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신남방정책은 한반도 주변국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려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 플랫폼이자 경제 및 외교 다변화 전략이다.
중국 경제 침체 우려와 미봉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간 무역 불균형뿐 아니라 지식재산권·기술·안보 등 다양한 문제를 중국에 제기하고 있어 미중 통상전쟁은 비록 해결 기미가 보이고는 있지만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에서도 한국 경제는 지난 2018년 수출 6,055억달러, 수입 5,350억달러로 1조1,405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고 교역실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특정 품목과 미국·중국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여전히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남방정책은 미중과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외교의 협력 공간을 인도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을 포함한 남방지역까지 확대하고 역내국가 간 보완관계 강화를 강조한다. 미중이 추진 중인 대외전략을 부정하거나 맞서기보다는 과거의 성과를 토대로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하도록 새로운 관계 형성을 추구한다.
즉 아세안과 인도가 미중을 대체하는 시장 및 생산기지가 아니라 이들과 굳건한 관계 속에서 아세안과 인도를 한국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포함하는 대외전략이 신남방정책이다.
2017년과 2018년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한 비중을 보면 중국은 22.8%에서 23.6%, 미국은 11.3%에서 11.5%로 각각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신남방정책이 미중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물론 아세안과의 교역은 2015년 1,198억달러에서 2018년 1,598억달러로 신남방정책 추진과 함께 증가해 2020년까지 한·아세안 교역 2,000억달러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대부분은 한·베트남 간 교역성과에 기인한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을 추진할 때 베트남을 중요한 디딤돌로 삼고 메콩 지역으로 성과를 확산해간다면 정책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한·베트남 간 경제협력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한·베트남 교역액은 연평균 20.7%씩 증가했고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연평균 19.5%, 수입은 24.7%씩 늘었다.
삼성을 위시한 한국의 대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한 후 양국 간 교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우리나라의 9위 교역국이었던 베트남이 2018년 3위로 급상승한 것은 양국 간 경제관계 심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또 현재 베트남 수출의 25%를 삼성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과 박항서 감독의 눈부신 활동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베트남에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일본이 베트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베트남의 한중일 수출입 자료를 보면 최근 들어 중국과의 교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베트남으로부터 최근 수입을 늘리는 한편 대베트남 FDI를 확대하고 있다. 2001년 1억6,000만달러의 FDI를 베트남에 투입했던 일본은 2017년 77억5,000만달러를 투입했다. 베트남의 전체 누적 FDI를 고려할 때 일본의 총 FDI는 13.2%를 차지해 한국의 16.2%에 근접한다. 특히 2017년 투자액만 놓고 보면 일본은 한국을 제치고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이 됐다. 물론 마루베니·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기업의 대형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따른 일시적 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무시할 수 있지만 ‘질적 인프라(Quality Infra)’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며 동남아 인프라 시장의 표준 설정에 공을 들이는 일본의 모습을 볼 때 베트남을 교두보로 동남아 인프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또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베트남이 참여할 뿐 아니라 곧 발효가 예정돼 일본과 베트남 간 관계 강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남방정책 추진의 교두보인 베트남을 두고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일본의 베트남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3월 정상의 베트남 방문 시 협력하기로 한 사업들의 조속한 추진과 동시에 베트남과 새로운 신성장동력 발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베트남에 심어준다면 일본의 베트남 진출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베트남에 이식된 한국의 개발경험 가운데 성공사례를 추려 베트남과 더불어 제3국에 전파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올해 개최가 예정된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베트남에서의 성과를 메콩 국가로 확산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다면 아세안 대륙부 깊숙이 한국의 생존공간을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콩 지역과 인접한 인도와의 협력도 모색할 수 있다. 또 양적 인프라 건설을 무기로 메콩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이들과 함께할 방안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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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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