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클리닉을 내원하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흔하게 갖고 있는 질환 중에 당뇨와 고혈압이 있다. 오늘은 고혈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혈압이 높아서 약을 드시는 환자들 중 꾸준히 혈압약을 드시는 분들도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던가 어지럽거나 하는 특별한 증상이 있을 때에만 드시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 중 50%의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보니 혈압약을 매일 꾸준히 복용하지 않아서였다.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약을 왜 꼭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당장의 증세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다 고혈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이다. 혈압약을 오래 꾸준히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해서 또는 혈압약 복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혈압에 대해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점은 고혈압이 만성질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 아침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짧게는 몇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되는 질병이다. 그래서 고혈압이 무서운 것이다. 결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별다른 경고 없이 조금씩 쌓여온 증세들로 어느날 갑작스럽게 뇌출혈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무서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아니면 서서히 진행되는 후유증으로 간이나 눈, 신장, 뇌 등 우리 몸의 다양한 기관들의 기능이 떨어져 어느날 신부전,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환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현재 나타나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도 몸속으로는 본인도 모르게 여러 기관들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고혈압 환자들이 두통이나 어지러운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혈압을 재보면 180/100까지 나오기도 한다. (140/90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다음은 필자의 부친께서 겪은 실제 이야기이다. 과거에는 혈압도 없었고 운동도 많이 하시며 건강을 유지하셨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활습관이 달라지고 고혈압이 생겼다. 아버지께 음식을 절대 짜게 드시지 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본인은 괜찮다 충분히 건강하시다고 하셨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아버지의 혈압이 130에서 140, 150, 160까지 올라갔다. 아버지께 혈압약 복용을 권해드렸지만, 본인은 혈압약의 부작용이 싫다며 식습관 변화와 식품보조제들로 자연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고집하셨다. 필자는 아버지께 지금 당장 혈압 조절을 하지않으면 나중에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말씀드린 후 혈압약을 처방받아 드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 후 필자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응급실에서 CT 촬영을 한 결과 우측 뇌에 출혈이 있었다. 당장 말씀하시는 것과 움직이는 것에도 제약이 많았다. 쓰러질 당시 필자의 아버지는 혈압약을 띄엄띄엄 생각날 때만 복용했다고 한다. 고작 부작용을 걱정해 혈압약 복용을 제대로 안하고 자칫 생명까지 잃을 뻔 한 아버지는 크게 후회를 하셨다.
환자분들께서 혈압약의 부작용에 대해 많이 걱정하시는데 그 부작용에는 과연 어떤 것에 있을까. 혈압약은 말 그대로 혈압을 낮추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복용시 혈압이 떨어지면서 약간의 어지러운 증상을 느낄 수 있다. 혈압약 복용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면 의사에게 이야기하여 혈압약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여 바로 좋아질 수 있다. 그 밖에 두통이나 피로감, 마른 기침, 미네랄 수치 변화 등의 부가적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치의와 상의, 관리할 수 있다.
또 하나, 혈압약을 한번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루머(?)가 두려워서 혈압약을 안 드시겠다는 환자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필자는 많은 환자들을 통해 규칙적인 운동, 식이요법, 체중감소, 금연, 금주등으로 혈압약을 줄이거나 아예 끊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리고 혈압약을 먹다말다 할 바엔 아예 시작을 안 하는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혈압이 조절이 되다 안되다 하다보면 혈관에 스트레스가 생겨서 약을 안 먹을때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고혈압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받아 매일 꾸준히 혈압약을 복용해서 혈압을 잘 관리 하시길 바란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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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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