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대학 입학심사에 있어 인종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송에 대한 공판이 열리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참으로 모순적이게도, 이는 소수계로 분류되는 아시안계 학생들이 미국의 최고 명문 하버드 대학교의 입학 규정인 ‘소수계 우대정책 (Affirnative action)’ 으로인한 입시차별의 부당함에 대해 낸 민간 소송이라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퍼머티브 액션’이란 지난 오랜 세월동안 인종차별이나 이로 인한 상대적인 경제적 열세 등으로 고등교욱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던 미국의 소수계 인종들에게 대학 입학기회를 의도적으로 넓혀주어 결과적으로 인종차별을 없애자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다.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중인 나와 내 주변 학우들도 아시안계 미국인으로서 ‘인종을 의식한 차별심사’에 관한 이번 공판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시안 연합단체인 ‘스튜던트 포 페어 어드미션(SFFA)’이 하버드를 상대로 한 이 소송은 하버드측이 소수계 우대정책의 정당성을 내세워 아시안계 학생들에게 역차별을 행하고 있다는데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 측은 공정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따른 입학심사에 최선을 다해왔고 소송의 원고들이 원하는 ‘소수계 입학 정책의 폐지’는 인재양성에 있어 다양성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버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입학 심사기준에는 GPA(고등학교 내신성적)와 에세이, 학업성취도, 봉사활동, 특별활동, 수상내역 그리고 인터뷰 등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는데 하버드측이 매기는 ‘개인평점(Personal rating)’이라고 불리는 객관화하기 어려운 한 요소가 심사기준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영하다. 이 소송에서 원고측용으로 작성된 피터 아키디아코노 (Peter Arcidiacono)박사의 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안계 미국인 지원자들의 낮은 ‘개인평점’이 합격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고 기술하고 있다. 개인 평점이란 학업성적이나 수상경력처럼 분명하게 객관화 되는 점수 외에 에세이나 추천서, 인터뷰로 파악되는 개인 성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 부분을 의미하는 것인데 하버드 측이 바로 그 모호한 부분에 대해 아시안계 학생들에게 유난히 인색한 점수를 매김으로서 차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하버드데 측 변호사인 빌 리(Bill Lee)는 인종에 대한 고려보다는 학생이 지원하는 전공분야나 부모의 출신학교나 직업 등이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고 보는게 맞다고 지적하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한다.
소수계 우대정책에 대한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의견이 궁금해진 나는 한사람씩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11학년에 재학중인 Cecily는 ‘이것은 좀 민감한 주제인데 나는 이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 역시도 어떠한 차별도 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소수계의 다양한 인재양성에 의미를 두고 있는것이라면 역차별이라고 매도하기 보다는 여전히 이 정책은 시행되어져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현재 12학년 졸업반이고 아직 입학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에 프라이버시 사유로 ‘A’양으로 이름하는 한 선배는 올해 지원한 하버드대 불합격 소식으로 불편한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소수민족과 기득권인 백인들간의 공평한 기회제공을 위한 취지의 ’소수계 우대정책‘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들에게 제공될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11학년 친구 일레인은 ‘만약 같은 재능을 가진 경우에 그들을 차별할 수 있는 이유는 재정상태의 차이 하나뿐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시안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본디 더 좋은 머리를 가진 것이 아니다. 좋은 성적과 높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근면하고 성실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이니 인종에 대한 생각은 거기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그 수고와 노력에 대해 마땅한 보상을 받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나 역시 아시안계 미국인으로서 혹시라도 나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수계 우대정책’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내가 이해하게 된 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정책, 즉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어떠한 피해자도 내지 않을 수 있는 완벽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수계 우대정책은 기존에 있던 권력자들에게 있어서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또 다른 차별정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여 줌으로써 우리 소수계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아시안계는 더이상 소수계로서의 우대를받지 않아도 될만큼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주류에 합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성장이 더딘 소수계를 위해서 이미 우리가 누린 동일한 기회제공과 우대정책이 조금더 시행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편 하버드가 우려하는 것처럼 소수계 우대 정책 폐지가 캠퍼스 인재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지 사뭇 궁금하다.
김유빈 학생은 2002년 8월 텍사스주 갤버스톤에서 태어나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를 거쳐 13년전 산라몬으로 이주했다. 현재 산라몬 도허티 밸리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중이며 한국어 반에서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음악듣는 것과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치있는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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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학생기자/도허티 밸리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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