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 내에 공포 분위기 조장하고, 사익에 눈먼 지도자는 함량미달
▶ 자신의 존재감 최대한 억누르고, 구성원 스스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사마귀 한 마리가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뭔가를 노려보고 있다.
무엇을 노려보고 있나 하고 보니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마귀 뒤에 보니 참새가 따악 노려보고 있다. 참새 뒤에 보니 사냥꾼이 정조준으로 겨냥하고 있다. 사냥꾼 뒤에 보니 과수원 주인이 “이놈의 인간아! 너 우리 집 과일 하나라도 떨어뜨려 봐라! 부숴버리겠다”면서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고 서 있다.
2,500년 전 중국 철학자 장자가 말하고 있는 사마귀 우화다. ‘여러분은 이 우화에서 무엇을 배웠나’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답변이 하나 있다. 아예 사자성어로 말한다. ‘약육강식’ ‘먹이사슬’.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장자라는 철학자가 던지려던 핵심 메시지는 이거다. “저 먹을 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놈은 한 방에 훅 간다.”
지금 사마귀는 매미를 잡아먹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참새가 뒤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현명한 사람은 뒤를 돌아볼 줄 안다. 조직에 있는 구성원들이 전부 자기 먹을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때 리더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 조직에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리더마저 자기 먹을 것에만 탐욕을 부리는 조직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 리더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사람일까.
노자 ‘도덕경 태상 장’에 보면 리더의 품격에도 차이가 있고 등급이 있다. 리더 중 가장 하급인 리더는 부하들이 깔보는 리더다. 자신의 인품과 능력에 기초한 리더십이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시콜콜 모든 일에 간섭한다. 왜 그럴까.
거기에서 자신의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너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끊임없이 자신의 부하에게 주입하는 리더는 격이 떨어진다. 자신의 부하와 경쟁하는 리더도 있다. “네가 내 자리를 넘봐!” 턱도 없다.
또 쩨쩨하기 그지없는 리더도 있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부하들에게는 점심 한 그릇 제대로 사지 않는다. 아낄 걸 아끼고 쓸 때 써야 하는데 항상 지켜보면 자신에게만 후하게 돈을 쓴다.
결정을 내릴 때는 단호하게 내려야 하는데 항상 우유부단한 리더가 있다. 항상 결재를 미룬다. 더 많은 정보를 가져오라고만 하면서 의사결정은 내리지 않는다. 그보다 더한 것은 자꾸 자신의 의사를 번복한다. 이런 리더는 부하들이 자신이 없는 곳에서 비웃고 있는 줄도 모른다. 안타까운 리더다. 그래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한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화를 버럭 내는 거다. 그러면 그 앞에서 모든 부하가 아첨 모드로 들어간다. 상사의 심기가 어떤지만 다들 살핀다. 리더가 부하를 걱정해야 하는데 부하들이 상사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툭하면 칼을 빼 들어 처벌하고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
사실 리더는 큰 칼을 항상 차고 다녀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그 칼을 결코 써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냥 칼집에서 살짝 빼 칼날이 서 있다는 것을 번쩍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하급 리더는 꼭 그 칼을 써보고 싶어서 결국 쓴다는 거다. 일벌백계를 믿는 리더다. 그러면 다들 벌벌 떤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칼이 무서워 복종하는 거다. 그 칼이 무뎌지는 순간 아무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부하들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리더들이 있다. 젊은이들의 용어도 사용할 줄 알고 심지어 복장도 영하게 입고 다닌다. 스스럼없고 부하들에게 아주 나이스하게 잘한다. 야단보다는 칭찬을,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욱 자주 사용한다. X이론이 아니라 Y이론을 믿는 리더다. 이제 3단계에 올라온 만큼 나름 수준 있는 리더다. 부하들로부터 항상 사랑받기를 원하는 리더다. 누가 이런 리더를 싫다고 하겠는가. 옛날에 마부 한 명이 있었다. 어느 날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이제 채찍을 버리겠다. 오직 당근만으로 말을 조종하겠다.” 과연 말을 당근을 앞세워 이리저리 잘도 몰고 다녔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더 이상 말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러고는 버렸던 채찍을 다시 들고 만다. 어째서 그랬을까. 말이 당근을 따라 잘 움직이다가 당근밭을 지나가게 되니까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더라는 거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람을 단기적으로 움직일 때는 돈이 잘 작동한다. 장기적으로는 승진이나 훈장 같은 인센티브가 잘 작동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주면 줄수록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기보다 더 달라고만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면 노자가 말하는 최고의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최고의 리더는 있는지 없는지를 조직 구성원들이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 리더는 부하들이 서로서로 돕도록 도와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부하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크게 떠드는 대신 조용히 잘 듣는 리더다. 다들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는 사람이다. 결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존재다. 장자의 사마귀가 되지 말라. 한비자의 마부가 되지 말라. 조직 전체가 한 방에 훅 간다. 자신의 업무시간의 80%를 조직 외부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라.
조용히 조직 내부 분위기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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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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