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차거부 없는 서비스 등 최우선… 운전기사엔 안정적 노동환경 보장
▶ 혁신비용, 기업만 감당해선 안돼… 이해관계 조정 등 정부도 제몫해야
얼마 전 카카오가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시범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로 연기했고 시범 서비스마저 중단하게 됐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뜨겁게 환영했던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린 배경에는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인 탓이 크다.
그동안 택시를 타면서 크고 작은 불만을 가슴에 담고 지냈던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반갑지만 평생 운전대를 잡고 보냈거나 퇴직 후 최후의 보루로 택시를 선택한 고령의 기사들에게 카풀은 ‘밥벌이 수단의 멸종’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가운데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는 회원 수가 25만명을 넘어서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타다를 처음 이용한 후 재탑승하는 비율이 80%대에 달하고 호출 건수는 200배나 늘어나는 등 말 그대로 ‘타다 돌풍’이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운수사업법 규제를 피하고 있다. 운수사업법상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서비스가 가능해서다.
‘타다 돌풍’의 비결 중에서는 소비자의 경험을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삼았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택시 앱과 비슷하지만 이동수단의 기본인 ‘승차 거부가 없는 배차’가 차별화된다. 차량 대수가 많지 않아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호출이 거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택시 앱은 근처에 있는 택시에 목적지 ‘콜’을 보내면 기사들이 호출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만 타다는 이용자 근처에 있는 기사에게 강제로 콜이 배정된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불필요한 말을 건네지도 않고 개인적인 통화를 하거나 속도위반도 거의 없다.
그동안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가졌던 불만의 맥을 정확하게 짚은 덕분에 타다는 택시보다 10~20% 비싼 요금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가 더욱 관심을 갖고 보는 지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동 환경이다. 타다 기사 중에서는 대리운전이나 택시기사 등 동종업계의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옮겨 탄 경우가 많다. 약 8만7,000여명으로 파악되는 대리운전 기사의 월평균 총수입은 229만2,000원이지만 수수료와 보험료, 프로그램 사용료 등의 제반 비용을 제하면 평균 174만9,000원이다.
법인택시의 경우 과도한 사납금(서울 기준 하루 평균 13만5,000원) 부담으로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안팎이다. 월수입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다. 타다 기사들은 어떨까. 하루 10시간(차고지 복귀·휴게시간 120분 포함) 일하고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야간 운행은 오전2~3시에 끝나는데 교통비 1만원을 별도로 지급받는다. 타다가 별도의 용역업체를 통해 운전기사를 공급받고 있지만 기사들은 용역업체와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개인사업자,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해고로부터의 보호·노동시간 한도 제한 등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에 대한 불만은 적은 편이다. 택시처럼 과도한 사납금으로 무리하게 과속을 할 이유도, 대리기사처럼 불확실한 콜에 기대 하루하루를 연명할 필요도 없는 ‘안정성’ 덕분이다.
설사 호출이 하나도 없어 하루 종일 빈 차로 운행하더라도 내가 일한 시간만큼 수입이 보장된다. 그래서 ‘타다 돌풍’이 의미 있는 진짜 이유는 ‘좋은 서비스’ 못지않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데 있다. 승객이 만족할 수 있는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주체인 기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기업이 오롯이 이 모든 혁신의 비용을 감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나은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며 고통받는 약자를 위해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카풀 잠정 중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정부는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871년 독일 통일의 주역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라고 했다.
벌써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다. 이제는 물러설 곳도, 놓칠 기회도, 버릴 시간도 없다. 지금이라도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절박하게 대한민국의 10년 후, 50년 후를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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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성장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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