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메릴랜드주 차량등록국(MVA)으로부터 나의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라는 편지를 받았다. 6월 19일이면 만기가 되니까 그 이전에 신청해야 된다는 통고다. 그런데 갱신 신청을 위해 MVA에 가지고 오라는 서류들이 그 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전에는 만기일 이전이라서 유효한 면허증과 아울러 면허증에 나와 있는 주소나 이사를 갔다면 새 주소에 살고 있다는 증빙서류 둘만 가지고 가서 눈 검사 이후 사진만 찍으면 새 면허증이 발부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참해야 되는 서류들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들이다. 2005년부터 시행되어온 일명 진짜 신분(증)법(REAL ID act)이라는 연방법의 요구조건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01년 9.11 사건 때 뉴욕에서 네 대의 여객기들에 분승하고 조종간을 점령해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을 폭파시키고 펜타곤 건물도 들이받고 나머지 한 대는 백악관이나 연방의사당을 목표로 오다가 승객들이 단합해 사투를 벌인 끝에 펜실베이니아 평원에 추락하게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알카에다 출신 테러리스트들은 버지니아 주 등 몇 개 주에서 발급된 합법적인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탑승한 자들이었다. 그 결과 3,000명의 무고한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된 미국 최대의 테러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보고한 9.11 진상조사단의 건의중 하나는 운전면허증 발부절차에 대한 50개주에서의 개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출발 때부터 13개주의 합중국으로서 외교, 국방 등 몇 연방정부의 고유 관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주권행사들은 주 정부의 전관사항들이었다는 전통과 전국적으로 단일한 신분증 요구조건이 시민들의 자유침해라는 반대의견 때문에 2005년에 통과된 진짜 신분증법 내용을 각 주에서 채택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어떤 주들은 지체를 허용 받았다가 2020년이면 운전면허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들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된다.

내가 MVA에 가져가야되는 서류들을 열거해 보자. ①미국출생증명서 아니면 아직도 유효 기간이 넘지 않은 미국여권(한인 1세들은 물론 미국 출생이 아니니까 시민권 취득 후에 발부 받은 미국 여권). 만약 결혼이나 이혼으로 이름이 달라졌으면 그것을 증명하는 법원의 서류가 첨부돼야 함. ② 소셜시큐리티 카드 아니면 그 번호가 다 보이는 w-2나 SSA-1099서류. ③메릴랜드 거주를 증명하는 두 가지 서류(나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두 곳에서의 서류; 보험카드나 은행잔고 증명서 등).

그 서류들을 챙겨서 우리집 부근의 MVA 지점에 갔더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는지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MVA 오피스가 열리자마자 들어가 줄을 섰다가 나의 번호가 불려 서류들을 제출하니 그 서류들을 전부 MVA 컴퓨터에 복사하고 눈 검사 사진을 찍은 후 48불을 지불하니까 2028년까지의 면허증이 우편으로 배달돼왔다.

그러다보니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첫 면허증을 받았던 1966년이 회상됐다. 대학원 공부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내 아내가 1965년 초에 먼저 면허를 따서 아내의 운전에 의존해오다가 아내에게 운전을 배워 운전법규에 대한 필기시험을 거쳐 길거리의 두 차 사이에 차를 파킹하는 시험 등 실기시험 끝에 면허를 따게 됐다. 면허증에 사진조차 없었고 면허증 발부비가 5불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위스컨신, 하와이, 버지니아를 거쳐 메릴랜드에 정착한 것이 1978년이니까 적어도 5개주에서 운전면허증을 받아 보았지만 이번이 가장 까다로웠다는 것은 상술한 바 있다. 심지어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금년 4월부터는 두 종류의 운전면허증이 발부되기 시작한다. 하나는 연방 진짜 신분증요구조건에 부응하는 면허증으로 상술한 메릴랜드의 요구조건과 동일하다. 그 면허증의 우측상단에는 곰과 별의 인장이 찍혀있어 연방정부의 요구조건에 부응하는 것임을 증명한다.

연방정부의 요구조건을 따르지 않는 종류의 면허증에는 곰과 별의 인장대신에 ‘연방정부의 제한 조건이 적용된다’라는 문구가 찍혀있다. 어떤 제한조건을 말하나? 곰과 별의 인장이 없는 즉 연방정부의 요구조건을 따르지 않는 면허증의 소유자는 2020년 10월 1일부터는 그것을 가지고는 미국 국내선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게 된다. 또 그 군사기지나 기타 연방시설과 건물 중 민간인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되는 곳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DMV에서 발행하는 운전면허증이 아닌 신분증(ID CARD)도 면허증과 같은 요구조건을 따른다. 연방법에 부응하는 신분증에는 곰과 별의 인장이 있어 내년 10월 1일 이후에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군사시설 등을 방문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외국출신으로 미국시민들이 아닌 사람들이 겪게 될 불편이 있겠지만 국토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처일 것이다.
(301) 622-6600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