 협력 땐 엄청난 시너지 나와
▶ ‘독안에 든 쥐’같은 상황 땐, 힘 아끼고 함께 희망 품어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쥐 중에서 제일 잡기 힘든 쥐는 무슨 쥐일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 일단 생쥐에서 출발해서 톰 앤드 제리, 피카츄 등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그런데 어디선가 “미꾸라~~쥐~~”하는 답이 나온다.
정답은 물론 “시너~~쥐~~”다. 밀레니얼 세대와 어울리는 방법 중 하나는 썰렁 개그에 썰렁 개그로 응대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른 입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자, 그러면 쥐 중에서 제일 잡기 쉬운 쥐는 무엇인가. 단연 ‘독 안에 든 쥐’다. “쥐가 어쩌다가 독 안에 들어가게 됐는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빈 독에 들어간 줄 안다. 천만의 말씀. 쥐가 독 위에 올라가 보니 쌀이 독 끝까지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먹으면 한 일년은 족히 먹겠거든. 혼자서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다가 위를 쳐다보니 ‘아. 이제 저 위로 뛰어올라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독 안에 갇히게 된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쥐 두 마리가 각각 다른 독에 빠진다. 그랬더니 한 마리는 1주일 만에 죽고, 또 다른 한 마리는 2주일을 더 산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첫 번째 쥐는 그야말로 깜깜한 독에 빠진 것이다. 사방이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다. 반면에 두 번째 쥐는 독 안에 조그만 바늘구멍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 구멍으로 햇빛이 들어오자 쥐는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로 밝혀진 사실이다. 물론 바늘구멍으로 쥐가 빠져나가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구멍으로 빠져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로 인해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살아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려면 희망을 품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회사에 나가서 윤리경영 강연을 끝내고 티타임을 가졌던 때의 이야기다.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교수님은 평생 상아탑에서만 계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업계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우리한테 윤리경영, 윤리경영 하시는데 사실 현장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각자도생이 키워드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아프리카 정글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인 경우가 많다. 혼자 정글에 들어가면 사실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고 해봐야 주먹 만한 것밖에 없다. 까닥하다가는 맹수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둘이 같이 들어가면 사냥감의 사이즈가 좀 더 커진다.
그리고 둘이서 잘 협업하면 맹수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다. 셋이 같이 들어가면 게임은 완전히 체인지된다. 이제 맹수를 잡을 수도 있다. 그 대표이사가 모른 것이 하나 더 있다. 대학교수들이 캠퍼스 내에서 벌이는 정치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본 거다.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하버드대 교수가 미국 국무장관 자리에 취임할 때다.
기자가 질문한다. “장관님은 평생 대학에만 계셨는데 어떻게 이 험악한 현실정치에 발을 담그려고 합니까. 아마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요.”
키신저의 답변은 “이 세상에 아카데미 폴리틱스보다 더 험한 것이 있을까요”이었다.
자, 그럼 다시 독 안에 든 쥐 이야기로 돌아가자. 학생들에게 “다음부터 쌀독을 보면 그냥 지나칠 거냐”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우린 악착같이 다 먹을 거예요”라고 답한다.
자, 그러면 독 안에 든 쥐가 되지 않으면서 쌀독 안의 쌀을 다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독을 짱돌로 깬다” “쌀독을 아예 엎어 버린다.”
근데 이런 솔루션이 과연 쥐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 결과 혼자서 그 쌀을 다 먹을 수 있는지는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법은 딱 하나. ‘친구와 밧줄’이다.
‘쌀독 안에 있는 쌀을 나 혼자서 다 먹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하~아~ 이러다가 내가 독 안에 든 쥐가 되는구나.”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열악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첫째, 선택과 집중하라. 둘째, 힘을 아껴라. 셋째, 같이 협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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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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